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은 12일, 북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다짐하는 '오슬로 선언'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열린 오슬로포럼에서 '국민을 위한 평화'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적극적 평화'와 '이웃 국가들의 분쟁과 갈등 해결에 기여하는 평화'를 강조했다.
남북, 북미 교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평화 구상은 구체적인 제안이나 중재 방안보다는 평화 정착에 관한 의지와 방향성을 재천명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니"라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이 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의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한 가운데 내놓은 평화 메시지라는 점에서도 이목이 집중됐다.
문 대통령은 "1년 전 오늘, 역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손을 맞잡았고,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의 큰 원칙에 합의했다"며 "지금 그 합의는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화가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지난 70년 적대해왔던 마음을 녹여내는 과정"이라고 했다.
또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여전히 상대에 대한 신뢰와 대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대화를 통한 평화 실현에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주고 있으며, 지금의 상황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남북한 주민들이 분단으로 인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저는 이것을 '국민을 위한 평화(Peace for people)'로 부르고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학자 요한 갈퉁이 설파한 "직접적 폭력이 없는 소극적 평화와 구조적 갈등 요인을 찾아 해결하는 적극적 평화"라는 구분법을 언급하며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야 구조적 갈등을 찾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평화'를 실현하는 첫 단추로 접경지역 피해 해결을 꼽으며,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에 따라 설치된 '접경위원회' 사례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동독과 서독은 접경지역에서 화재, 홍수, 산사태나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접경위원회'를 통해 신속하게 공동 대처했다"며 "이러한 선례가 한반도에도 적용되어, 국민들 사이에서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이 자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라며 "사람이 오가지 못하는 접경지역에도 산불은 일어나고 병충해와 가축전염병이 발생한다. 보이지 않는 바다 위의 경계는 어민들의 조업권을 위협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웃 국가의 분쟁과 갈등 해결에 기여하는 평화"를 강조했다. 노르웨이가 지난 1993년 '오슬로 협정' 체결을 통해 반세기 동안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PLO) 간 갈등을 중재한 점을 예로 들면서 문 대통령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은 동북아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 구도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한다"며 "역사와 이념으로 오랜 갈등을 겪어 온 동북아 국가들에게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나는 지난해 8월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 바 있다"며 "동북아시아의 에너지, 경제공동체로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다자안보공동체로 확대하는 비전을 갖고 있다. 한반도 평화가 지역 평화와 화해에 기여하고, 아시아와 유럽의 공동번영으로 이어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은 분단되어 있고, 북한은 미국, 일본과 수교를 맺지 않았다"며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정착은 동북아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구도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한다"고 우회적으로 북미 수교 북일 수교에 대한 기대감을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노르웨이와 한국은 평화의 동반자"라며 "한반도 평화가 단단히 자리 잡을 때까지 노르웨이가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오슬로 선언' 전문.
"국민을 위한 평화"
존경하는 국왕님,
이네 에릭슨 써라이데 장관님,
스바인 스퇴렌 오슬로대학교 총장님과 학생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구우 다그 (안녕하십니까)!
따뜻하게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고, 평화를 만드는 중재자로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오슬로 포럼'에
초청해 주신 것에 특별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사람들은 노르웨이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부릅니다.
직접 와보니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평화로운 일상과 다양성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 자연과 사람의 아름다운 조화가
노르웨이의 또 다른 이름인 것 같습니다.
오슬로 곳곳에서
'2019년 유럽환경수도'의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친환경 대중교통과 사회통합 정책 등
'사람 중심 도시'를 만들기 위한 오슬로의 노력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오늘 인류 평화와 발전에 기여한 지성의 산실, 오슬로 대학에서
노르웨이의 미래를 이끌어갈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아주 뜻깊게 생각합니다.
오슬로대학에 개설된 한국학 강좌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노르웨이와 북유럽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겸손과 배려, 평등을 강조하는 '얀테의 법칙'은
과도한 경쟁에 지친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구전으로 전해 주는
평범한 노르웨이인의 지혜가
지구 반대편 한국인에게 용기와 힘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올해는 양국 수교 60년을 맞는 해입니다.
양국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만,
60년간 우정을 나누며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가 되었습니다.
2006년 한-EFTA(에프타)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양국의 교역량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조선·해양산업에서는 노르웨이의 우수한 기술력과
한국의 건조 역량을 토대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다산과학기지 개설과 극지연구 협력센터 개소 등
북극 관련 협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양국은 전우입니다.
1950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노르웨이 출신 '트리그베 리(Trygve Lie)' 초대 유엔 사무총장은
강대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엔군 파병을 국제사회에 강력하게 호소하여 관철시켰습니다.
노르웨이는 한반도에 의료지원단 623명을 파견했고,
9만여 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노르웨이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을 대신해 뜨거운 우정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내외 귀빈과 학생 여러분,
평화, 포용, 복지, 혁신, 성장 등
세계는 노르웨이의 오늘을 부러워합니다.
저는 노르웨이의 진정한 위대함이
국민의 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1814년, 작은 도시 '에이츠볼(Eidsvold)'에
37명의 소작농민, 17명의 마을대표 등
112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노르웨이의 독립을 선언하고, 헌법을 공포했습니다.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담은 '에이츠볼 헌법'은
2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장 진보적인 헌법으로
노르웨이 국민의 자긍심이 되고 있습니다.
1940년대 독일 점령 기간에는
평범한 국민들의 저항운동이 이어졌습니다.
당시 3만5천 명에 이르는 노르웨이 국민들이
집단수용소나 감옥에 수용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국민이 이룬 평화의 바탕이 흔들리지 않도록
정치지도자들도 힘을 모았습니다.
국가의 성장이 국민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사회복지 체계를 구축하고,
평등 사회를 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오늘날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성평등이 가장 잘 이루어졌으며,
언론의 자유가 최고로 보장된 나라로 평가받습니다.
이코노미스트에서 선정하는 민주주의 지수에서
작년까지 9년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노르웨이 국민이 이룬
위대한 성취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도 국민입니다.
한국이 식민지에 처해있던 100년 전,
나무꾼, 학생, 맹인, 광부, 머슴, 기생, 시골 촌부 등
평범한 국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3.1독립만세운동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인구의 10%인 202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 항쟁이었습니다.
독립 후 한국전쟁을 겪고서도, 7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국민들의 힘으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뤘습니다.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성과로 평가받습니다.
자신은 못 배웠어도 자식 교육에는 투철했던 아버지와 어머니,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북돋아 준 이웃과 친구,
국가와 사회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촛불을 들어 민주주의 회복에 앞장섰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은 공식적으로 2017년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을 달성했고,
지난해 수출 6천억 불을 넘어 세계 6위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등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국민 복지를 더욱 높이는 포용국가로 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남·북·미 정상의 결단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의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 중입니다.
2017년 베를린에서 나는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상을 제안했고
지난해 1월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이에 화답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북한의 참가와 국제적 지지 속에서
성공적인 평화올림픽이 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4월 나는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분단 이후
남쪽 땅에 처음으로 발걸음을 디딘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간에 군사적 적대행위를 멈출 것을 합의했고,
비무장지대의 초소 철수와 유해발굴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남과 북은 개성에 설치한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언제든 만나고,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남과 북, 유엔사의 군인들이 함께 근무하는
DMZ의 공동경비구역을 비무장화했고,
먼저 남측 구역부터 일반 관광객에 개방했습니다.
남북분단의 상징이었던 비무장지대에 '평화의 길'이 조성됐고,
일반인들도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르웨이가 단 한 번도 평화를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고
오늘의 평화를 이룬 것처럼
한국 정부 또한 평화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며,
반드시 평화를 이룰 것입니다.
마침 오늘은 '제1차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담대한 의지와 지도력이 큰 기여를 했습니다.
1년 전 오늘, 역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손을 맞잡았고,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의 큰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지금 그 합의는 진행 중입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화가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70년 적대해왔던 마음을 녹여내는 과정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닙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이 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의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입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여전히 상대에 대한 신뢰와 대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대화를 통한 평화 실현에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주고 있으며,
지금의 상황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평화란 힘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평화는 오직 이해에 의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통찰이
우리 모두에게 새겨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내외 귀빈과 학생 여러분,
우리는 국민의 힘으로 평화를 만들어 온 노르웨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지혜를 배웁니다.
첫째, 일상을 바꾸는 적극적 평화입니다.
평화에 관한 선구적인 철학과 이론을 제시한 '요한 갈퉁'은
평화를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직접적 폭력이 없는 소극적 평화와
구조적 갈등요인을 찾아 해결하는 적극적 평화입니다.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은 서로 간 적대하는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야
구조적 갈등을 찾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냥 서로 등 돌리며 살아도 평화로울 수 있지만,
진정한 평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평화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화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좋은 것이 되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분단이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
심지어 국민의 사고까지 제약해 왔습니다.
그로 인해 경제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정치 문화는 경제 발전을 따르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는 노르웨이와 북유럽이 평화를 만들어 온 방법이었습니다.
1950년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 사이에
대기오염, 해양오염 등 환경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노르웨이는 소극적 평화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주변국과의 협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여
국민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1979년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장거리이동 월경성 대기오염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1985년 대기오염물질을 30% 감축하기로 한 '헬싱키 의정서'는
생활과 밀접한 문제까지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난개발, 오염물질 투기,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로
어족자원이 고갈되고, 생태계가 망가지자,
노르웨이는 연안국들과 해양오염 문제 해결에도 나섰습니다.
1972년 '오슬로 협약'을 체결해 해양투기를 강력하게 규제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오슬로의 맑은 공기와 깨끗한 바다는
대화와 협력, 공감과 이해로 이룬 평화의 모습입니다.
노르웨이의 진심 어린 노력에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입니다.
함께 한 역사는 5천 년이고,
헤어진 역사는 70년에 불과합니다.
사람이 오가지 못하는 접경지역에서도
산불은 일어나고, 병충해와 가축전염병이 발생합니다.
보이지 않는 바다 위의 경계는
어민들의 조업권을 위협합니다.
갈퉁 교수가 지적한 대로,
남북한 주민들이 분단으로 인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것을
'국민을 위한 평화(Peace for people)'로 부르고 싶습니다.
접경지역의 피해부터 우선 해결돼야 합니다.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에 따라 설치된
'접경위원회'는 협력의 좋은 사례입니다.
동독과 서독은 접경지역에서 화재, 홍수, 산사태나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접경위원회'를 통해 신속하게 공동 대처했습니다.
이러한 선례가 한반도에도 적용되어,
국민들 사이에서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이 자라길 바랍니다.
평화가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모일 때,
국민들 사이에 이념과 사상으로 나뉜 마음의 분단도 치유될 것입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커다란 평화의 물줄기도
더욱 힘차게 흐를 것입니다.
둘째, 이웃국가의 분쟁과 갈등 해결에 기여하는 평화입니다.
평화의 소중함을 자각한 노르웨이 국민들은
다른 나라의 평화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1993년 '오슬로 협정' 체결을 통해
반세기 동안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PLO) 간 갈등을 중재했습니다.
이 역사적인 평화협정은
노르웨이의 평범한 외교관 부부의 상상력과 용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부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고위직을 한자리에 모아
수차례 비밀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부부의 노력으로 이-팔 양측은
상대를 미움과 증오의 대상이 아닌
대화와 이해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평화로 가는 과정을 창조한 이 부부의 이야기는
J.T. 로저스에 의해 연극 '오슬로'로 재구성되어,
세계인에게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작년 말 한국에서도 무대에 올라,
평화를 열망하는 많은 한국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전세계에서 냉전이 종식되었지만,
한반도에는 여전히 냉전구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남북은 분단되어 있고,
북한은 미국, 일본과 수교를 맺지 않았습니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정착은
동북아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구도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합니다.
역사와 이념으로 오랜 갈등을 겪어 온 동북아 국가들에게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입니다.
나는 지난해 8월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의 에너지, 경제공동체로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다자안보공동체로 확대하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가 지역 평화와 화해에 기여하고,
아시아와 유럽의 공동번영으로 이어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국왕님,
써라이데 장관님,
스퇴렌 오슬로대학교 총장님과 학생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매년 5, 6월이 되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높은 '갈회피겐 산'에서
만년설이 녹아내립니다.
좁고 긴 피오르드를 거쳐 마침내 광활한 대양과 만납니다.
한반도 평화의 여정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러나 만년설이 녹아 대양으로 흘러가듯
서로를 이해하며 반목의 마음을 녹일 때
한반도의 평화도 대양에 다다르게 될 것입니다.
노르웨이와 한국은 평화의 동반자입니다.
한반도 평화가 단단히 자리 잡을 때까지
노르웨이가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노르웨이가 걷고 있는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숭고한 여정에
대한민국도 늘 함께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