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6일 오전(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박물관내 삼성홀에서 교포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행한 연설에서 "와서 대접 좀 받았다"고 말문을 연 뒤 "전부터 부시 대통령이 확인했던 얘기라 말만으론 특별히 새로울 게 없지만 미국과 전국민,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양국 정상이 함께 약속하고 발표했다는 데에 그만큼 무게가 실리는 것"이라고 이번 합의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그는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면 (평화적 해결이)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걱정의 짐을 내려놨다"고 덧붙였다.
***盧, "부시, 북한정권은 미워하나 국민은 불쌍히 여겨 다행"**
노대통령은 "더 다행스러운 것은 부시 대통령의 의지가 확인된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은 북한 정권과 북한 국민을 분리해 정권은 미워하나 국민은 불쌍하게 생각하고 동정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노대통령은 이어 "인도적 지원은 계속 하겠다는 말도 거듭 확인했다"며 "무슨 약속을 위해 주고받은 게 아니고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심경을 밝히면서 말한 것으로 아주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주한미군 재배치는 한미간에 갈등이 있거나 우호관계에 금이 가서 나오는 게 아니라 전투기술이 아주 달라진 데 따라 전략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에 많은 육군병력을 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두 군데에 모이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며 "2사단 재배치는 국민 및 투자한 외국인들도 불안해하므로 천천히 신중하게 하기로 어느 정도 얘기됐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밖에 재외동포법 입법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배석한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을 불러 세워 "진 장관은 아들때문에 까딱하면 장관자리에서 쫓겨날 뻔 했다"면서 "그러나 (비판에) 대꾸하지 않고 꾹 지켜냈다. 이렇게 해서 하나씩하나씩 인식을 바꿔나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악화 계기 되지 않을까 우려돼**
노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색다른 내용은 없으나, 부시대통령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속 약속을 설명하는 자리에 "다행스러운 것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 정권과 북한 국민을 분리해 정권은 미워하나 국민은 불쌍하게 생각하고 동정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 대목은 앞으로 남북관계를 크게 악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겠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그동안 북한정권을 반드시 타도시켜야 할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그 근거로 북한정권이 국민을 굶주려 죽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온 부시대통령의 주장을 전면 수용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북한 수뇌부를 크게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거의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을 낳고 있기도 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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