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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공계 살리기'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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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공계 살리기' 시작해

4급 이상 공무원 행정-기술직 구분 없이 승진, 전보

앞으로 4급 이상 공무원의 직급이 통합돼 승진, 전보 때 행정직과 기술직간 차별이 없어지고, 행정고시와 기술고시의 명칭도 행정고시로 통합된다. 또 기술직 공무원의 채용 비율을 5급 이상은 50%까지, 4급 이상은 30% 이상으로 하는 할당제도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책은 9일 노무현 대통령이 중국 방문 중 이공계 출신의 공직 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직후, 발표된 것이라서 과학기술계는 정부의 본격적인 '이공계 살리기'가 시작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행정직과 기술직간 차별 없어질 듯**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자문회의)의 최재익 사무처장과 신문주 국정과제2조정관은 10일 과학기술부 기자실 브리핑을 통해 4급 이상 행정직과 기술직의 직급을 통합하고, 기술직 공무원을 대폭 늘리고 임용할당제를 실시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공계 관계자들은 이번 확대방안에서 가장 눈여겨 볼 것은 4급 이상 행정직과 기술직의 직급이 통합돼, 사실상 기술직에 대한 차별이 없어진 것과 임용할당제를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중 기술직 공무원 비중은 매우 낮다. 현재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8만8천47명중 행정직은 6만6천3백41명, 과학기술직 2만1천7백33명으로 약 3:1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주요 정책결정 직위인 3급 이상으로 가면 더욱 심해져 연구기술직까지 포함하더라도 기술직은 21.6%로 큰 차이가 있다. 1급은 아예 9.7%에 불과해 국, 과장급 이상에서 기술직은 사실상 특정 부처에만 집중되어 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행정직과 기술직의 직급이 분리돼 있고, 기술직의 경우에는 직군/직렬이 세분화되어 있어서 업무 능력이 우수하더라도 승진과 보직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기술직 3급 보직이 딱 1곳인 부처도 있다. 현재 기술직이라는 이유로 모 부처 산하 기관의 국장(3급)을 2년 넘게 하고 있는 김 모 씨는 "3급 정도 되면 행정직과 기술직의 업무 구분이 거의 없다"면서 "어떤 경우에는 행정직으로 할당된 보직 자리에 기술직이 가면 더 잘할 것 같은 자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안대로만 된다면 공직 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이번 방안에는 기술직의 세분화된 직군/직렬을 통합 후 단순하게 재분류하고, 기술직 공무원의 정책개발 능력 함양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또 이런 조치를 체감하게 하기 위해서 행정고시와 기술고시의 명칭도 행정고시 하나로 통합할 예정이다.

자문회의측은 11일(금)에 공청회를 한차례 더 개최한 뒤, 이달 말 열리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에 상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문회의에서 밝힌 추진 일정에 따르면 이번 방안은 빠르면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과학기술계, "이공계 공직 진출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방안에 대해서 과학기술계와 전문가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과위에서 방안이 확정된 뒤에도, 조속한 법령 개정절차가 이뤄지고 현실에서 빨리 정착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 장관 등 인사권자와 관료들의 인식 전환과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임용 할당제의 경우에는 "각 부처 장관이 중앙 인사 관장 기관과 협의해 운영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실제로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있다. 해당 인사권자들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 임용 할당제는 서울대의 지역 할당제 계획과 마찬가지로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의 '이공계 살리기' 대책이 "이공계 공직 진출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과기노조)의 이성우 위원장은 10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가 정부의 이공계 문제 해결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이것이 이공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각 부처 관료들이나 과학기술정책 입안자들이 현장 과학기술자들이나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스템을 마련해 현장이나 현안과 좀더 밀착된 정책들이 나온다면 그 파급 효과는 이공계 공직 진출을 단순히 늘리는 것보다 더 크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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