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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마을 과잉진압 뒤엔 기무사와 국정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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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마을 과잉진압 뒤엔 기무사와 국정원이"

경찰청 진상조사위 "제주해군기지 건설, 국가기관 불법 총동원"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건설 과정에 해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이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9일 강정 해군기지 건설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경찰청에 재발 방지 및 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정책 개선을 권고했다.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은 2007년 4월 26일 당시 강정마을 회장이 마을 주민 1천900여명 중 불과 87명만 참여한 임시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내리고, 이를 공식화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임시총회는 절차적 문제로 뒷말이 무성했다. 자치규약인 향약(鄕約)에 따른 총회 소집공고와 안내 방송도 없었고 총회 의제도 공식 절차 없이 변경돼 상정됐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해군은 당시 마을회장이 운영하던 민박집을 회의 장소로 사용하며 매월 일정액을 지불하고, 해군기지 찬성 주민들에게 식사 등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제주도는 마을 여론을 배제한 채 후보지 선정 여론조사를 강행해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고, 국방부는 6월 8일 제주도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자 강정마을 주민들은 당시 마을회장을 해임하고 그해 6월 19일 임시총회를 열어 주민투표로 해군기지 찬반을 정하기로 했다.

해군은 사전 모의를 통해 주민투표를 무산시키기로 했고 투표 당일 해군기지사업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의 지시를 받은 해녀들이 투표함을 탈취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진상조사위원회에 따르면 경찰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수수방관했다.

당시 경찰의 경비대책을 보면 경찰은 찬반 단체 간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불법행위에 대한 예방 및 대처 차원에서 경력 340명을 배치했다.

하지만 해녀들이 회관 내에서 단상을 점검하고 투표함을 탈취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는데도 이를 제지하는 경찰은 없었다.

주민들이 수차례 112 신고를 했는데도 추가로 현장에 달려온 경찰관은 없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은 투표함 탈취를 방관한 데 대해 "경찰이 개입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투표함 탈취와 관련해 해군과 경찰의 사전 모의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진상조사위는 설명했다.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됐고 그해 8월 20일 열린 임시총회에서는 주민투표 결과 반대 680표, 찬성 36표, 무효 9표로, 마을 입장은 '해군기지 반대'로 공식 확정됐다.

하지만 해군의 방해 공작은 계속됐다. 해군은 투표에 불참할 것을 독려하는 전화를 주민들에게 돌리고, 투표 당일 새벽 강정마을 노인회 소속 노인들 100여 명을 해군 버스에 태워 도내 일주 관광을 하게 한 뒤 밤늦게 집으로 돌려보냈다.

2008년 9월 국가정보원과 제주지방경찰청, 해군과 제주도 관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순수 주민과 외부단체 격리 방안, 반대 세력에 대한 고소·고발과 인신 구속 등에 대한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전국 시민사회단체·종교계 등이 가세하자 정부의 대응도 강경해졌다.

경찰은 2010년 1월 해군기지 기공식 이후 강경 대응 방침을 세웠다.

반대 집회에 대한 채증 활동이 강화됐으며 '제주해군기지 경찰 대응팀'이 구성돼 운영됐다. 2011년 6월 당시 경찰청장이 제주도를 방문했으며 이후 집회·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이유로 서귀포경찰서장이 경질되기도 했다.

2011년 8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강정마을에 동원된 육지 경찰은 1만9천688명에 달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활동가 697명이 체포·연행됐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의 해군기지 반대 측 사람들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폭행, 욕설, 신고된 집회 방해, 무분별한 강제연행, 특정 지역 봉쇄 등 이동권 제한, 장기간에 걸친 차량 압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시위대 해산, 종교행사 방해, 불법적인 인터넷 댓글 등 과잉진압과 인권침해 행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찰 활동의 배후에는 기무사와 국정원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수의 제주경찰청 관계자들은 진상조사팀과의 면담에서 경찰이 군과 국정원에 휘둘렸다고 진술했다.

국정원이나 기무부대에서 제주 경찰의 대응에 대한 보고서를 상부로 올린다는 말이 있었고, 실제 이런 보고가 청와대로 들어가 경찰청을 통해 제주청이나 서귀포서에 압박으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이 밖에 해군기지 반대 측 활동을 억누르기 위해 국군사이버사령부와 청와대, 경찰청 등이 인터넷 댓글 활동을 벌인 사실도 확인됐다.

유남영 위원장은 "정부는 주민 의사가 자율적으로 적절하게 형성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주민 의사를 무시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사업을 결정했다"며 "경찰은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해 반대 활동을 제지하는 방패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이에 진상조사위는 해군기지 유치 및 건설 과정에서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한 점에 대한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또 경찰 외 해군, 해경, 국정원 등 여러 국가기관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며, 공공사업 추진 시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진상조사위는 경찰에 집회현장에서의 무분별한 채증 활동을 막기 위해 채증 활동규칙을 개정하고, 공공정책 추진과정에서의 경찰력 투입요건과 절차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 방안 마련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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