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대북 방침이 갈수록 강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평화헌법 개정을 의미하는 총리의 발언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의 지지통신에 따르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20일 참의원 유사(有事)법제 특별위원회에서 일본 자위대의 위상에 대해 묻는 질문이 나오자 "실질적으로는 군대이다"라고 답했다.
고이즈미는 이어 "머지않아 헌법에서도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해 위헌이니 합헌이니 따위의 성과없는 논의를 하는 일 없이 (자위대에) 일본의 독립을 지키는 전투 조직으로서 명예와 지위를 주는 시기가 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이즈미는 또 "정치인들은 그러한 환경과 정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지통신은 이같은 발언을 "장래의 헌법개정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발언"으로 해석했다.
'자위대가 곧 군대'라는 주장은 고이즈미 총리의 지론이나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일본의 헌법 9조에서는 전쟁 포기 선언과 함께 군대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고이즈미의 이번 발언은 일본이 현행 평화헌법을 개정해 재무장으로 가야 한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고이즈미 발언은 일본이 테러나 외국의 무력 공격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을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전시동원법인 유사법제를 다룬 참의원 유사법제 심의특별위원회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유사법제는 지난주 중의원을 통과하고 이날 참의원 심의에 들어간 것이다.
고이즈미는 또 이날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서도 "다른 나라가 일본을 공격할 분명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판단되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음으로써 일본 국민들이 피해를 입도록 할 수는 없다"며 북한의 미사일기지에 대한 선제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고이즈미는 그러나 북핵문제와 관련한 경제제재 발동에 대해서 국회 질문이 나오자 "경제제재가 유효한가, 혹은 유효하지 않는가를 판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모습에 대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과 한미일 공조 체제 강화를 강조해온 고이즈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노골적인 경제 제재는 아직 아니지만, 외곽 봉쇄와 압박을 통한 한정된 제재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지난 북미중 3자회담에서 북한이 핵무기 보유와 재처리를 언급하면서 고이즈미 정부내 매파를 중심으로 '제재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강경론이 급속히 불거진 점을 꼽고 있다.
자민당의 일부 소장 의원들은 일본 단독의 대북 경제제재를 겨냥한 외환법 개정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도 "미-일 합의시 현행법만으로도 대북 송금, 무역 중단이 가능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