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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뒷짐 지고 있을 테니 대법 판결을 기다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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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우린 뒷짐 지고 있을 테니 대법 판결을 기다리라고?

[기고] '이명박근혜' 시절의 헌재와 인권위도 직권취소를 지지한다

전교조는 오는5월 28일 30돌을 맞이한다. 성대한 잔치를 벌여야 하지만 아직 법외 노조 신세다. 앞으로 열흘 이내에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전교조 30돌 기념행사는 잔치판이 아니라 성토 대회가 될 판이다. 전교조는 교육감을 10명이나 내고 조합원이 5만 명에 달하는 성공한 교원노조다. 이처럼 펄펄 살아 움직이는 전교조가 법적으로는 노조가 아니란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전교조가 죽은 박근혜정권이 쳐놓은 '노조 아님' 족쇄에 묶여있는 아이러니가 계속된다. 내가 보기에 문재인 정부의 한계를 전교조법외노조사안 처리방식보다 더 명징하게 드러내는 건 없다.

법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청와대와 노동부의 몫이다

문재인 정부는 시종일관 전교조와 시민사회의 법외노조통보 직권취소 요구에 귀를 막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내가 보기에 법리적으로는 문재인 정권이 직권취소를 거부할 이유가 궁핍하다. 불법부당한 흠이 있는 행정처분은 원칙적으로 처분청이 직권취소할 수 있고 문제의 행정처분을 소송으로 다투고 있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역사교과서 국정화 결정을 직권취소하고 세월호 순직 기간제교사의 산재불인정결정을 직권취소한 전례도 있다. 6만 교사의 단결권을 일거에 박탈한 고도의 기본권침해 행정처분이라서 판단에 흠이 있었다면 지체 없이 직권취소해야 부당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법리를 떠나서도 전교조 비합법화 조치는 통진당 강제해산조치와 함께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막가파'식 폭거였다. 대선후보 당시 박근혜는 전교조를 산을 붉게 물들이는 해충에 비유하며 전교조 박멸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냈었다. 그것이 발단이었다. 박근혜는 집권 첫해 보란 듯이 전교조를 법의 세계 바깥으로 밀어냈다. 더욱이 전교조법외노조 관련 재판은 통진당 해산 관련 후속 재판 및 일제하 강제징용 배상재판과 함께 박근혜-양승태 주도 사법농단과 재판거래의 3대 피해 사건의 하나였다. 모두 정치적으로 감안되어야 할 중요한 사실들이다.

대법원은 뭐하는가. 최대한 판결을 서둘러라

나는 김명수 대법원이 전교조법외노조 통보처분을 부당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고 예측한다. 기본권박탈 행정처분의 적법성 판단은 가장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맞고 9명의 해고조합원을 이유로 6만 여명의 단결권을 박탈한 법외노조통보처분은 누가 봐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명수 대법원장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양승태 대법원이 기각 취지로 돌려보낸 전교조법외노조통보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재판을 맡아, 보란 듯이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다시 받아주며 전교조의 손을 들어준 전력을 가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교조법외노조통보처분의 위헌성과 부당성에 그만큼 강한 소신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전교조는 안심하고 대법 판결을 기다리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속마음도 조금 더 고생하더라도 대법 판결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제일 깔끔하고 논란의 소지가 없다는 것이기 쉽다. 그렇지만 이건 너무나 한가한 소리다. 도대체 얼마를 더 기다리란 말인가. 벌써 6년이 다 됐다. 법외노조통보에 이르는 초기 과정 내내 학교 현장에선 전교조의 대응 방식을 놓고 유무형의 의견 대립이 지속됐다. 그 후에도 법외노조관련 가처분결정이나 본안판결이 내려질 때마다 또한 전교조가 대규모 투쟁에 나설 때마다 학교현장은 크게 술렁이며 진통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전교조에는 법외노조 사태를 거치면서 이미 위원장과 지부장 등 지도부 인사 34명이 해직된 상태다. 전교조집행부는 지난 6년간 사무실보다 길거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모든 관심과 역량을 법외노조해소투쟁에 집중하다 보니 교육정책 개발과 대응역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한국 교육에 알게 모르게 끼친 부정적 영향이 작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얼마나 더 견디라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와 김명수 대법원이 야속하다

전교조는 문재인 정부가 야속하다. 전교조는 세월호 진상규명투쟁, 역사교과서국정화반대투쟁, 촛불시민혁명에 누구보다도 앞장섰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반대투쟁에서 전교조의 역할은 눈이 부셨다. 다른 한편 전교조는 박근혜 정권의 최대 피해자이자 양승태 사법농단의 최대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촛불정부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않는다는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대법원만 쳐다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 도대체 왜 청와대와 노동부는 가만있는가. 왜 엉뚱하게 야당의 협력이 필요한 ILO조약 국회비준 타령을 하며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노조법시행령 개폐 작업은 안 하는가. 왜 노동부에 헌재가 제시한 적법성 기준에 따라 직권취소 여부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하지 않는가.

대법원도 문제다. 전교조 사안이 얼마나 큰가. 전교조 6만 교사의 단결권이 걸려있는 데다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이 쏠리는 중대한 재판 아닌가. 하지만 법리적으로는 9명의 해직조합원에 의한 전교조의 자주성과 민주성 훼손여부와 6만 명 조합원의 단결권 박탈의 과잉 여부만 가리면 되는 비교적 단순한 사안이 아닌가. 게다가 대법원에 올라온 지도 3년이 훌쩍 넘었다. 그 사이 당사자인 전교조가 막대한 손실과 피해를 입었고 교육계와 학교 현장도 직간접적으로 갈등과 혼선, 피해를 겪었다. 그 사이 전교조 재판을 둘러싼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거래 내역이 속속들이 밝혀졌다. 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대법원은 전교조법외노조사안을 최대한 패스트트랙에 태워서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야 맞다. 대법원이 교사대회가 예정된 5월 25일 이전에 전교조의 손을 들어주는 게 최선의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셈법을 우선해서 대법원 뒤로 숨은 문재인 정권, 비겁하다

박근혜 정권은 집권 첫해 노동부 과장전결로 전교조법외노조통보공문을 전교조에 보내게 해서 뜻을 이뤘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 2년이 지나도록 노동부 과장전결 공문 하나를 뒤집지 못하고 쩔쩔맨다. 대법 판결에 맡기기로 하고 손을 털었지만 청와대도 허구한 날 분수대 농성에 마음 편할 리 없다. 문재인 정권의 선택이 법리적으로 불가피하거나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이미 밝혔다. 사안이 복잡한 것도 아니다. 6만 조합원 중 9인의 해직교사가 포함돼있다는 이유 하나로, 그것도 법원 판결도 아닌 노동부 과장 전결처분으로, 6만 교사조합원들의 단결권을 한순간에 박탈한 행위는 민주법치국가가 수용할 수 없다. 이것만 분명하면 된다.

행정부가 법외노조통보처분으로 먼저 문제노조 조합원들의 노동3권을 박탈한 후 이의가 있으면 소송으로 다투라는 식의 현행 법외노조통보제도는 노동3권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지극히 비정상적인 절차다. 아무런 조건과 제약, 한계가 없는 선 기본권 박탈, 후 구제소송 제도는 권력에 의한 오남용을 막을 수 없고 독재자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조합원의 단결권 박탈을 수반하는 법외노조 통보는 극단적인 경우에 한해 법원 판결로만 가능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정당해산이 헌재결정으로만 가능하듯이 법외노조 통보도 엄격한 조건 아래 법원판결에 의해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법제 개선이 필요하다.

내가 보기에 문재인 정권이 지난2년 동안 법외노조통보처분을 직권취소하거나 법외노조통보조항을 손질하지 않은 이유는 법리적이라기보다는 정무적인 데 있다. 문제의 시행령을 개정하거나 문제의 통보처분을 직권취소할 경우 정치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결과다. 특히 전교조비토세력이 강력하게 반발하며 중도지지층이 떨어져나갈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 같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권은 직접 전교조 손을 들어주면 반전교조 성향의 중간층 지지자를 잃기 쉬워 정치적 손해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 선택한 것이 대법원을 통해 손 안 대고 코 푸는 방식이다. 이런 분석이 맞는다면 문재인 정권은 불의한 정권의 최대 피해자이자 양승태 사법농단의 최대 피해자, 전교조의 법외노조사태를 정치적 셈법으로 접근해서 대법원 뒤로 숨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명박근혜 시절의 헌재 결정과 인권위 권고대로 하면 된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지금 당장 이명박근혜 시절의 헌재 판결과 인권위 권고에 기대서 박근혜 정권의 법외노조처분을 직권취소하고 노조법시행령의 위헌적 근거 조항을 개폐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만 박근혜 정권의 폭거로 법외노조가 돼 지난 6년 온갖 불의와 불편, 희생과 투쟁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전교조, 양승태 대법원에 의한 재판농단의 최대 피해자가 된 전교조, 그 와중에서도 국정역사교과서 반대투쟁과 촛불시민혁명에 앞장섰던 전교조에 최소한의 예의를 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외노조통보제도를 마련해놓은 노조법시행령은 대통령령이라서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개폐가 가능해 자유한국당의 협력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 법외노조처분 직권취소도 '이명박근혜' 시절의 헌재결정과 인권위 권고에 터 잡아 행할 경우 자유한국당이 마구 반대하기 어렵다. 자신들이 임명한 보수적인 재판관과 인권위원들이 내놓은 결정과 권고를 무턱대고 비판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노동부가 관련 시행령을 고치고 통보처분을 직권취소하면 전교조는 물론 시민사회와 국제사회가 일제히 환호할 게 틀림없다.

'이명박근혜' 시절 인권위의 법외노조관련 권고

이런 생각으로 이하에서는 노조법의 법외노조 관련 조항과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처분에 대해 '이명박근혜' 시절의 '보수 압도' 헌법재판소와 국가인권위가 어떻게 결정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인권위는 지난 9년 동안 3회에 걸쳐 전교조법외노조사안의 근거법령과 행정조치가 각각 과잉금지원칙 위반이자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 침해로서 국제인권조약과 헌법에 위배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첫 번째 공식 입장은 2010년9월30일 위원장과 3인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상임위원회 명의의 '노조설립에 관한 법령 및 정책개선권고'를 통해서 나왔다.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 부분을 삭제하고 시정 요구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보다 덜 침익적인 형태로 보완”하라는 내용이었다. 시행요구를 불이행할 경우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곧바로 법외노조로 통보해서 단결권을 박탈하는 건 과잉금지 헌법원칙을 위반하는 위헌적 행정처분이라는 취지였다.

2013년 9월 23일 박근혜 정권의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10월 23일까지 시정조치를 불이행하면 법외노조로 통보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막 출범한 박근혜 정권에 맞서고 싶지 않은 보수 편향 인권위에 대해 시민사회는 왜 가만있냐고 다그쳤다. 결국 시정조치 이행시한을 하루 앞둔 2013년10월22일 인권위는 현병철 위원장의 성명 형식으로 임박한 법외노조 처분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식으로 약한 입장을 표명한다. 위원장 성명은 인권위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권위가 시민사회 면피용 꼼수를 부린 것이다. 만약 진정성이 있었다면 인권위는 2010년의 법외노조통보제도 폐기권고에 발맞춰 노동부의 임박한 법외노조통보처분이 위헌일 뿐 아니라 부당하다는 강력한 입장을 전원위나 상임위 명의로 밝혔어야 했다.

대법원에 제출된 인권위의 공식 의견

가장 최근의 세 번째 공식 대응은 2016년2월부터 전교조법외노조통보사건을 심리중인 대법원에 제출될 공식의견을 2017년12월18일 전원위원회 결정으로 결의한 것이었다. 이때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지 7개월이 지난 시점이지만 아직까지 국가인권위의 인적 구성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박근혜 정권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임명한 인권위원이 위원장을 포함해서 8인이 넘을 때다. 그렇기 때문에 2017년12월의 인권위는 실질적으로 박근혜시절 인권위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국가인권위는 크게 세 가지 근거를 댔다. 첫째, 결사의 자유에 관한 국제인권조약 및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권고를 적극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유엔사회권규약위원회, 국제노동기구결사자유위원회, OECD노조자문위원회, 국제교원노조연합(EI)의 지속적인 성명과 권고를 들 수 있다. 국제사회는 조합원 자격은 조합이 자주적, 민주적으로 정하면 된다는 국제적으로 확립된 기본 원칙을 준수하라고 촉구해왔다.

둘째, 해직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자격 여부와 관련하여 교원노조의 초기업단위 노조로서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이미 2004년 판결을 통해서 일시적인 실업자나 구직자의 초기업단위 노조가입권을 인정하였기 때문에 전국단일노조인 전교조도 9인의 해직교원의 가입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 전교조사안에서 법외노조 통보조치가 비례원칙에 위반한다는 것이다. 시정요구 불이행에 대한 제재로 노조법상 향유할 수 있는 일부 권리의 일시 정지 등 덜 침익적인 형태의 제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지위 자체를 원천 부정하는 가장 침익적 방법을 택함으로써 기본권제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로서는 이로써 전교조법외노조사안에 대해 꼭 해야 할 일을 어지간히 수행한 셈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위의 3종 세트가 모두 이명박근혜 시절의 압도적 보수 우위 국가인권위에서 나온 공식 권고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대통령(이명박, 박근혜)와 집권여당(새누리당), 대법원장(양승태)가 임명한 보수적인 위원장과 상임위원, 비상임위원이 총 11인 중 8,9인에 달했던 시절의 국가인권위에서 나온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내용에 대해서 어떤 보수 인사도 토를 달 수 없는 사회적 합의 수준의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근혜 시절의 헌재 결정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의 압도적 보수우위 헌법재판소는 2015년5월28일 노조법의 법외노조 근거 조항에 대해 8대1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합헌 근거는 노조법의 관련법조항이 그 자체로는 단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헌재에 따르면 구체적인 단결권 침해는 행정관청이 법외노조통보처분을 할 때 발생하는데 법외노조통보처분이 적법한지는 법원이 얼마든지 판단할 수 있다.

당시의 헌재에 다른 결정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만약 위헌 결정을 내리면 그 즉시로 박근혜정권이 명운을 걸고 추진한 전교조법외노조통보처분이 합법성을 가장한 국가폭력임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법외노조 근거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하면서 헌재는 법외노조 근거조항에 따라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할 경우에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적법성을 획득한다며 일종의 오남용 통제법리를 제공한다.

"교원노조에는 일시적으로 그 자격을 갖추지 못한 조합원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하는 만큼 자격 없는 조합원이 노조의 의사결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입법 취지와 목적에 어긋남이 분명할 때 비로소 법외노조통보를 할 수 있”다고 토를 단 것이다. 이어서 헌재는 "행정관청의 법외노조통보 처분의 적법성 판단에서는 자격 없는 조합원의 수, 그러한 조합원들이 노조 활동에 미치는 영향, 자격 없는 조합원의 노조 활동을 금지 또는 제한하기 위한 행정당국의 적절한 조치, 해당 노조의 시정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한다”고 판시했다.

행정부의 헌재결정취지 존중의무

헌재의 적법성 판단기준 제시에 따라 당시 박근혜 정권의 노동부는 전교조법외노조통보처분이 과연 헌재가 설시한 적법 요건을 갖췄는지 다시 검토했어야 했다. 헌재가 제시한 적법성 판단기준은 법원뿐 아니라 행정부도 최대한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박근혜 정권은 자신이 밀어붙였던 일의 적법성 여부를 다시 따질 계제가 못 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바로 이 일부터 했어야 했다. 지금도 늦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헌재의 적법성 판단 기준에 비춰볼 때 전교조사안의 법외노조통보처분이 과연 적법한지를 따져보고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직권취소하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구성된 진보우위 헌재도 아니고 이명박근혜 시절의 보수 우위 헌재가 제시한 판단기준을 존중해서 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데 누가 시비를 걸 것이며 무엇이 문제인가.

헌재의 판단기준에 따를 경우 법외노조통보는 100% 부당하다

2013년 전교조법외노조통보처분을 헌재의 적법성 판단기준에 따라 하나하나 따져볼 경우 단 하나의 적법요건도 충족하지 못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다. 첫째, 자격 없는 조합원의 수는 6만여 명 중 9명(0.015%)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자격 없는 조합원 9명은 당시 전교조 위원장이나 지부장, 사무총장이나 사무국장, 기타 고위집행간부직을 맡고 있지 않았다. 전교조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영향력이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셋째, 자격 없는 조합원의 노조 활동을 금지 또는 제한하기 위해 노동부는 해직교사 조합원의 제명과 조합가입금지규약을 요구할 뿐 덜 침익적인 다른 조치를 전혀 제시한 바 없다. 넷째, 전교조가 제명과 규약변경이라는 극약처방의 수용을 거부한 건 맞지만 덜 침익적인 시정명령에 대해서도 그랬을 것으로 예단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조법상 법외노조 근거조항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 분명할 때만”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할 수 있다는 헌재 판단이다. 노조법은 노조의 결격 사유를 정하고 결격 사유가 있는 노조결성신고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으며 그를 불이행할 경우 '노조 아님'을 통보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그 입법목적과 취지는 노동조합의 대외 자주성과 대내 민주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서 어용노조와 유령노조, 친목노조와 정치목적노조를 막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따져보자. 6만 여명의 조합원 중 해직 교원이 9명 있다고 해서 전교조가 사용자(정부)의 어용노조가 될 위험성이나 개연성이 있는가. 없다. 9인의 해직 교원 때문에 전교조가 활동하지 않는 페이퍼 노조나 유령노조가 될 위험성이나 개연성이 있는가. 전혀 없다. 전교조가 9인의 해직교원 때문에 친목 도모나 정치 활동을 주된 목적으로 삼을 위험성이나 개연성이 있는가. 없다. 도대체 6만여 명의 조합원 중 9인의 해직 교사 조합원을 둔 탓에 전교조가 자주성과 민주성에서 어떤 문제를 갖게 됐단 말인가. 매 2년마다 치열한 노선경쟁과 조합원 직선을 거쳐 선출된 전국과 지역 단위의 위원장과 지부장, 기타 집행간부들이 해직 교원 9인의 지령에 놀아나는 꼭두각시라는 말인가. 물론 아니다. 어떻게 봐도 결격 사유를 둔 입법 목적과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게 분명하다.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 연대성? 전교조는 모범적이다

전교조는 박근혜 정권의 독기 서린 탄압에도 불구하고 조합 활동 중에 해직된 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조합규약을 고치거나 9인의 해직 교원 조합원을 제명할 수 없다고 조합원총회에서 다수결로 결정했다. 어떻게 이보다 더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 연대성을 실천할 수 있겠는가. 긴 말 할 것 없다. 조합원 자격을 노조가 자유롭게 정하는 것이 노조 운영의 자주성과 민주성에 부합하겠는가, 아니면 국가가 정해주는 것이 부합하겠는가. 당연히 전자라는 것이 유엔사회권규약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결사자유위원회, OECD노동자문위원회의 일관되고 확고한 입장이다.

어이없게도 전교조는 해직교사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주기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결정했다는 이유 하나로 6만 명 조합원의 단결권을 박탈당해 오늘에 이른다. 이런 난센스의 극치가 2013년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일어났을 뿐 아니라 촛불혁명과 정권교체를 거친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전교조법외노조통보의 근거조항과 통보처분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단결권을 침해하는 위헌성을 면하지 못한다는 국가인권위 판단과 헌법재판소 판단을 손에 쥐고 있는데도 그렇다. 입헌법치국가의 원칙상 문재인 정부는 헌재 결정은 물론이고 국가인권위 권고도 100% 존중해야 맞다. 문재인 대통령도 행정부처의 국가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지금에라도 노동부가 법외노조 관련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도록 독려할 때다.

문재인 정부는 법외노조관련 인권위권고를 수용하라

참고로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청와대는 당시 김병준 정책실장 주도로 범부처 차관회의를 정기적으로 소집해서 각 부처의 국가인권위 권고 불이행 상황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철저 이행을 독려했다. 나는 당시 인권위 사무총장으로서 청와대 범부처 차관회의에 지속적으로 출석해서 미이행 부처의 불이행 사유를 듣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타 부처 차관들도 의견을 내며 미이행 부처가 이행으로 돌아선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문재인 청와대가 만약 노무현 청와대처럼 전교조법외처분 관련 국가인권위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다면 벌써 노조법시행령의 '노조 아님' 통보제도가 폐기되고 시행명령 불이행 사유와 경중에 따라 보다 덜 침익적인 제재방안이 노조법시행령에 입법되었을 터다. 국가인권위법상 문재인 대통령과 국무총리, 노동부장관은 인권위의 법외노조시행령 개폐 권고를 존중할 의무를 갖는다. 그 입법권고가 '이명박근'혜 시절 인권위의 입법권고라 해서 다르지 않다.

헌재는 법외노조통보처분이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 단결권 보장 취지에 역행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검토해야 할 4개 사항을 제시하며 행정부와 법원에 적법성 판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와 노동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전교조가 결격사유, 즉,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인정으로 말미암아 자주성과 민주성에서 상당한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한지를 치밀하게 검토하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망설이지 말고 행정처분을 직권취소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것이 헌재 결정을 존중하는 행정부의 올바른 업무자세다. 비록 그 헌재 결정이 '이명박근혜' 시절의 헌재 결정이었다고 해도 다르지 않다.

요약과 결론
요컨대, 지난2년 동안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자며 전교조법외노조처분을 방치해온 문재인 정권의 행태는 법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몹시 잘못됐다. 법리적으로는 법외노조통보법제 개선과 전교조법외노조통보 직권취소를 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이명박근혜' 시절의 헌재가 제시한 적법성판단기준에 맞춰 전교조법외노조통보처분을 직권취소하고 이명박근혜 시절의 국가인권위 권고에 맞춰 노조법시행령의 법외노조조항을 폐기하고 덜 침익적 제재방안을 입법하면 됐었다.

정치적으로는 박근혜 정권의 최대 피해자이자 박근혜-양승태 사법거래의 최대 피해자인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를 그대로 놔두고 어떤 정치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겠나. 이것마저 스스로 못하고 대법원에 공을 넘겨버린 정부를 어찌 촛불정부라고 부를 수 있겠나. 정치적 득실 계산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있고 정치적 득실 계산 없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전교조 재합법화는 후자에 속한다. 전교조는 혼용무도 정권의 최대 피해자일 뿐 아니라 동시에 최전선에서 용맹하게 싸운 불굴의 전사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전교조에 빚을 졌다.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법외노조화에 맞서 싸웠으나 역부족이었다. 그 피해와 희생은 전적으로 전교조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전교조는 법외노조상태에서도 자주성과 민주성, 연대성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며 세월호진상규명투쟁이나 국정교과서반대투쟁, 촛불시민혁명에 앞장섰다.

지난 2년동안 박근혜 시절의 적폐청산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지만 유독 전교조법외노조사태만은 비켜갔다. 전교조는 아직도 박근혜 시대의 겨울공화국을 살고있다. 끝나지 않은 박근혜 시대의 반헌법, 반인권, 몰상식의 폭거를 이제 문재인 정권이 직권취소해야한다. 마침 집권여당의 이인영 원내대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근혜시대의 헌재와 인권위도 요구한 법외노조 시행령 폐기와 통보처분 직권취소를 문재인 정부가 못할 이유가 없다. 마침 전교조 30돌 기념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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