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15일(현지시간) 북한이 지난주 미 국무부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 담당대사와의 비공식 접촉에서 "핵무기 6개를 제조하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폐연료봉에서 추출"했음을 밝혔다고 고위관료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대해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주장이 분분한 가운데 '8월 위기설'과 함께 극적인 평화해결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 발언에 대한 사실여부 아직 파악 안돼**
미국의 한 고위관료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상공에서 감지된 방사성 물질인 크립톤 가스를 미국은 가장 확실한 증거로 받아들인다"면서 "모든 것은 북한이 정말로 플루토늄을 추출했는지 아니면 거짓말인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만일 이번 북한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장을 한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신문은 이에 따라 "부시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핵위협아래서 북한과 협상을 해나갈지, 협상은 다자대화만이 가능하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며 군사적 제재수순으로 갈지 결정에 놓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CIA는 예전부터"현재 북한은 2개의 핵폭탄을 이미 1990년대에 생산했을지도 모른다고 믿고 있다"면서도 "아직 그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말해왔다. CIA관계자는 "하지만 6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능력을 새로 확보하게 되면 북한은 추가 핵폭탄을 제조하거나 핵물질을 제3자에게 수출, 판매하는 것으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에 관해서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15일 "북한은 과거에도 많은 주장을 했고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북한 주장의 정확성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이것은 중대한 문제이고 따라서 우리가 그 지역의 국가 등 다른 나라들과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부시대통령이 대북 군사행동을 배제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부시 대통령은 어떤 선택 방안도 테이블위에서 배제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의무를 준수할 때까지 협박에 굴복하거나 유인책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 행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북한은 과연 핵무기 제조에 착수할 것인가 **
북한의 발언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과연 북한이 핵무기 제조에 착수할 것인지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월10일 정부성명을 통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핵무기를 만들 의사는 없으며 현 단계에서 우리의 핵 활동은 오직 전력생산을 위한 평화적 목적에 국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6월9일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을 통해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핵위협을 계속한다면 우리로서도 '핵 억제력'을 갖추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고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특히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는 지난 14일 한겨레신문과의 전화회견에서 "우리는 이라크의 교훈을 통해 상용무기로는 미국의 공격을 막을 수 없기에 핵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 "미국이 계속 우리를 고립시키고 압살하려 하면 핵을 가져야 생존할 수 있다"고 한걸음 더 나아갔다.
북한의 이같은 일련의 발언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제조 단계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폐연료봉 재처리는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 여러 나라의 특별한 우려 사항"이라고 지적하고 "재처리는 핵무기 제조를 위한 플루토늄 추출만을 위한 수순이며, 재처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이 핵무기 증강에 몰두하고 있다는 확실한 징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장성민 전 의원도 16일 미국의 고위 외교소식통을 인용,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나아가려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고 미 국무부가 평가했다고 전했다. 장 전의원은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 때는 북한이 핵을 개발중이지만 경제적 옵션만 주면 핵 제조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지금은 북한이 핵 보유국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대북지원을 한다 해도 핵 보유 쪽으로 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위기설과 극적 타협설 엇갈려**
플루토늄 추출을 완료했다는 북한의 발언을 놓고, 외교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반도 위기설과 극적 타협설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바우처 대변인은 "북한은 두 가지 길 가운데 양자택일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는 "핵개발을 통해 고립과 체제악화를 자초할 것인가 아니면 검증가능하고 확실한 핵계획 포기로 국제사회의 협력을 유도할 것인가의 여부"라고 말했다.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도 15일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이 갈수록 위험한 대치상태로 ,전쟁상태로 치달아 올해안에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클린턴정권 시절 북한 담당관이었던 케네스 퀴노네스도 "미국의 강압적 대북정책은 사실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면서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경고한 페리 전장관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소재 국제경제연구소의 북한문제전문가 마커스 놀란드 연구위원 역시 "북한이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자금확보의 일환으로 미사일과 마약을 비롯해 심지어 핵 및 생화학관련 물질 판매를 계속 시도할 것으로 본다"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올가을 정말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 신문에 15일 밝혔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자 기사에서 북핵관련 긴장이 대화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외부인사와의 만남을 기피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부장을 비롯한 중국 사절을 직접 만나기까지 한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위기 상황으로 치닫던 북핵관련 위기가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의 이타르 타스 통신은 15일 베이징발로 "중국은 미국 및 다른 이해 당사국들을 모두 만족시킬 새로운 형태의 대화 틀을 제안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제안은 최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한 다이빙궈 외교부부장을 통해 북한에 전달됐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이 통신은 "이 대화방식은 다자틀 속에서 북-미 양자대화를 진행시키는 것"이라며 "중국 외교부는 베이징 주재 외교관들에게 이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올가을 한반도 위기설과 중국의 해결사 노력을 통한 북한의 대화참여 전망은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시점이 다가오는 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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