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60) 전 검찰총장이 나라종금 로비와 관련,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어 각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명재 전 검찰총장은 '대쪽 검사'의 표상으로 DJ정권말기 검찰총장으로서 이른바 '3홍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 검찰 내부는 물론 각계의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명재 전 검찰총장마저...**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은 지난해 6월28일 2조9백억원대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도 끝내 퇴출된 나라종금의 대주주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을 횡령과 국외재산도피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과 이 비자금이 퇴출저지 로비자금으로 쓰인 실마리가 잡히면서 시작됐다.
현재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6일 나라종금의 안상태 전 사장(59.구속수감 중)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 전 총장에 대해 진위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사장이 "1999년 8월부터 2000년 4월 사이 당시 부산고검장이던 이 전 총장을 찾아가 금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는 <한겨레21>(458호·15일자) 보도와 관련해, 안 전 사장을 상대로 진위 여부를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조사 대상자의 구체적인 진술 등 수사내용은 일체 알려줄 수 없지만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만큼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이명재 전 검찰총장의 금품수수 의혹은 말 그대로 안 전사장의 진술에 따른 의혹 제기 단계수준이나, 만에 하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우리 사회에 던질 충격은 대단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이 받게될 충격은 대단하며, 현정부 출범후 발탁된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의 처신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정재 금감위원장은 이명재 전 검찰총장의 동생이다.
***박주선 의원, 이용근 전 금감위원장도 수사**
검찰은 이명재 전 검찰총장외에 역시 검사출신인 박주선(52) 민주당 의원이 안상태씨로부터 2억~3억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수사중이다.
안 전 사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박 의원이 전남 보성.화순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2000년 4월 총선을 전후해 몇 차례에 걸쳐 박 의원에게 2억~3억원을 건넸다"고 진술을 받아낸 검찰은 박 의원을 곧 소환해 돈의 대가성 여부를 가리기로 하고, 소환일정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이용근(61) 전 금융감독위원장 역시 6일 임의동행 형식으로 소환한 뒤 이씨가 재직 당시 안 전 사장한테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적용, 이르면 7일 이 전 위원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금감위원장으로 재직하던 2000년 1~8월 김호준(44.구속수감중) 전 보성그룹 회장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사장한테서 4~5차례에 걸쳐 5천만~7천만원을 건네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안 전 사장은 지난 달말께 "나라종금과 관련해 잘 봐달라는 취지로 돈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위원장이 받은 금품이 포괄적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사장은 박주선 의원이나 이용근 전 위원장과 같은 고향(전남 보성) 출신이며, 이명재 전총장과는 10여년전 한 검찰 고위간부의 소개로 만나 오랫동안 교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나라종금처럼 지난 정권의 의혹사건들이 차례로 검찰의 재수사 대상이 되면서 사법처리될 거물급 인사들이 앞으로도 속출하며 거센 사정정국이 몰아닥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뿐 아니라 월드컵 휘장 로비의혹 사건, 수원 S건설 로비의혹 사건, 안양 D금고 관련 불법대출 및 기업인수 특혜의혹 사건, 한전 석탄납품 로비의혹 사건 등 검찰이 파헤칠 의혹사건들이 한 두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4백여 공기업에 대한 내사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상당 기간 정치권, 관계, 공기업 사회에는 찬바람이 몰아닥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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