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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또 구멍뚫린 투기대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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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또 구멍뚫린 투기대책 발표

재건축아파트 전매 계속 허용, 한마디 사과도 없어

정부가 23일 또 부동산 투기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8일 대책을 내놓은지 보름만의 일이다.

재건축 아파트 80% 시공후 분양, 투기과열지구 수도권 및 충청권 일부로 확대, 투기과열지구내 주상복합아파트 및 조합아파트의 분양권전매 금지, 국세청의 떴다방 집중단속, 부동산 과다보유자에 대한 중과세 등이 포함됐다. 지난 5.8 대책때 현장의 강력한 주문에도 불구하고 김진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수용을 거부했던 내용들이 이번에는 상당수 포함됐다.

하지만 전국적 차원의 분양권전매 금지, 아파트투기의 근원인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분양권 거래 금지, 시가와 큰 차이가 있는 부동산 과표 현실화, 과잉 유동성자금 흡수 같은 근원적 대책은 여전히 빠져있어, 과연 이번 조치가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보름만에 또 나온 5.23 대책**

정부는 23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 주재로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기획예산처장관, 금융감독위원장, 국세청장 등이 참석한 주택관계장관 회의를 갖고 '5.23 주택가격안정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투기과열지구를 다음달부터 수도권 전역과 충청지역 일부로 확대키로 했다.

또 투기과열지구내 재건축 아파트의 부분 후분양제 실시를 위해 7월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키로 했다. 정부는 재건축을 통해 생기는 기대이익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주택공급 규칙을 개정, 사업승인이 나더라도 80% 이상 시공이 끝난 뒤에 일반분양을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선시공-후분양제를 도입키로 했다.

3백세대 이상의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해서도 8월부터 주택건설촉진법상의 사업승인대상으로 규정, 일반 아파트와 같이 청약자격 및 분양권 전매를 제한키로 했다. 지역 및 직장의 조합아파트도 8월부터 투기과열지구내에서는 사업승인후에도 지역 및 직장조합주택의 조합원 지위에 대해 전매를 금지토록 했다.

이와 함께 재건축은 안전진단 실시여부를 결정하는 예비 안전진단의 평가항목을 객관화하고 의결방식도 전원합의제를 의무화해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키로 했다.

또 광역자치단체(또는 국가)가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한 5만∼10만명에 대해 합산과세한 후 세금을 각 자치단체에 배분하는 이원화 과세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이와 함께 아파트 대출에 대해서도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3년이하의 신규대출에 대해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을 60%에서 50%로 낮추도록 행정지도를 펴나가기로 했다.

또 현재 부동산으로 쏠려 있는 과잉유동성을 자본시장으로 흡수하기 위해 원금보전형 상품(ELS)의 개발·판매를 확대하고,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하는 이익공유·손실분담형 상품(K-ELS) 상품의 참여기관을 확대키로 했다. 또한 이달중 주식에 60%이상, 1년이상 투자할 경우 이자·배당소득을 비과세하는 간접주식투자상품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국세청도 사상 최대 규모인 3천명의 조사요원을 투입, 부동산투기를 조장한 혐의가 있는 서울과 경기, 충청지역 중개업소 6백곳에 상주시키는 입회 조사에 나섰다. 서울 강남과 서초.송파.마포.경기 광명 등 신규 분양 및 재건축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와 경기 김포.파주 등 신도시 건설예정지역 중개업소, 대전과 천안 등 충청권 6개시 5개군 중개업소들이 중점단속 대상이다.

***곳곳에 구멍투성이기는 마찬가지**

정부의 이번 종합대책은 일정 부분 투기억제에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는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면 당장 시장이 냉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상복합 분양시장은 대부분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데 이들이 발붙일 여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도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기란 종전의 대책들과 마찬가지다.

우선 첫번째, 정부는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는 계속 허용키로 했다. 김진표 부총리는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 아파트와 다르다"며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할 경우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분양권 전매를 계속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들이 투기의 기폭제라는 점에서 보면, 가장 핵심적 사안을 또 빗겨나간 셈이다.

두번째, 분양권 전매 금지 지역을 수도권과 충청 일부로 국한함으로써 다른 지역에서의 아파트 투기의 길을 열어놓았다. 아파트 투기는 이들 지역외에 부산 등 주요 대도시에서도 현재 가파르게 진행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는 전국에서 분양권 전매 자체를 금지시켜야 마땅하다는 게 현장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번째, 시가와 크게 괴리가 있는 부동산 과표 현실화의 외면이다. 인터넷 부동산관련 사이트만 훑어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실제 거래가격을 외면함으로써 세금을 내더라도 큰 차익이 남는 구조적 모순을 허용, 아파트투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네번째, 또 김진표 부총리는 "현재 3년이상 거주한 1가구1주택에 대해 면제해주고 있는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투기방지 차원에서 검토하겠다"는 엉뚱한 발언을 함으로써 실수요자들에게서 투기방지를 명분으로 세금을 거둬들이려 하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낳고 있다.

이밖에 돈을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해 원금보전형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발상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을 자초할 수 있으며, 정부가 금융기관에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행정지도를 통해 인위적으로 낮추겠다는 발상 또한 관치경제 논란외에 실수요자의 내집 장만을 어렵게 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올 들어 10차례나 부동산투기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부동산투기를 부채질했던 '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를 김진표 경제팀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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