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판 국가보안법'으로 불리며 홍콩시민 50만명이 시위에 나서는 등 격렬한 반발에 부딪쳤던 '국가안전법(기본법 23조)’이 결국 입법 연기됐다. 홍콩 인수후 중국정부가 겪은 최초의 좌절이다.
둥젠화(董建華) 홍콩 특구 행정장관은 7일 새벽 2시 행정회의(내각) 특별회의를 긴급소집한 후 국가안전법’ 입법 연기 성명을 발표했다. 명보(明報) 등 홍콩 주요 언론들은 "이에 따라 9일로 예정돼있던 국가안전법 심의는 상당기간 보류가 불가피해졌다고 보도했다.
국가안전법이 갑자기 입법 연기된 배경에는 친정부 자유당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자유당의 톈페이준(田北俊) 주석은 지난 6일 밤 입법 연기를 요구하며 행정회의 위원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그동안 입법 찬성파로 분류돼 오던 자유당의 8명 의원이 반대로 돌아섬에 따라 홍콩 전체 입법회 의원(국회의원) 60명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입법에 반대하게 돼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기존에 입법에 반대하던 의원은 총 23명이었다.
둥젠화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앞으로 며칠간 시민들의 반대 의견을 수렴해 수정한 국가안전법 초안 3개항 양보안을 시민들에게 설득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입법에 대한 강한 미련을 비쳤다. 둥 장관은 문제가 된 국가안전법 초안 3개항에 대해서 "불법조직 불허 조항과 경찰의 무영장 가택수색 허용 조항은 삭제하고 국가기밀을 공표하는 언론인들을 보호하는 조항을 신설하겠다"며“홍콩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수정안과 수정안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좀 더 많은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성명서에서 밝혔다. 하지만 홍콩 정계에서는 둥 장관의 사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로 자유당 주석을 역임했던 리펑페이는 “자유당이 둥젠화 행정부에 불신임을 표시한 것”이라면서 “둥 장관은 이제 홍콩을 통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사실상 둥 장관의 사임을 예상했다. 그는 “둥 장관이 사임해야 한다는 홍콩 시민들의 요구에 중국이 답변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그동안 입법 무기한 연기를 주장해온 야당인 민주당의 응섬 주석은 “용기있고 신중한 결정을 내려준 톈 주석에게 찬사를 보낸다”며 자유당 지도자들의 입장 선회에 지지를 표했다.
둥 장관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여전히 냉담하다.‘기본법 23조‘ 3개 조항 수정 양보안과 관련, 불충분하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홍콩 시민 5만여명은 9일 만일 입법이 행해질 경우 입법연기를 요구하며 의사당을 포위해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다.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내 최대 시위를 불러일으켰던 홍콩 국가안전법 입법이 연기됨에 따라 입법 지지의사를 공공연히 천명한 중국 정부가 어떠한 입장을 보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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