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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끝내 법정관리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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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끝내 법정관리 결정

블룸버그 "골드만 삭스, 투자금 회수 원해"

소주업체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주)진로가 창업 80년만에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재판부가 외국계 채권자인 골드만 삭스가 제기한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블룸버그, "골드만 삭스 투자금 회수 원해"**

서울지법 파산부(재판장 변동걸 부장판사)는 14일 ㈜진로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결정을 내렸으며 관리인으로 이원 전 현대아산 개성사업단장을 임명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진로가 주장하는 외자유치의 규모, 방식, 시기 등에 대한 근거있는 자료가 없을 뿐더러 외자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채무 전액을 갚을 수 없어 화의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채권자의 일반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내려졌다고 해서 진로가 외국계 채권자의 손에 넘어가거나 진로라는 기업이 해체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엄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진로를 재건시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판단임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법정관리는 채권자의 신청으로 이뤄진 것이며 더욱이 최초로 외국계 채권자인 골드만 삭스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법정관리에 이은 청산 절차"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14일 "골드만 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골드만 삭스 우호채권단들은 진로 자산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길 원해왔다"면서 "액면가로 4억4천9백만달러(약 5천4백억원)을 회수할 길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골드만삭스는 진로의 자산가치를 진로의 채무 1조8천5백억원이 넘는 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로, "골드만 삭스, 컨설팅 맡고 실태 파악후 뒤통수 쳐"**

그동안 채권자들의 신청으로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진 사례는 기아자동차, 범양상선에 이어 진로가 세 번째로, 진로의 장진호 회장 등 기존 경영진은 고등법원에 즉각 항고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항고가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진로는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첫 화의기업으로 지난 98년 2월 화의개시 결정이 내려져 작년말까지 9천6백억원의 채무를 정산했으나 이는 대부분 화의채무 이자로 아직도 1조7천억원의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 화의 인가 후 5년간 매년 평균 1천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이자 등 비용지급부담이 과중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재판부도 법정관리 결정문에서 "향후 화의조건대로 채무변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진로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면서 "진로가 주장하는 외자유치의 규모, 방식, 시기 등에 대한 근거있는 자료가 없을 뿐더러 외자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더라도 화의조건에 따른 잔존채무 전액을 변제할 수 없어 화의의 계속이 채권자 일반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진로는 채권자 64%가 법정관리 개시에 반대하고 있어 골드만삭스 측의 신청이 불성실한 신청이라고 주장하나 채권자들의 뜻은 진로가 추진중인 외자유치 작업을 수개월간 지켜본 뒤 법정관리를 개시해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정도여서 불성실한 신청으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진로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골드만삭스는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진로,진로의 임직원과 채권자들을 위해 올바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로 관계자는 14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도 "진로를 도와주겠다며 컨설팅을 맡았던 골드만 삭스가 진로의 부실채권들을 대량 매입한 뒤 이를 무기로 한 기업을 무너뜨린 것은 뒤통수를 친 부도덕한 사례"라고 비난하면서도 "법정관리 개시결정으로 1조6백억원대의 대규모 외자유치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면서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장진호 회장 책임도 커**

그러나 오늘날 진로가 법정관리 사태까지 이른 것은 2세 경영자인 장진호 회장의 부실경영 탓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지난 88년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장진호 회장은 그 이듬해 서울 서초동 본사 부근에 아크리스 백화점을 열면서 종합유통사업에 뛰어든 이후 주택건설, 전자, 기계, 금융, 레저 등으로 사업 영역을 급속히 확장했다.

이로 인해 장 회장 취임 당시 5개에 불과하던 계열사 수가 90년대초에는 30개 가까이로 늘어났다. 더욱이 95년 막대한 초기 투자가 요구되는 맥주시장 진출까지 확장일로의 경영으로 진로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진 상태에서 IMF로 결정타를 맞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진로는 98년 2월 '국내 화의기업 1호'로 올해 3월까지 5년간 부채 원금 상환을 유예받으며 외자유치를 통한 기사회생을 도모했으나 지난 3월말 화의 조건에 따른 첫 분기 원금상환을 이행하지 못했다. 골드만삭스는 첫 분기 5천8백만 달러(약7백억원)에 이르는 원금 상환이 이뤄지지 못하자마자 즉각 "기존 경영진을 믿을 수 없다"면서 법정관리신청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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