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민생 대장정'을 마치며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한국당이 대안을 만들고 국민과 함께 정책투쟁을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에 대한 여당의 사과·철회와, 문재인 대통령과의 1대1 영수회담 등 기존의 강경한 요구를 접지는 않았지만, 민생·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는 뜻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황 대표는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와 민생의 총체적 난국, 지표를 뛰어넘는 최악의 현실. 이것이 제가 지난 3주 동안 확인한 우리 민생현장의 현주소였다"며 "저와 한국당이 그 민심을 떠받들겠다. 국민의 좌절과 분노를 동력으로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실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특히 "민생대장정 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호소하신 수많은 현장의 고통들도 있다. 하나하나 제가 직접 챙기겠다"며 "오늘 오후 바로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를 열어서 저에게 전달된 각 지역의 건의 사항들을 상임위별로 배분하여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황 대표는 상임위 간사단 회의와 관련해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입법을 서두르고, 예산이 필요한 부분은 우리 당이 먼저 챙겨서 민생 현장의 아픔을 하루라도 빨리 풀어드리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대표는 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민생 대장정' 2탄 일정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민생을 챙기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저희가 장외 투쟁을 하기 전부터도 계속 해왔던 것"이라며 "다만 원내에서 해야만 하는일도 있다. 입법에 대한 것인데, 우리가 장외에 있어 할 수 없는 게 안타깝다"면서도 "그러나 장외에 있어도 앞으로 정상화에 대비해 입법 준비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민생을 포기하고 장외로 나간다는 생각은 전혀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해 나가기 위해 입법 지원도 필요하다. 이 부분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황 대표는 민생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하기 위해서는 패스트트랙 문제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사과와 법안 철회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회견 후 한 기자가 '지금 말한 내용은 국회 안에서 다뤄야 하는데, 국회 복귀 조건이 무엇이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민생을 챙기기 위해 국회 정상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서도 "국회가 열리지 못하게 된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문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 아니냐"며 "잘못된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이에 대한 사과를 한다면 국회에 들어가 민생과 국민을 챙기는 일을 더 가열차게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복귀를 간절히 원한다'면서도 "그러나 국회가 국회답지 않고 민주적 운영이 안 되면 들어가기 어렵지 않느냐"라며 "여당에서 민생을 살리기 위한 혁신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들어오라'고만 한다면, 불법적이고 전례없는 패스트트랙을 태워서 선거법·공수처법을 개정하겠다고 하면서 '들어와라'(고 한다면), 이게 정치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마음은 국회에 들어가 입법 활동도 빨리 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잘못된 패스트트랙 부분, 제1야당을 무시하고 국회를 운영해온 부분을 사과해 주시면 바로 국회에 들어가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했다.
'이미 여당은 패스트트랙 사과·철회가 없다고 밝혔는데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이 추가로 나오자 그는 "불법으로 국회·국정을 운영한 부분은 그냥 묻고 넘어갈수 없다. 고쳐내야 한다"며 "반드시 고쳐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잘못된 상태를 유지하고 '이미 끝난 일이니 들어와라' 이렇게 할수는 없다"며 "잘못된 부분은 고쳐야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문재인 대통령, 저와 1대1로 만나달라"
황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자신과 문 대통령 간의 1대1 방식 영수회담을 다시 제안하며 "대통령께서 결단하셔야 할 일은 단 하나, 경제정책의 대전환밖에 없다. 대통령께서 경제정책 대전환만 결단하면 우리 당이 앞장서서 돕겠다고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다. 저와 1대1 로 만나서 제가 직접 겪은 민생현장의 절박한 현실을 들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어 "게다가 지금 우리 안보와 외교도 얼마나 어려운 상황이냐"며 "이런 문제도 제1야당 대표와 대통령이 머리를 맞댄다면 그 모습만으로도 국민들의 불안이 크게 덜어질 것"이라고 재강조했다.
황 대표는 한 기자가 '이해찬 대표와 먼저 만나 얘기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여권이 국정을 잘 운영하고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되돌릴 길을 찾는다는 진정성이 있다면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못 만날 이유가 없다. 이런저런 다른 얘기를 하는것은 정직하지 못하다"며 부정적 취지로 답변하기도 했다.
그는 "바로 만나면 되는데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나",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을 왜 어렵게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며 "만나면 간단한 것을 무슨 5자 회담이니, 민주당-한국당 대표 회담이니 이렇게 복잡하게 할 게 뭐 있느냐. 나라가 어려워져 가니 빨리 만나야 한다. 만나자고 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부연했다.
황 대표는 한편 질의응답 과정에서 정치권의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기밀 유출' 논란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원 아니냐. 정부의 외교 무능과 국민 알 권리(를 위해) 숨기기 급급한 행태를 지적하기 위해 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청와대나 여권이 여러 얘기를 하는데 적반하장 아니냐. 처음에는 사실무근이라더니 이제 와 기밀누설이라 하니 모순"이라고 강 의원을 감쌌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 들어 한미동맹, 대미외교가 훼손되는 것을 봐왔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거기 있다"며 "이런 핵심과 본질을 외면하고 야당의 의정활동에 대해 기밀누설 운운하며 고발하는 것이 온당한 여당의 모습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그럼 전에 정청래 전 의원이 말한 것도 죄가 되는 것이냐. 똑같은 것 아니냐"고도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이번 사안에 대해 비판적 취지로 언급했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반 전 총장은 원칙적 말씀을 하셨을 것이고, 구체적 적용에 있어서는 사실관계가 면밀히 조사돼야 한다"며 "어떤 사안이 한미동맹과 국익에 누를 끼칠수 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 그 부분은 별도로 확인하겠다"고 했다.
민생대장정 등 장외투쟁 기간 동안 자신의 정부 비판 언사가 과격하고 거칠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저는 과격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저는 제가 보는 현실을 가급적 거칠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부족한 점이 있다고 말씀하시면 더 거친 부분은 다듬어 나가겠다"고 했다.
최근 '지옥', '악마'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이 기독교적 표현 아니냐는 질문에는 "특정 종교의 관점에서 말씀드린 게 아니라 제가 만난 시민들이 말씀한 내용을 제가 대변한 것"이라며 "제가 만들어낸 얘기가 아니다. 특정 종교로 묶는 것은 바르지 않다"고 답했다.
지난 23일 남북군사합의서를 비판하며 "군과 정부, 국방부의 입장은 달라야 한다"고 말한 것이 항명을 부추기는 것이냐고 여당이 비판하고 있는 데 대해 그는 "제가 왜 항명을 부추기겠느냐"면서도 "북한의 실체를 분명히 알아야 하고, 정부 입장에만 따라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군이 분명하게 입장을 내야 한다는 말"이라고 했다.
광주 5.18 기념식 참석 당시 김정숙 대통령 영부인의 '악수 패싱' 논란에 대해서는 "그 부분을 따로 말씀드리고 싶지 않다"고, <시사저널>이 공개한 최순실·박근혜·정호성 녹음파일에 대해서는 "직접 들어보지 않았다. 확인하지 않은 내용을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고, 필요하다면 다시 검토해 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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