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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콩의 전쟁'...재선 준비 트럼프 '텃밭' 건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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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콩의 전쟁'...재선 준비 트럼프 '텃밭' 건드리다

[분석] "미·중 무역분쟁은 패권전쟁 일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대한 외교적 협상 타결 기대가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극적인 '빅딜'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는 시간이 갈수록 회의적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현재의 무역분쟁은 미·중 간 경제적 갈등의 영역을 넘어선 '패권 전쟁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 압박에 대해,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6월 1일 중국 정부는 60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추가로 시행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까지 1100억 달러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나머지 600억 달러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산 수입품 전체'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게 되는 셈이다.

보복관세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교역 규모의 차이로 '비대칭 보복'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보복관세 맞대응에 대해 트럼프 정부는 이미 예고한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단행할 전망이다. 이미 2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나머지 3250억 달러(약 387조40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협상으로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대두 수입을 중단하고, 희토류 수출 금지 카드까지 시사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AP=연합

중국,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으로 트럼프 직격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관세는 중국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미국의 압박에) 약한 국가가 된 이란이 협상을 원하듯 중국도 매우 약한 국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고개를 숙이지 않는 한 협상이 아니라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는 경고다.

하지만 중국도 미국의 관세 부과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인 상황이다. 중국은 교역 규모 차이로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지자, '자원의 무기화'를 추가 카드로 꺼내 들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은 국가 주권과 존엄에 상처를 주는 어떠한 합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다.

또한 가오펑 대변인은 "중국의 희토류로 만들어진 제품이 중국 발전을 억제하는 데 쓰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면서 "미국이 성의를 갖고 중국이 제시한 핵심 관심사를 적절하게 해결함으로써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토류는 휴대폰·반도체·전기차 배터리는 물론, 미국의 미사일과 레이저에도 쓰이는 필수원료로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광물 원석에서 존재하는 양이 극히 적은 금속류다. 희토류는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고, 미국도 전체 희토류 수입량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 맞서 희토류 수출 제한도 불사하겠다는 경고로 해석되는 발언은 상무부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 28일 중국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누군가 중국산 희토류로 만든 제품으로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 한다면 중국 인민이 절대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20일 희토류 생산업체를 시찰한 자리에서 "희토류는 중국의 중요한 전략자원"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 최고지도자까지 포함된 중국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희토류 수출 금지를 미국에 대한 무기로 쓸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들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 2010년 일본과 동중국해 일부 섬에 대한 영유권 분쟁에서 희토류의 대(對)일본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해 이틀 만에 일본의 굴복을 받아낸 사건은 희토류가 '자원 무기'로 가공할 위력을 보여준 사례로 회자된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압박에 '자원 무기'까지 동원해 반격에 나선 것은 무역분쟁의 성격을 경제적 현안만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전쟁' 의지는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조치로도 드러났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국영 곡물 수입업체들은 당국으로부터 '미국산 대두를 계속 수입하라'는 지시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미국산 대두 수입이 재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대두 수입국으로 대부분은 사료로 사용된다. 중국이 '맛보기 자원 무기'로 대두를 선택한 것은 미국산 대두의 주 생산지인 중서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이기 때문이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핵심 지지층인 중서부 농민들의 표심 이탈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해 7월 미국이 대중 관세 인상으로 무역분쟁의 선공에 나선 직후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미국산 대두의 수출물량이 급감했고, 지난해 미국 농가소득은 2013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3일 16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농가 지원 정책을 발표해 '농민 유권자 달래기'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만큼은 중국 정부가 실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핵무기를 함부로 쓸 수 없는 것처럼, '희토류 카드'가 그렇게 위력적이라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쓴다는 것은 사실상 전쟁을 불사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중국에 희토류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만 정밀타격할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어렵다.

희토류 카드가 미국에게 타격을 주지 못한 데다, 오히려 중국의 피해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라는 정반대의 분석도 있다. 희토류는 지구상에 드물게 분포한다는 의미에서 희귀한 금속이 아니다. 희토류가 포함된 광물 원석은 미국을 비롯해 브라질, 호주, 베트남, 인도, 북한 등 다른 나라에도 많이 존재한다. 다만 희토류가 원석에서 차지하는 양의 비중이 극히 적고, 이를 추출하기 위한 공정 자체가 심각한 공해를 일으키기 때문에 채산성이나 환경문제로 자체 생산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희토류를 수출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일종의 전쟁상황으로 간주하고 희토류를 자체 생산하거나 다른 수입선을 동원하는 체제 구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재고도 1년 정도 쌓아두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이 실제 타격을 주기까지도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자원의 무기화'로 반격에 나설 의지를 보인다면, 미국은 외교안보에서도 중국을 압박하는 다양한 카드를 쓰기 시작했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특수전사령부와의 합동훈련을 내년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수복할 영토로 보고 있는 대만 문제까지 활용할 수 있다. 자칫하면 미·중 간 군사적 분쟁까지 확대될 우려도 나온다.

지난 23일 미 군함 2척이 중국과 대만 사이에 있는 대만해협을 통과해 중국의 코앞에서 군사작전을 펼쳤다. 중국은 외국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하지만 미 해군 구축함 등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올해에만 벌써 다섯 번째다.

미국 하원은 지난 7일 대만에 대해 첨단 무기 판매 보증과 군사적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담은 관련 법안 개정안들을 통과시켰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해온 중국이 폐지를 강력히 요구해온 법안들이다.

이에 맞서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 5일부터 대만과 불과 185㎞ 떨어진 저장성 인근 해역에서 엿새간 실사격 군사훈련을 했다. 대만도 이에 맞서 지난 22일 중국의 침공을 가정하고 구축함 등 함정 14척과 F-15 전투기 등 군용기 22대를 동원한 대규모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 갈등 속에 자칫 대만 해협에서 군사적 분쟁 가능성까지 우려된다고 경고한다. 실제 지난 3월 중국 전투기들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자 대만 전투기들이 긴급 출동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21세기 패권 국가'로 부상하려는 중국에 대해 미국이 정면으로 제동을 거는 '패권 전쟁'의 초기 양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 30일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에 해당하는 사회과학원 숭훙(宋泓) 세계경제정치연구소 부소장은 "미·중 무역 전쟁은 패권 전쟁 양상을 띠고 있어 향후 점점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양국 간 무역 갈등뿐 아니라 기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문제가 터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31일 사설을 통해 "미국은 현행 다자주의 질서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독단적인 패권주의 행위는 더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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