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 유출 사건을 직접 언급하며 자유한국당을 정면으로 비판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있는 정상 간의 통화까지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 권리라거나 공익 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기본과 상식을 지켜주길 요청한다"며 강한 어조로 한국당을 비판했다.
통화 내용을 유출해 공개한 강효상 의원에 대해 외교부가 형사 고발 조치를 취한 마당에 대통령이 직접 공개 석상에서 한국당의 '행태'까지 언급하며 비판한 대목은 다분히 공세적으로 보인다. 추가경정예산 처리를 위한 국회 정상화가 시급한 와중에도 문 대통령이 강 의원을 감싸는 나경원 원내대표 등 제1야당 지도부를 겨냥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작심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는 외교 기밀 문제와 같은 중대 사안은 원칙의 문제로 규정하고 '타협 불가'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외교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의) 기본적인 입장은 원칙에 대한 문제"라며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외교 기밀에 대해선 외교에 대한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자체가 정쟁의 도구라든지 당리당략에 이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평소 외교소식통 발로 확인되지 않은 보도들이 나오는 상황을 예의주시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에 더해 야당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토대로 공세를 이어나가자 정면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밀 유출을 방지하지 못한 외교부의 관리 부실 문제에 대해선 유출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외교관들을 징계 조치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직접 정부를 대표해 "변명의 여지 없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정부로서는 공직자의 기밀 유출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만큼, 청와대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조윤제 주미대사의 책임론과는 거리를 뒀다. 문 대통령은 외교부에 기강 확립을 당부하면서도 구체적인 문책 대상은 거론하지 않았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강 장관과 조 대사의 책임론을 묻는 질문에 외교부 차원의 징계를 지켜보겠다며 "이 사안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는 추후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외교부 차원의 징계가) 결정되고 나면 논의할 사항이지 그것들을 다 상정하고 결정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일단은 상황을 파악하고 수습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기밀 유출 사건과 함께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른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정치 개입 논란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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