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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지까지 차로 옮겨 가축 생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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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지까지 차로 옮겨 가축 생매장"

농림부, 법 무시한 구제역 방역 대책 충격

구제역 방역 대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감염되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가축을 밀봉 없이 매몰지까지 차량으로 이동시켜 생매장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소장 박오순 변호사)와 생명체학대방지포럼(대표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은 7일 농림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구제역 방역 대책 과정에서 '동물보호법', '가축전염병예방법', '구제역긴급행동지침'을 위반하면서 방역 대책에 나선 것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환경소송센터 등은 "농림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구제역 발생 가축에 대해 살(殺)처분 없이 매몰을 공공연하게 해오는 등 구제역 관리 책임 기관인 농림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법을 공공연하게 어기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가축 전염병의 예방과 대응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편의주의적 행태와 동물권 경시에 경종을 울리고자 감사를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엽기적인 생매장 이루어져"**

구제역은 발굽이 2개인 소, 돼지 등의 입,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긴 후 치사율이 5에서 55%에 달하는 가축의 제1종 바이러스성 법정전염병이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현행 가축전염예방법은 병에 걸렸거나 걸렸다고 의심되는 가축에 대해서 지체 없이 살처분하고, 처분된 가축의 사체를 소각 또는 매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0년과 2002년, 66년 만에 구제역이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에서 확산되자 농림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적극적인 방역 대책에 나섰다. 환경소송센터 등의 주장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농림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축들을 살처분 사실 확인 없이 공공연하게 매몰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개 살처분 두수(頭數)가 1천여 마리가 넘으면 살처분 사실 없이 매몰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경기도의 140개 매몰지 중 약 30%가 생매장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율곡리에서는 8천 두의 돼지를 살처분해야 했으나, 살처분 장비가 열악해 살처분을 실시하지 못하고 모두 생매장했다는 것이다. 당시 매장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수없이 몰려오는 돼지를 사실상 전살(電殺)할 수도 없었다. 밤새 돼지를 싣거나 몰고 구덩이에 집어넣었다. 돼지 비명이 귓전을 때렸다"고 증언하고 있다.

환경소송센터 등은 "생매장 과정에서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과 의심 가축을 살아있는 상태에서 매몰지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구제역긴급행동지침'에는 차량을 밀봉하지 않은 채로 대상 가축을 차량 이동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차량 이동 과정에서 공기를 통해 전염 확산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돼지의 경우는 구제역 바이러스 배출량이 소보다 1백에서 3천 배나 되는 등 전파 확산 위험이 크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매몰 과정 및 사후 관리도 문제 투성이**

이번 감사 청구 내용 중에는 농림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매몰 과정에서도 지침의 내용을 위반하고, 매몰지 사후 관리도 문제투성이라는 사실이 들어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현재 지침에는 사체를 넣은 후 지표까지의 간격이 2m 이상의 깊이가 되도록 4내지 5m 깊이로 파내고, 구덩이 밑바닥에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생석회 도포를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규정이 제대로 안 지켜진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생매장한 가축들이 다시 기어오르는 일도 다반수로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립에 참여한 관계자는 "포크레인이 작은 것이 투입될 때, 구덩이가 작아 돼지가 다시 나오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증언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흙을 덮더라도 가축들이 흙벽을 타고 기어오르다 지표 가까이에서 죽을 확률이 높다. 병원체의 공기로의 확산 우려나 들짐승에 의해 매몰지가 파헤쳐 질 위험이 있어 2차 오염이 우려됨은 물론이다.

또 매몰된 후 일정기간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가스배출관이 1년이 넘도록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설치 후, 가스발생이 적거나 미미할 경우에는 가스배출관 수를 줄이거나 제거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방치된 가스배출관에 우수가 투입되면 침출수와 섞여 지하수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구제역 종식 후 작년 11월에는 '청정국' 인정을 받았다"면서 "1년이 넘도록 재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방역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도살, 도축시에도 '동물권' 고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이런 "엽기적인 생매장이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동물권을 고려하지 않는 현실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경우에는 도살, 도축될 동물들의 경우에도 "동물 보호를 위해 공통적으로 적용할 최소한의 기준"에 따라 취급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살과 도축시에 동물들은 "피할 수 있는 고통과 통증이라면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 아래 "도축 전 기절이나 즉사"를 규정하고 있다.

환경소송센터와 생명체학대방지포럼은 생매장이나 법, 지침을 무시하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축방역관이 살처분 여부를 확인"하는 행위를 추가로 규정하고, 살처리 대상인 "많은 가축들을 고통없이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1억원이 넘는 전살 차량이 1대밖에 없는 국내 현실에서 20대 초반의 군인들이 1천 마리가 넘는 가축을 타살(打殺')하는 데 동원되고 있다"면서 "일본처럼 '약살(藥殺)'을 허용하는 것을 포함해 대안을 시급히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본은 "증상이 발견되는 가축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약살, 전살 등의 방법에 의해" 처리하도록 규정해 약살을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권 보호에 대한 논란이 있기를"**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 홍욱표 부장은 7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법, 규정이 무시되는 편의적인 현재 관행은 방역에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면서 "더 나아가 이번 소송을 계기로 '전염병을 가진 금방 도살, 도축될 동물들의 권리'까지 고려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이 우리 사회 동물권 논의를 심화시키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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