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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노무현 초상화에 용기있는 지도자를 그렸다"

노무현 10주기 추도식 엄수, '새로운 노무현' 다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됐다. 추도식을 주최한 노무현재단은 '새로운 노무현'을 슬로건으로 걸었다. 10년 전, 갑작스런 서거에 비통한 눈물을 쏟아냈던 이들도 대체로 담담한 표정으로 고인이 남긴 뜻을 기렸다.

10주기 추도식엔 특별한 외빈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노 전 대통령과 겹쳤던 재임 기간 동안 이라크 파병, 남북관계 문제 등으로 노 전 대통의 외교정책을 곤혹스럽게 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추도사를 통해 고인과의 인연을 회고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 등 유족과 김정숙 여사와 함께 행사장으로 나란히 입장한 뒤 연단에 올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여러분과 함께 추모할 수 있게 되어서 크나큰 영광"이라고 입을 열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사를 하고 있다. 추도사할 때 대형 모니터에 노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당시 한미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저는 청와대에서 이곳으로 왔고, '전 비서실장님'께 환대를 받았다"며 "그 전 비서실장님이 바로 여러분의 현 대통령이시다"라고 말해 추도식에 참석한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계승자임을 언급한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어 "저는 (권 여사 등에게) 가족과 국가를 진심으로 사랑하신 분께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방문했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추도식에 앞서 권 여사를 찾아 환담한 뒤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선물로 전달하기도 했다.

추도사를 통해 부시 전 대통령은 초상화에 담은 의미를 직접 설명했다. 그는 "저는 노 대통령님을 그릴 때 인권에 헌신하신 노 대통령님을 생각했다"며 "친절하고 따뜻하신 노 대통령님을 생각했다"고 했다. 또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신 분을 그렸다. 저는 한국의 인권에 대한 그분의 비전이 국경을 넘어 북한에게까지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모든 한국인이 평화롭게 거주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며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모두를 위한 기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통일 한국의 꿈을 지지한다"고 덧붙여 다시 한 번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내는 강력한 지도자의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내는 대상은 미국의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저희는 물론 의견에 차이는 갖고 있었지만 그러한 차이점들은 한미 동맹에 대한 중요성 그리고 그 공유된 가치보다 우선하는 차이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체결로 인해 양국 경제가 크게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노 대통령 임기 중 대한민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해 주신 중요한 동맹국이었다. 미국은 이라크 자유수호전쟁에 대한민국의 기여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부시 전 대통령의 매 발언마다 박수를 보냈지만, 이라크전 파병을 언급한 대목에선 조용해졌다.

부시 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저는 노 전 대통령을 그릴 때 아주 겸손한 한 분을 그렸다"며 "노 대통령님이 생을 떠나실 때 작은 비석만 세우라라고 쓰셨음에도 여러분들이 더욱더 소중한 경의의 마음을 가지고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것에 대해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아들 건호 씨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부시 전 대통령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 씨가 유족을 대표해 추도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이날 특별히 참석한 부시 전 대통령을 향해 "돌아가신 아버님께선 항상 부시 대통령의 지적능력과 전략적 판단에 대해 감탄하시곤 하셨다"며 "'짚어야 할 것은 반드시 짚고, 전략적 사안의 핵심을 놓치는 법이 없다'며 경탄 하시던 것을 개인적으로 여러 번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두분이 계시는 동안 한미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발전 되었다"며 "여기까지 와주셔 우정과 추모의 뜻을 표해 주시는데 대해 유족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아버님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신념으로 정치적 삶을 채우셨다. '깨어있는 시민' 그리고 그들의 '조직된 힘'에 대한 믿음은 고인께서 정치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신조였다"며 "한국의 깨어있는 시민들은 이제 한반도를 평화로 이끌고, 다양한 아시아 사회를 포용하며 깨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사를 마친 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 씨와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추도식에선 노 전 대통령의 인터뷰 영상도 공개됐다. 주최측이 마련한 추모 영상에 담긴 노 전 대통령의 모습과 목소리는 생전과 변함없었다. 부조리에 대한 관심과 신군부에 대한 분노를 계기로 접어든 인권변호사 시절에 대한 회고로 시작해 "원칙과 통합",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역설하는 고인의 생생한 목소리가 10년 세월을 무색케했다.

영상 속에서 노 전 대통령은 "결국 민주주의 제도에 있어서 주권자라고 하는 사람 주권자라고 하는 시민이 이 과정에서 어떻게 가장 존중받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또는 인간다운 삶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실현해나가느냐 하는 것이 궁극적"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 제일 위에 있어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민주주의"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스크린을 통해 나오자 권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애통한 표정을 지었고, 김정숙 여사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추도식 사회를 맡은 유정아 전 노무현시민학교 교장은 "노 전 대통령의 생애는 새로움 그 자체였다"며 "새로움이라는 것은 그 분이 떠난 다음에도 마찬가지여서, 더 많은 시민들이 '나 스스로가 노무현'이란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한다"고 했다.

이날 추도식엔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김정숙 영부인을 비롯해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지도부들이 일제히 모습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을 보좌했던 정치권 인사들 외에도 세월호 참사 유족들, 전국 각지에서 온 5000여 추도객들, 봉하마을 주민들도 자리를 지켰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 즐겨 부른 '상록수'가 흐르는 가운데 공식 추도식이 막을 내리자 추도객들은 고인이 잠든 묘역으로 이동해 분향하고 저마다 '새로운 노무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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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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