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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난 1분도 독대 못한 국정원장을 사적으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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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난 1분도 독대 못한 국정원장을 사적으로 만나?"

여당 일각에서도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매지 말았어야"

서훈 국가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가진 회동을 둘러싼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서 원장이 정보기관 수장이고, 양 원장이 몸담고 있는 민주연구원이 더불어민주당 부설 정책연구소라는 점에서 국정원의 정치 중립성을 의심하게 하는 일이라고 일제히 비판하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도 굳이 오해를 살 일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8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총선을 1년도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왜 국정원장이 '선거 실세'와 만났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두 사람의 회동을 "부적절하고 위험천만한 만남"으로 규정했다. 나 원내대표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 원장의 일본 방문 당시 양 원장과 독대한 사실이 있었다고 한다"며 "둘의 만남이 한두 번이 아닐 수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비밀을 다루는 국정원장이 대통령 측근인 '실세'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을지 짐작이 된다"며 "(국정원의) 국내 정치 관여를 '제1적폐'로 몰아붙이며 본연의 기능을 마비시키려했던 정권 아니냐"고 공세를 폈다. 나 원내대표는 "여당 내 공천 추천자 정보 수집, '야당 죽이기' 정보 수집, 선거를 앞두고 국정원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의를 하려는 시도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최대의 관권 선거가 시작된 것 아닌가"라고까지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양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내년 총선 전략을 짜기 위해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총선을 불과 10개월 앞둔 민감한 시기에 국정원장이 여당의 총선 전략을 책임지는 대통령 최측근과 장시간 만남을 가진 것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시비를 자초하는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서 원장을 비판했다.

오 원내대표는 "두 사람이 대체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에 따라서 국정원의 총선 개입 의혹을 부를 수 있다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져야 하는 서 원장이 어떤 성격의 만남이었고 무슨 대화를 나눈 것인지 성실하게 해명을 하고, 청와대는 국정원장과 대통령 최측근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서도 최소한 주의라도 주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상식적인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오 원내대표는 "그러나 서 원장은 마치 자신과 아무 관련도 없는 일인 것처럼 일언반구도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양 원장이 마치 가이드라인을 치듯 '사적인 만남이었으며 동석자도 있었다'고 동문서답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받아 '사적인 만남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하다"면서 "입만 열면 '촛불 정부', '적폐 청산'을 외치면서 최순실에 휘둘리던 지난 정부 청와대와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북한 문제를 여당이 총선에 유리한 국면으로 활용하는 여러 방안들이 논의됐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이고, 진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정보위 소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국정원장은 함부로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예를 들면 제가 국회 정보위원장이고 국회의 제1호 업무 파트너인데 저는 1분도 독대를 한 적이 없다. 하노이 회담 날 제가 국정원장에게 제안할 일이 있어서 급히 전화번호를 달라고 5번이나 요청했는데 심지어 정보위원장인 저에게도 국정원장 번호를 줄 수 없다고 해서 못 받았다"며 "국정원장 위치가 이 정도인데 '사적인 사람을 개인적으로 만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랑 아주 오래된 지인이고 가족 같은 사람이라 여러 가지 의논한 게 아무 문제 없다고 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양 원장은 전날 내놓은 해명에서 "독대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함께 한 만찬"이라며 "정치행위가 아니라 사람의 도리, 인간적 예의에 해당하는 일"이었다고 했으나, 여권 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오는 등 파장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사적인 모임이었다고 하지 않느냐"고 진화하면서도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듯이, 아무리 사적인 모임이라도 왜 이 시점에서 만났나 하는 느낌은 든다"고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다만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인 간 사적인 만남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사안까지 정보위를 할 사안은 아니다"고 야당의 정보위 소집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원내대표는 "두 분이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적으로 만난 것은 만난 것인데 왜 자꾸 불필요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지) 오히려 그것이 이상하다"며 "너무 과하게 해석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무마했다.

한편 21일 회동에는 서 원장, 양 원장 외에도 언론인 등 동석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에 동석한 언론인 A씨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서 원장님이 워낙 소통을 중시하는 분이라 원장 취임 이후에도 남북관계 전문가들과 여러 명이 함께 만났고, 가끔 문자를 주고받기도 했다"며 "서 원장님이 '양 원장과 함께 만나도 좋겠나'라고 해서 그러자고 했던 것"이라고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모임에서 오간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민감한 정치적 얘기는 없었고 오히려 남북관계나 정치이슈에 대해 제가 두 사람에게 듣기 불편한 쓴소리를 많이 했다"며 "두 분도 모처럼 만나서였는지 제가 모르는 과거 얘기를 소재로 대화하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즉 서 원장이 원래 남북관계 전문가, 언론인 등과 소통하는 자리를 종종 가져 오던 차에, 양 원장을 이 자리에 불러 같이 만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A씨는 서 원장이 이같은 '소통' 자리를 가져온 이유와 관련해 "예전에는 국정원에 국내정보 담당 조직이 있어서 여론 수렴도 하고 소통도 했었는데, 이제는 모두 원장이 직접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나는 대로 여야 정치인이나 싱크탱크, 전문가, 언론인과 소통하려고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참석자들의 해명이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에서 지적하듯 오해를 자초한 측면은 분명 있다. 여론 수렴이나 소통 차원이라고는 해도 국정원장이 여권 실세, 언론인이 포함된 자리를 사적으로 가진 점은 정치 개입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국내정보 담당관(IO)들을 '적폐'로 규정해 폐지하는 등 국정원 개혁 방향에 서 원장이 정면으로 역행한 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어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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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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