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99년도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했던 사법제도개혁의 일환으로, 미국식 로스쿨 형태의 법과대학원이 내년 4월 전국에서 72개교가 설립된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이후 1백년 만에 이루어지는 사법제도개혁이 그 결실을 맺는 반면,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본, 3년제 법과대학원 내년 4월부터 시행**
일본 내각의 사법제도개혁본부가 마련한 골격에 따라서 새로운 법조인 양성을 위해 도입되는 법과대학원 신설 모집에 전국에서 총정원 5천9백50명의 72개교가 문부과학성에 신청을 마쳤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1일 보도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법시험제도를 갖고 있는 일본이 이번에 새로 도입하는 법과대학원제도는 법학부 출신자는 2년, 다른 학과 전공자는 3년간 법이론과 실무를 수료한 뒤 사법시험을 치르되, 수료 뒤 5년간 3차례에 걸쳐서는 사법시험 1차를 면제해준다.
일본이 진통 끝에 이러한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게 된 배경은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대비하고 부족한 법무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일환이다.
현행 사법시험 제도 하에서는 주입식 시험공부와 교재에만 의존하는 '불완전한' 법조인을 배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 앞으로 법조인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주입식에 익숙한 자질이 아니라 풍부한 인간적 감수성과, 폭넓은 교양 및 전문적 지식 외에 국제적 시야와 유연한 사고력 등이 필요한데 기존의 제도로는 변화에 따른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현행 사법시험 제도의 '점수' 의존 선발방식이 이제는 교육을 강조하는 선발방식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족한 법무인력 양성도 일본에게는 시급한 문제다. 비싼 비용과 까다로운 절차 등의 문제로 인해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실제로 일본의 법조인 1인당 국민 수는 6천3백명으로 미국 2백90명, 독일 7백40명, 영국 7백10명, 프랑스 1천6백40명에 비해 상당히 높다.
하지만 새로운 법학대학원제도가 시행되면 현재 매년 1천명가량인 합격자수가 2010년에는 3천명 정도로 늘어나고, 현재 2만명 정도인 법조인 수는 2018년엔 5만여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학대학원 제도로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얻겠다는 계산이다.
***일본과 유사한 제도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해결책 도출 안돼**
그렇다면 한국의 사법시험제도는 어떠한가.
그 형식에 있어서 기존의 일본 사법시험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한국의 사법시험제도는 문제점에 있어서도 일본이 느껴온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사시 합격자 정원은 1991년에 2백87명에서 96년 5백2명, 2000년에 8백명, 2002년에 1천명까지 증가하였으나 여전히 법률 서비스를 일반 서민들이 받기에는 문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우리나라 변호사 수는 1만명당 1명에 불과하다.
또한 법학 교육에 대한 문제점도 끊임없이 제기되어오고 있다. 지난 5월 연세대 법대 김정오 교수는 법과사회이론학회(회장 서울대 한인섭 교수) 주최로 열린 '법학교육과 법률가 양성제도의 개혁'이라는 심포지움에서 "미국은 로스쿨에서 법조윤리과목을 필수로 지정하는 등 고도의 윤리의식과 책임의식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최근 법대생들은 점점 사법고시 위주로 수강하고 있으며 정도가 심할 정도로 고시에 매달리고 있다"고 우려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낳고 있는 현행 사법시험 제도와 그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법학교수와 법조인등 법률 전문가들은 인식을 같이 하고 있으나 그 해결방안으로서의 로스쿨제도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법학교수 측에서는 로스쿨을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법조인 측에서는 로스쿨이 도입되었을 경우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로스쿨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교수인력수급에 한계가 있고 결국 실무능력은 현실에서 배워야하기에 교육기간만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민대 김동훈 법학 교수는 "일본이 이번에 로스쿨제도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이해당사자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논의가 진행되었기 때문"이고 "이론과 인성교육이 뒷받침 되지 않은 실무는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하며 이제는 시험에서 교육으로 중점이 옮겨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법무부는 오는 2006년부터 법학과목 35학점 이상 취득자에게만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하지만 단순히 응시자격을 제한하고자 하는 이러한 규정으로 전반적인 사법시험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로스쿨과 같은 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해 논의가 된지는 꽤 오래된다. 지난 95년 김영삼 정부 때 이미 전문법학대학원 도입론이 나왔었다. 하지만 여러 이해관계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사법시험 제도와 관련,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장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법학대학원 문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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