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강효상 후배 외교관만 '파면' 중징계

나머지 1명 '감봉 3개월' 경징계...유출 기밀 3건 중 1건만 다뤄

3급 비밀에 해당하는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한 주미대사관 소속 K 참사관에 대해 외교부가 파면 처분을 결정했다.

외교부는 30일 조세영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무공무원 징계위원회를 열어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한 K 참사관에 대해 이 같이 결정했다.

외교부는 또 K 참사관이 한미 정상 통화 요록을 볼 수 있도록 내용을 출력한 다른 주미대사관 직원 1명에게는 비밀관리업무를 소홀히 한 점을 인정해 '3개월 감봉' 결정을 내렸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 견책 등 경징계로 구분된다.

앞서 외교부 보안심사위원회는 K 참사관을 비롯해 비밀업무 관리를 소홀히 한 직원 2명 등 3명 모두에게 중징계를 요구했으나, 징계위는 K 참사관만 파면 처분한 셈이다. 파면 처분을 받은 공무원은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으며, 퇴직급여가 절반으로 감액된다.

다른 직원이 경징계를 받은 경위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징계위에) 참여한 (외부) 전문가분들이 그런 의견이 강했다"고 전했다. 징계위에는 조세영 차관 등 내부 인사 3명과 함께 변호사 2명, 현직 검사 1명, 전직 외교관 1명이 외부 징계위원으로 참여했다.

외교부는 K 참사관이 강 의원에게 총 3 건의 기밀을 유출한 것으로 파악했지만, 징계위는 이 중 한미 정상통화 유출 1건만 다뤘다. 앞서 외교부는 28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위원회에서 K 참사관이 한미 정상통화 내용 외에도 2건의 기밀을 반복적으로 유출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건의 기밀은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려 했으나 볼턴 보좌관의 거부로 무산됐다는 내용,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실무협의 내용 등이다.

조윤제 주미대사를 포함한 주미대사관에 대한 조사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공관장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모르겠지만, 조사를 마치고 돌아왔고, 추가 조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편 파면, 감봉 처분을 받은 외교관 외에 나머지 1명의 고위 외무공무원은 이번 주 내에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징계가 결정된다.

정부 차원의 징계와 별개로 외교부는 앞서 K씨와 강효상 의원을 기밀유출 및 누설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K 참사관 변호인은 파면 결정 뒤 "잘못은 있지만 의도적이지 않은 유출 1건에 대해 파면 결정을 한 것은 사건의 경위, 유출 범위, 과거 전례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과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항변했다.

또한 징계 건이 1건으로 한정된 사유에 대해서도 K 외교관 측은 "징계위를 진행하며 외교부 측에서 소위 '추가 2건'을 징계 사유로 즉석 추가하려는 듯한 시도가 있었으나 K 참사관 측 대리인의 이의 제기로 K 참사관과 대리인을 퇴장하도록 한 다음, 징계위원들과 외교부 측이 논의해 징계의결요구서에 적시된 징계 사유 1건에 대해서만 징계위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