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하루에 15억 달러의 자본이 유입되어야 유지되는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국이다. 달러가치가 폭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부터 자본들이 대거 이탈하지 않는 것은 그래도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점에서 안전자산 선호 때문이다.
금융전문가들이 미국이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사실상 달러 가치 하락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것도 미국의 자본시장을 안전하게 보는 해외 투자자들의 인식에 기초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월가의 블룸버그 통신은 16일(현지시간) 월가의 자만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 연방정부가 사실상 보증하는 미국 제2의 주택저당회사이자 세계 최대의 금융기관의 하나인 프레디맥(미 연방주택저당공사)이 회계분식 의혹에 휩싸이면서 특히 아시아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프레디맥, 미국판 대마불사(大馬不死)?**
블룸버그 통신의 아시아경제 담당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주니어는 '프레디맥은 아시아에서 할 일이 있다'라는 칼럼에서 "프레디맥은 미국 경제의 축소판이 될 것인가"라면서 "프레디맥이 미국의 주요자금원이 돼준 아시아에 심각한 신용문제를 야기시키고 나아가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시아는 미국 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의 주요구매자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분기의 경우 아시아는 미국 금융기관 채권을 3백20억달러 구입한 반면 유럽은 2백억달러도 못된다.
시장분석가들은 아시아가 보유한 미국 금융기관 채권은 거의 3분의 1에 달하며 대부분 아시아의 중앙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때문에 페섹은 "프레디맥은 아시아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중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투자자들은 미 연방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프레디맥의 사태가 확대될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프레디맥의 10년만기 채권값이 지난주 상당폭으로 하락했다.
아시아의 중앙은행이 프레디맥과 페니메(미주택저당협회) 같은 금융기관의 채권을 사들이는 주된 이유는 이 기업들에 대해 연방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주는 보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 높은 미 재무채권보다 수익률도 높은데 연방정부의 든든한 보장까지 있으니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같은 지원은 프레디맥의 채권에 대한 보증도 아니며 기업 파산을 막아주는 것까지 포함하는 게 아니다.
페섹도 "프레디맥의 채권을 선호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사실 여부는 차지하고 미국이 프레디맥같은 공기업을 파산으로부터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페섹은 "프레디맥의 회계분식 의혹은 아시아 투자자들이 달러 표시 자산을 투매하는 등 미국 채권 시장 전반에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경고했다.
페섹은 "이같은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치부돼 왔지만 좋은 시절은 끝나가고 있는지 모른다"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아시아에서 높지 않다는 점도 이런 판단의 근거"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유럽자산 선호, 아시아 증시호황도 미국에겐 위협**
그는 "월가의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금리인하와 미 정부의 감세안 등으로 경제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바로 이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이 아시아로부터 자본을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페섹은 "점점 더 아시아 투자자들은 달러만이 아니라 유로화 자산을 보유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 아예 서구에 흘러들어오는 아시아의 자본을 아시아내에 묶어두려는 지역채권시장을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페섹은 일본의 주식 시장의 회복세도 미국에게는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았다.
여전히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더 많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이 엔화 표시 자산을 매입할 시기가 아닌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일본의 주식시장은 니케이 225평균지수가 붕괴 직전 최고치를 기록한 1989년 이후 최대 거래량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페섹은 "미국의 취약한 상황으로 볼 때 일본의 투자자들이 자금을 국내로 돌리는 선택을 한다고 놀랄 일이 아닐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미국의 경제는 차지하고 미 채권시장을 떠받치던 주요 지지대가 사라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섹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은 '미국은 언덕 위의 멋진 집으로 세계에 비쳐지고 있다'고 말하곤 했지만 이제는 아시아가 미국에게 그런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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