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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인적 청산'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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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인적 청산' 할 수 있을까

'경선 1등공신' 정형근-김용갑-김용환 딜레마

조선일보가 자사 편집국장 출신인 최병렬 한나라당 신임대표에게 엄한 주문을 했다. 한나라당의 '그 얼굴에 그 얼굴'들을 혁명하듯 갈아치우라는 주문이다.

조선일보는 27일자 사설 "'최병렬 한나라당'은 다 바꿀 각오부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한나라당의 개혁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국민은 한나라당의 '그 얼굴에 그 얼굴'들을 보며 식상한 정도를 넘어 염증을 느끼고 있다. 지역 몰표에 기대서 국회의원을 좋은 취직자리 정도로 여겨온 인사들을 혁명하듯 갈아치우지 못한다면 국민은 아무런 감동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최 대표도 평소 이런 소신을 밝혀온 바 있다. 그가 온정주의에 이끌려 소신을 바꿀지, 아니면 국민을 보고 당내 저항을 돌파할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보수 개조론’ 통해 대대적 물갈이 예고**

조선일보가 지적한 "최 대표의 평소 소신"은 대표경선 도중 최 대표가 화두로 끄집어낸 '보수 개조론'에 집약돼 있다. 최 대표는 지난달 27일 '대한민국 한국정치와 한나라당이 가야할 길'이란 주제발표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한국의 보수주의는 건국 이후 우리가 성취한 것에 집착하고 그것을 누리려고만 했을 뿐, 한 걸음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 체제에 대한 비전(vision)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 사회가 보수적 기조로 발전되어 오면서 보수주의 스스로가 안일과 나태에 깊이 젖어 자기혁신을 게을리 했다. …냉전적 이념 대결과 북한과의 체제 경쟁이 지속되면서 우리는 보수주의의 우산속에 스며든 기회주의 세력, 부정부패 인사, 반민주적 인사에까지 피난처를 마련해주는 우를 범했다. …심지어는 국가체제의 근본인 국방의 의무와 납세의 의무까지 회피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원조보수'를 자처하는 최 대표의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경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발언들과는 무게감이 달랐다. 또한 최 대표의 이 같은 의지표명이 ‘과거 혐의는 묻어두고 가겠다’는 식의 퇴로를 열어둔 발언이 아닌 이상, 그가 ▲기회주의 세력 ▲부정부패 인사 ▲반민주적 인사라고 적시한 대목은 당선시 대대적인 인적 청산에 대한 예고편으로 받아들여졌다.

***정형근, 김용갑, 김용환을 어찌하리**

최 대표의 분류에 따르자면 철새 정치인으로 불리우는 ‘기회주의 세력’, 각종 비리에 연루돼 구설수를 남긴 ‘부정부패 인사’, 독재권력의 수족 노릇으로 정치적 기반을 닦았던 ‘반민주적 인사’는 청산대상 1호로 꼽힐만하다.

그러나 최 대표의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정치적 이상과 정치 현실 사이의 괴리가 얼마나 큰가를 실감케 한다.

우선 최 대표의 경선전략 밑그림을 그린 1등 공신이 부산의 정형근 의원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정 의원은 노태우 정권 시절 안기부 1차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대선 당시엔 국정원 도청문건을 폭로하는 등 한나라당의 대표적‘네거티브 정치인’의 대명사로 통한다.

경남권 사수에는 전두환 정권 시절 안기부 총무국장 및 기조실장을 지낸 김용갑 의원이 앞장 섰다. 김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향해 “조선노동당 2중대 1소대”라며 노골적인‘색깔론’을 제기한 바 있으며, 당내 소장파의원들에 대해서도 여전히 “진보를 가장한 좌파”라고 몰아치고 있다.

서청원 후보의 아성인 충청권을 흔드는 데에는 김용환 의원의 활약이 컸다. 김용환 의원은 2001년 말, 자신이 부총재까지 역임한 자민련을 탈당,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철새’ 경력을 가지고 있다.

경선과정에서 이들의 역할이 아무리 지대했을지라도, 최 대표의 ‘보수 개조론’에 대입해 보면 논공행상에 이들이 끼어들기에는 결격사유가 지나치게 커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최병렬 체제 첫날부터 ‘중용설’이 나돌고 있다.

***조선일보의 변함없는 ‘잣대’를 기대하며**

이를 우려한듯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의 개혁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라고 정확하게 지적했다.

최 대표에게는 '보수 개조'라는 자신의 정치적 숙원과 더불어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현실정치의 숙제가 놓여있다. 이같은 딜레마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최 대표의 선택을 옥조일 것이다. 선거기획에 비상한(?) 능력을 가진 측근들을 ‘승리’를 위해 중용할 것이냐,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보수의 우산’ 속에서 이들을 몰아낼 것이냐는 모두 최 대표의 손에 달려있다.

이 과정에 거센 저항에 직면하고, 유사시에는 '그러면 최대표 당신은?'이라는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대표가 걸어온 정치과정도 결코 논란의 과정에서 예외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 대표에게 던진 조선일보의 ‘고언’은 다시 조선일보에게도 큰 책임으로 되돌아간다. 최 대표가 “온정주의에 이끌려 소신을 바꿀지, 아니면 국민을 보고 당내 저항을 돌파할지”를 조선일보는 오늘의 잣대로 철저히 검증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과감한 인적 청산을 앞세운 최 대표의 '보수 개조'가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한나라당의 미래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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