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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김원봉…대통령의 진심과 야당의 의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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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김원봉…대통령의 진심과 야당의 의심 사이

靑 "이념과 정파 뛰어넘자는 것" 해명에도 보수 야당 일제히 반발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을 언급한 배경을 놓고 청와대와 보수야당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정파와 이념을 뛰어넘어서 통합으로 가자는 취지"였다는 청와대의 설명에도 야당은 대통령이 앞장선 분열의 정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어제(6일) 추념사의 핵심 메시지는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전날 "저는 보수이든 진보이든 모든 애국을 존경한다. 이제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김원봉의 사례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힘으로 1943년 영국군과 함께 인도-버마 전선에서 일본군과 맞서 싸웠고, 1945년 미국 전략정보국(OSS)과 함께 국내 진공작전을 준비하던 중 광복을 맞았다"며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 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밝혔다.

항일 무장투쟁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면서도 해방 후 남과 북 어디에서도 독립에 기여한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김원봉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임시정부 100년을 맞은 해에 역사를 대승적으로 되돌아보자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학계에서 이루어져야 할 과제를 문 대통령이 화두로 끌어올리면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게 된 대목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인 2015년에도 문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 드리고 술 한 잔을 바치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야당이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를 김원봉에게 서훈을 주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몰아붙이는 배경이다.

월북 뒤 북한에서 고위직을 지냈다는 이유로 해방 전의 혁혁한 항일 행적이나 김일성에 의해 숙청된 비참한 생애를 외면하는 야당은 김원봉을 '빨갱이의 상징'처럼 간주한다. 문 대통령의 김원봉에 관한 언급 자체가 이념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라는 곡해는 이로써 비롯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분열과 갈등의 정치로 정치권과 국민에게 누구 편이냐고 다그치고 있다"며 "결국 내 편, 네 편을 갈라치는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앞서 5·18 기념사에서 '독재자의 후예' 등의 발언을 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 정치를 계속 싸움판으로 만들기 위해 도저히 보수우파가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으로 야당의 분노와 비난을 유도하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에게 국민통합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문 대통령은 사회통합을 말하려다 오히려 이념 갈등을 부추긴 것이 됐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대통령은 자기 생각과 신념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고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을 지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손 대표는 "대통령의 연이은 분열 지향적인 발언에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며 "3·1절 기념사에서의 빨갱이 발언, 5·18 기념사에서의 독재자의 후예 발언 등은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사회통합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임시정부도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어서 구성했고, 김원봉 선생도 이에 호응한 것으로 백범일지에 나와있다"며 "독립 과정에 있었던 김원봉 선생의 역할에 대해 통합의 사례로 이야기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김원봉 선생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역사학계에서 해야 할 문제이지만, 메시지의 취지와 맥락으로 보면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자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김원봉이 한미동맹의 뿌리인 것처럼 말했다'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논리적 비약"이라며 "통합된 광복군이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한미 동맹의 토대가 된다고 (문 대통령이) 분명히 언급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이해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김원봉의 서훈을 위한 발언이었다'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서훈은 별개의 절차와 기준이 있다. 절차와 기준에 따라 정하면 될 일"이라면서 "대통령께서 언급했다고 여론에 따라 정할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 말씀의 취지와 서훈 문제는 별개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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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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