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한 외교관 K 씨가 유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강효상 의원이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고 이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며 더욱이 '굴욕 외교'로 포장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K 씨는 28일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유출 경위 등을 소상히 설명하며 이 같이 밝혔다.
강 의원의 고등학교 후배로 알려진 K 씨는 "강 의원과 대학시절 신입생 환영회를 포함해 고교 동문회에서 한두 차례 만난 적이 있을 뿐 대학 졸업 이후 30년 넘게 특별히 연락을 주고받은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9년 2월경 국회 대표단 방미 시, 미 의회 업무 담당자로 자연스럽게 강효상 의원을 만난 것을 계기로, 그 이후 워싱턴에 방미 차 왔을 때 식사를 한 번 했고 몇 번 통화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K 씨는 다만 정상 통화 유출 사건 전에도 강 의원과 대미, 대북정책 관련 통화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강 의원은 우리 정부의 대미·대북정책에 부정적 인식을 강하게 드러내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다"며 "강 의원이 일부 사실관계를 잘못 알고 있거나 일방적인 평가에 치우친 부분은 워싱턴에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실무자로서 쉽게 넘겨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강 의원 정확히 상황을 안다면 부정적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서 아는 범위에서 일부 사실 관계를 바로잡거나 조심스럽게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당시까지 대외비 정보를 강 의원에게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K 씨는 문제의 사건이 발생한 경위와 관련해선 "미국 시각 5월 8일 11시 30분 경 의회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강효상 의원이 보이스톡으로 연락을 해 온 것을 받았는데, 강효상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을 반대하지 않았을 리 없다면서 그것이 사실인지 물었다"고 했다.
K 씨는 "사무실로 돌아와 통화 요록을 확인해 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식량지원 계획을 지지한다는) 언론 보도 내용이 사실이었다"며 "이미 공개된 통화 내용이라 생각하고 확인해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자 강효상 의원은 추가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가능성 문제를 언급하면서 5월 방한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의견을 제시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워싱턴 특파원단에게 비공개를 전제로 알려진 일부 사실이나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풀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5월 방한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방한이 무산될 가능성보다는 성사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K 씨는 "전화를 끊으려고 하였으나 강효상 의원은 분위기만 아는데 참고만 할 테니 정상간 통화 결과의 방향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뭐가 있었냐고 물으면서, 강 의원이 자신만 참고하겠다는 취지로 계속 말했다"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가능성과 관련된 통화 요록의 표현을 다른 표현으로 풀어서 설명하고자 했으나 예정된 업무 일정을 앞두고 시간에 쫓겨 급하게 설명하다가 실수로 일부 표현을 알려주게 되었다"고 말했다.
입장문을 낸 배경과 관련해 변호인 측은 "K 참사관은 잘못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도를 가지고 강효상 의원에게 비밀을 누설한 것은 아니라는 점만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가 K 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는 가운데, 강효상 의원은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강 의원은 이날 "문재인 정권이 눈엣가시 같은 야당의원 탄압과정에서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려는 작태에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왜곡된 한미외교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린 야당의원의 당연한 의정활동에 대해 기밀 운운으로 몰아가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판례에서도 기밀은 기본권 보호 차원에서 정말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이 얘기하는 1~3등급은 자의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분류가 아니다"라고 했다.
강 의원은 "부당한 처벌이나 인권침해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히면서 K 씨에 대해선 "친한 고교 후배가 고초를 겪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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