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통로가 될 것으로 우려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홍콩 시민 700만 명 중 100만 여명이 사상 최대의 시위를 벌였다. 일단 홍콩 정부가 지난 12일로 예정됐던 법안 심사를 연기했지만, 이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시민사회는 이 법안이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많은 홍콩시민들이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쌓여온 반중 감정을 이 법안을 계기로 폭발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젊은 세대 "나는 중국인이 아니다"
하지만 홍콩 당국은 틈을 엿보고 있다. 이르면 오는 20일 친중파 의원들이 장악한 홍콩 의회격인 '입법회'는 법안 처리를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시위대는 정부의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시위를 멈추지 않았고, 결국 이 '혁명적 시위'는 유혈사태로 번졌다.
13일 영국의 <파인낸셜타임스>는 "주요 도로를 점거하고 대부분 평화적 방법으로 집회를 하고 있는 시위대를 향해 홍콩 경찰은 최루탄과 최루액 스프레이, 고무탄을 사용해 적어도 7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중심업무지구 도로들을 점거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도시 홍콩을 마비시킨 시위대는 밤새 강제 해산돼 13일 오전부터 홍콩은 '불안한 평온'을 되찾았다"고 덧붙였다. 홍콩 정부는 금융지구에 위치하고 있는 관공서와 정부 기관들의 업무를 이번 주에 중단하고, 금융지구를 지나는 주요 지하철역 문을 닫는 등 '차단 작전'에 돌입했다.
BBC 방송은 "72명의 부상자 중 2명은 중상"이라면서 "경찰이 강제 해산을 위해 과도한 폭력을 사용했다는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2014년 민주적 선거제를 요구하며 10만 명의 홍콩시민이 거리에 나선 '우산혁명' 때보다 10배나 많은 100만 명의 시민이 거리에 나섰고, 특히 젋은 세대가 시위의 주축이 된 '2019년 우산혁명' 현상에 대해 BBC 방송은 "이번 사태로 홍콩 정부 관계자들을 포함해 홍콩 시민들은 상당한 충격을 느끼고 있다"면서 "홍콩의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지키려는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분석했다.
홍콩의 젊은 세대가 서구적 민주주의에 익숙한 홍콩 체제를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시키려는 것에 앞세대보다 훨씬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젊은 세대들은 또한 중국의 간섭으로 인해 홍콩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일자리와 임금, 주택 등 부동산 문제까지 어려워지자 홍콩의 젊은 세대는 '이민 이외에는 희망이 없다'는 절망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것이 이번 시위에 홍콩의 직장인,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대거 참여한 이유라는 것이다.
올해 18살인 한 시위참가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홍콩은 또하나의 중국 도시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은 "홍콩 주민 대부분은 혈통으로는 중국인이지만, 대다수는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젊은 세대 중에는 중국으로부터 홍콩을 독립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방송은 "홍콩의 젊은층들은 매우 신속하게 조직화되는 능력을 보여줬으며, 5년 전 우산혁명를 이끌었던 앞세대보다 훨씬 강력한 시위방식을 동원할 의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젊은이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경찰의 강제진압 현장 상황을 한국어로 자세히 전하는 등, 국제여론에도 호소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젊은 세대가 홍콩의 젊은이들을 지지하면서 중국을 비판하는 반응을 쏟아내는 현상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홍콩시위의 진압이 80년대 한국을 보는 것 같다. 민주항쟁 경험이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홍콩을 응원한다", "외국 언론들은 홍콩 시위의 심각한 상황을 보도하는데, 국내 언론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변화는 반드시 온다"는 등 글을 올리며 홍콩 시민들에 대한 지지와 호응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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