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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행정수도 이전 표류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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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日행정수도 이전 표류가 주는 교훈

13년째 혼미 거듭, 버블 파열과 집단이기주의 때문

13년째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실랑이를 벌여온 일본이 또다시 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이번 국회회기내에 '중의원-참의원 합동협의회'(가칭)를 만들어 논의를 구체화하는 선에서 29일 합의를 도출했다.

국회와 정부부처를 도쿄 이외 도시로 옮기는 수도기능 이전을 위한 후보지를 검토해온 중의원의 이전 특별 위원회(나카이 히로시 위원장)는 지난 28일 "의견 집약에 이르지 않았다"면서 이전지 결정을 보류하는 중간 보고서를 다수결로 채택, 와타누키 중의원 의장에게 제출했고, 이에 국회에서 시간을 갖고 논의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와 관련,"이 보고서는 분산 이전 검토, 중참 양원 통합논의 등 수도기능 이전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이전 후보지 결정을 내릴 전망이 희박해 수도기능 이전은 이대로 '물 건너'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같은 일본의 행정수도 이전 진통은 내년말 이전 후보지를 확정발표한 뒤 노무현대통령 임기내에 이전을 하겠다는 우리나라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도 많은 교훈을 안겨주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행정수도 이전에서도 '제2의 일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이기주의가 한 요인**

일본의 수도 이전은 지난 90년 11월 국회에서 국회 등 수도기능 이전 결의를 채택한 후 지금까지 13년째 질질 끌고 있는, 일본 정치권의 무능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사안이다. 99년 11월, 3곳의 후보지를 선정한 이후 3년간 국회 특별위에서 최종 이전지역 선정을 추진해 왔지만 결국 후보지 선정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수도를 이전해 일본의 미래를 창조합시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후보지가 되기 위해 대대적인 유치 노력을 펼쳐온 일본 도치기·후쿠시마, 기후·아이치, 미에·키오우현 등 수도 이전후보지역 3곳의 자치단체들은 수도이전이 사실상 백지화됨에 따라 그동안의 유치활동 비용 22억엔만 허공에 날리게 됐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도치기현 의회의 미카츠유키 의장은 특별위원회의 중간보고에 대해 "제대로 결론을 내기를 원했다. 국회 의원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가졌으면 한다. 정말로 지방을 배려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후쿠시마현 의회의 카토 사다오 의장도 "지금까지의 국회의 논의는 도대체 무엇이었는가. 허무함을 느낀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후보지 선정 자체를 못한 이유에 대해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각료 출신의 자민당 관계자는 '이해관계에 얽힌 국회의원들에게 후보지를 선정하라고 한 요구 자체가 무리였다'고 말했다"면서 일본 정계의 고질적인 정경유착 풍토를 꼬집었다.

***버블 때문에 논의 시작됐다가 버블 파열에 발목 잡혀**

그러나 요미우리 신문은 "장기간의 '디플레이션 불황'에 따른 경제상황 악화로, 수도 기능 이전을 둘러싼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수도 이전 자체가 사실상 백지화된 근본적인 이유를 '경제측면'에서 찾았다.

일본의 수도 이전 논의가 시작된 것은 90년초 거품경제가 막바지였을 때였다. 중참 양원이 국회 등 이전 결의를 채택한 90년 11월 수도기능 이전의 주된 이유로서 '땅값의 비정상인 상승'에 의한 '도시기능의 마비'와 더이상의 버블을 막기 위한 '대안'적 성격이 강했다.

요컨대 행정수도를 타지역으로 이전함으로써 도쿄가 주도하는 부동산 버블의 확대재생산을 막는 동시에,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정부주도의 관급공사 창출을 통해 경기의 연착륙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듬해인 91년부터 도쿄 주택의 평균 공시 가격은 폭락하는 등 부동산 거품이 파열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부동산값이 폭락하고 있는 마당에 행정기능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 도쿄 부동산값이 한층 떨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에 사로잡힌 도쿄의 거센 반대여론에 발목 잡힌 것이다.

최대 12조3천억엔(우리돈 1백23조원)으로 추산된 이전 비용도 부담이 되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정부의 재정이 급속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고이즈미 일본 총리도 지난 3월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총리의 재임 기간은 짧다. 짧은 기간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언급, 수도 기능 이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동안 수도 이전을 열망해왔던 지방 자치단체들은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수도 기능 이전을 계기로 실질적인 지방 분권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해 왔기 때문이다. 나가이 위원장도 "수도 기능이 이전되는 것을 계기로 중앙 정부는 외교, 방위, 연금 분야 등 국정 운영을 맡고 그밖의 권한들은 지방정부에 이양돼야 한다"면서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되면 국가발전의 힘인 지역 특성과 국민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만큼 수도 이전은 꼭 해야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행정수도 이전이 금명간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게 작금의 일본현실이다.

***그림은 좋으나...**

일본에서 추진해온 새 행정수도는 8천5백㏊에 56만명을 수용하는 규모로, 건설기간 10년에 공적자금 4조2천5백억~4조5천5백억엔을 포함해 총비용은 12조3천억엔으로 추산됐다.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수도 이전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신도시를 건설하게 되어 있다.

제1 단계에서는 국회를 중심으로 최소한의 기능만 이전해 인구 10만명 정도, 면적 1천8백 ha정도의 신도시를 건설한다. 1단계에서는 총 4조엔 정도의 비용이 든다.

신도시에는 국회 의사당이나 총리대신 관저, 행정부 청사 외에 지진 등의 대규모 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센터, 신도시의 상징이 되는 광장, 주택, 숙박시설 등이 설치되고, 신도시와 도쿄 사이는 교통시설이나 정보통신 시설을 통해 원활한 제휴를 확보한다.

그후는 필요에 따라 자연환경 보전을 충분히 배려하면서 신도시 권역에 소도시(인구 3만~10만명 정도)를 배치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구상에 따라 일본 국토교통성의 수도이전심의회는 98년 전국을 대상으로 이전 후보지 선정에 들어가 △접근성과 국토·인구·산업 중심지로부터의 거리 △지진 안전도 등 16개 항목을 평가해 우수한 10곳을 종합평가 대상지역으로 압축했다. 이어 10곳을 대상으로 9분야 14개 세부항목의 종합평가를 거쳐 99년 도치기·후쿠시마 등 3개 지역을 이전 후보지역으로 선정했다.

수도 이전 명분은 △도쿄권 일극(一極)집중 문제 해소 △지진 등 재난대비 △정부개혁 및 지방분권 강화(국토 균형발전) 등 크게 세가지였다.

일극집중 문제는 도쿄에 집중돼 있는 정치, 경제, 문화 등 중추 기능과 정보,자본, 문화 혜택을 수도 이전을 계기로 전국이 고르게 누리자는 것이다. 99년 현재 도쿄권의 면적은 전국토의 3.5%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전국민의 26%, 자본금 10억엔 이상 대기업 본사는 56%가 집중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쿄권 인구는 지난해에만 12만명이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계속되어 왔다.

지진으로 인한 위협도 도쿄권의 오랜 문제였다. 국토교통성이 97년 작성한 조사에 따르면, 도쿄에 리히터 규모 7.2의 직하형 지진이 나면 사상자 17만명, 38만개 주택 및 대형 건물 14만동이 붕괴된다.

그러나 수도 이전 계획이 공식화되자마자 시작된 장기불황으로 수도이전 비용 부담과 국민들의 무관심이 커진 데다가, 집값 추가하락을 우려한 도쿄권 등의 수도이전 반대, 후보지 최종 선정을 둘러싼 정계 눈치보기 등으로 시간만 끌어오다 추진력을 상실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후보지간 갈등이 심화되자 이전 후보지 3곳에 △입법·기획기능도시 △행정·조사기능도시 △기반·보관기능도시 등 기능별로 독립된 3개의 소규모 도시를 건설하자는 새로운 '분산형 수도기능 이전'안이 사회경제생산성 본부 신도건설추진협의회에 의해 제시되기도 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입법도시는 1천3백23㏊에 인구 11만2천2백명, 행정도시는 7백5㏊에 5만2천5백명, 기반도시는 1백80㏊에 1만1천4백명 규모로 이전 비용도 몇조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교토동신은 28일 "국회 등 이전 특별위원회는 이같은 방안을 '새로운 발상'이라면서 향후 국회에서 다시 검토해줄 것으로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盧, 하루속히 행정수도 이전지 확정해야"**

이같은 일본의 행정수도 이전계획 표류는 대통령공약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내걸고 추진중인 우리나라에게도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더욱이 지금 우리경제 상황이 부동산거품이 극에 달했다가 파열한 지난 90~91년 상황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최근의 극심한 경기침체의 한 대응책으로 전문가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 후보지 선정을 내년말로 늦추고 있는데 부동산거품 파열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하루바삐 행정수도 이전지를 확정한 뒤 구체적 이전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아파트 건축에 집중하고 있는 건설회사들에게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새 일거리를 줘야만, 아파트 거품이 파열되더라도 건설사 연쇄도산 및 금융-가계 부실, 실업 급증이라는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행정수도 이전에 따라 현재의 청와대, 여의도 국회의사당, 과천 제2종합청사 등의 금싸라기 땅을 민간에게 분양할 경우 행정수도 이전비용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동시에 새로운 민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동시에 연내 이전키로 한미간에 합의한 용산 미군기지 이전문제까지 함께 포함시키면 현실성 있는 '경기 연착륙' 플랜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플랜을 실현에 옮기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게 일치된 견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을 질질 끌다가는 일본처럼 되기 십상"이라며 "행정수도 이전시 서울 집값의 일정 부분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고 이에 따라 도쿄처럼 서울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텐데 과연 이를 관철해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미 아파트거품이 파열직전의 상황에 있는만큼 내년말께 후보지를 확정한다면 '집값이 폭락하는 데 웬 행정수조 이전이냐'는 서울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 있다"며 "대통령이 진정으로 지방분권 차원에서 행정수도를 이전하고자 한다면 하루속히 결단을 내려 후보지를 확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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