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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주 동명동 '문화마을'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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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주 동명동 '문화마을' 만들지 말라

동명동 문화마을 만들기 용역 수립 발표를 보며

광주 동명동 일대를 광주다움을 담은 문화마을로 조성한다는 광주시의 발표가 있었다.

광주시는 20일 동명동을 서울의 경리단길에 빗대 ‘동리단길’이라고 자찬하며 동명동 일대를 아시아문화전당을 지원하고 배후기능을 하는 광주만의 독특한 역사, 문화, 상업기능 등을 갖춘 문화마을로 조성키로 한다는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보고회를 열었다.

그런데 이 좋은 계획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관이 나서서 어디를 ‘문화마을’로 조성한다는 계획부터가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례를 별로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 광주시의 동명동 문화마을 조성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동명동길. ⓒ프레시안(정인서 기자)

필자가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문화마을 50여 곳 이상을 현장 방문한 결과 시작할 무렵만 반짝할 뿐 5년여만 지나면 대부분 시들해지고 있는 게 대다수임을 목격했다.

우선 문화의 기본은 자연발생적인 것이지 억지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고 해서 문화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에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동명동을 문화마을로 만들겠다는 광주시의 구상은 무엇일까? 동명동의 예스런 주택과 골목길을 발굴하고 여기에 오감체험 프로그램을 결합시켜 관광 자원화하며, 인근 아시아문화전당 주변 도심관광트레일과도 연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명동 길을 최근 걸어본 사람이라면 이미 카페나 음식점 거리로 변화한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시가 말하는 예스러움을 느끼기엔 벌써 거리가 멀다고 생각된다.

일부 남아 있는 주택 골목길마저 ‘문화마을’이라는 미명 아래 그곳에 살고있는 주민들마저 내몰거나 ‘개발’이라는 자본이 덧입혀져 주택이나 점포 임대료만 부추길 뿐이라는 것이 눈에 훤히 보인다.

이미 서울의 경리단길은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점포들이 빠져나가면서 실패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마찬가지로 ‘원도심 재생’ 사업은 계획 얘기가 오가는 과정에 먼저 흥정부터 시작되며 거의 홍역 수준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광주의 양림동도 수백억의 돈을 쏟아 부었지만 제대로 된 근대역사문화마을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양동 발산마을도 현대차그룹이 예산을 일부 지원해줄 때만 반짝거렸지 예산마저 끊기니 마을활동가도 멈추었고 이제 관에서는 갓난 아기 붙들고 어쩔줄 몰라 하는 모양새다.

대인예술시장이나 궁동 예술의 거리도 마찬가지이다. 행사가 있는 주말에만 반짝 할 뿐 평일에는 어디 사람 구경이나 할 수 있던가.

동명동 주거지 일대는 관사, 공관 등 고급주택 밀집지역과 과거 철길 주변에 형성된 저층 주거지소 및 나무전거리의 흔적 등이 일부 남아있으나 광주의 고유함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또한 학원들이 밀집한 데다 이색적인 카페 및 맛집 등이 밀집해 젊은 세대와 관광객들에게 일부 인기를 얻고 있으나 제대로 걸을 수 있는 보행공간이 부족하는 등 교통사고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이미 값이 하늘 높을 줄 모르고 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시는 골목길과 주택을 개발해 볼거리, 먹을거리, 들을거리, 숙박체험거리, 공방거리 등을 융복합 브랜드화 해 동명동을 오감 체험마을로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광주시는 동명동 문화마을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은 전문가 및 시민 참여형으로 민관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12월까지 완료하고 내년부터 2022년까지 마스터플랜에 담겨진 실행 계획을 추진한다고 했다.

지역민의 참여는 물론 시민, 전문가, 유관기관, 문화활동가(기획자) 등이 함께하는 광주문화마을추진단을 운영해 시민 및 전문가 참여 기획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구상 발표부터가 걱정이 된다. 무엇이든 계획을 세우고 밀어붙이는 식이다. 문화마을 만드는 일이 거리 조성하고 디자인을 하고 색칠만 하면 다 되는 일인가?

왜 시는 이런 문화마을 구상을 내놓는 것일까?

대부분 짐작하겠지만 시장이 발표한 공약사항이나 최근 발표한 정책들을 가시적 성과물로 드러내야 한다는 관련 공무원들의 압박감이 들어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문화도시의 문화마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문화예술가들이 모여들고 주민들과 어울리며 스스로 문화만들기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문화마을이 형성된다.

시가 예산을 주면 움직이고 예산을 주지 않으면 멈추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한 가지 제안을 한다. 행정이 특정 지역을 ‘문화마을’로 만들려 노력하지 말기 바란다. 대신 곳곳에서 문화활동가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들이 주민들과 함께 지역 특성에 맞는 문화만들기를 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광주시 98개 동에 한 명씩의 문화활동가들이 우선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들이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어울릴만한 문화마을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본다면 비엔날레를 열 때마다 특정 지역을 주민들과 함께 색칠하고 붙이는 마을작품을 만들어가는 기회를 준다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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