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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독일총리 실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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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독일총리 실각 위기

사상최악의 경제난에 '미국의 보복'까지 가세

이라크전 반대로 국민들의 인기가 급상승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경제문제로 실각할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다가 차제에 슈뢰더 정권을 붕괴시키며 유럽에서의 미국 헤게모니를 탈환하려는 미국의 보복도 슈뢰더를 한층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일본보다 심각한 독일경제 위기**

세계3위의 경제대국이자 유럽연합 총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독일은 지금 불황의 늪에 깊숙이 빠져 있다.

지난 4월초 IMF(국제통화기금)가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유로권 12개 국가의 경제성장예상치를 당초 2.3%에서 6개월만에 1.1%로 절반이하로 낮춰버리면서 “유로권 경제성장이 실망스러우며 불안요인이 증가하고 있는 데 그 주범은 바로 독일”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IMF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독일 경제가 회복되리라는 조짐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독일의 스태그플레이션이 특히 우려되는 사항”이라면서 올해 독일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0.5%로 잡았다.

설상가상으로 낙관적 경제전망치를 제시하는 편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조차 지난주 독일의 경제성장률을 0.3%로 낮추었다. 이러한 수치는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 0.8%보다도 훨씬 낮은 것이다. 독일의 경제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인지를 알 수 있는 수치다.

슈뢰더 총리는 지난해 9월 총선과정에 ‘독일 독자노선’을 내세운 이래 이라크전쟁 반대 등의 정책을 펴며 국민들 사이에서 인기는 치솟았지만, 정작 독일의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있는 형편이다. 일자리 창출을 제1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슈뢰더 총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실업률은 현재 9%대나 되고 있다. 강력한 고용안정법과 고임금, 사회복지분담금 등으로 유럽 어느 국가보다 고용과 해고에서 경직성이 심하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29일(현지시간) “오늘의 사태는 전임자 헬무트 전 총리가 집권 16년간 구조적 취약점을 방치한 탓”이라면서도 “슈뢰더 총리도 지난 집권 4년동안 근본적 변화의 필요성을 외면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슈뢰더, 사민주의 정책에서 대폭 후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슈뢰더 총리는 지난 28일 현재 추진중인 사회,경제 개혁안이 집권당인 사회민주당(SDP)의 반대에 직면할 경우 "총리직을 사임할 수도 있다"면서 배수진을 치기에 이르렀다.

슈뢰더 총리가 제안한 사회, 경제 개혁안은 침체된 경기부양과 고용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세부안으로 고용보호 규정의 완화, 실업수당 감축 등 비임금 노동비용의 축소를 담고 있다. 독일식 사민주의 정책에서의 큰 후퇴다. 경제상황의 심각성으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6월1일 전당대회에서 이번 개혁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개혁안이 실시될 경우 대량실업 사태로 이어져 슈뢰더 총리가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러나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경제 개혁은 물론 사민당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동안 슈뢰더 총리가 친기업적인 개혁에 손을 대지 못한 이유는 사회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이 강력한 노조에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노조와 좌파들은 복지 삭감이나 고용안정성을 위축시키는 어떠한 시도에도 맹렬히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슈뢰더 총리의 경제개혁안은 스스로의 정치적 입지를 허무는 위험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집권이후 개혁을 미뤄와 기업인들이나 경제학자들로부터 이미 신뢰를 잃은 상태이기 때문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슈뢰더 총리는 노사 양측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샌드위치 신세”라고 묘사했다.

***부실화된 금융시스템이 경제위기의 근원**

IMF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경제가 침체된 주요원인은 '부실화된 금융시스템'이다. 보고서는 “독일의 디플레이션 위험은 일본을 제외한 산업국가 어느 곳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재 적자위기를 맞고 있는 독일 은행들의 신용등급까지 강등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으며, 급증하는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세금인상을 추진하면 소비자 신뢰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독일 상원은 4월초 법인세 세금감면 혜택을 대폭 줄이고, 모기업과 해외합작법인과의 거래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대기업들의 세부담을 크게 늘이는 정책이 의회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독일 정부로서는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독일 최대기업중 하나인 반도체회사 인피니온은 이에 반발해 법인세 세금혜택이 줄어드는 세제개혁이 시행되면 본사를 스위스로 옮기겠다고 나서는 등 기업들의 저항이 거세다. 지난해 총선에서 ‘감세안’을 공약으로 내세운 슈뢰더 총리로서도 법인세 강화를 밀어붙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그렇다고 기업 입장만 고려할 사정도 못된다. 지난 1월초 유럽연합(EU)으로부터 재정적자 해소 방안을 오는 5월21일까지 마련하지 못하면 1백억달러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통고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유로화를 공식 통화로 사용하는 12개 유로권 국가에 적용되는 안정성장조약에 따르면 각국의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억제하고, 공공부문 부채를 GDP의 6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독일은 지난해 재정적자폭이 GDP의 3.75%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슈뢰더 총리는 디플레이션에 빠진 경제를 재정지출을 늘려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안정화조약을 준수하기 위해 지출감소 압력을 받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미국, 슈뢰더 정권 붕괴를 의도**

경제전문가들은 독일의 경제가 이처럼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 근원을 대체로 '통일 후유증'에서 찾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이후 시장자본주의와 강력한 노동보호정책 그리고 과감한 복지시스템을 혼합한 이른바 '사회시장경제'를 실시해 왔다. 수십년간 이 체제는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였으나 통일이 이루어진 지난 90년이후부터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임금이 급등하는 등 통일의 후유증으로 시달려 왔다. 생산성이 낮은 동독 노동자들에게 서독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 인상을 해주고 주로 재정지출을 통해 동독경제 부양을 꾀한 결과였다.

외부 요인도 ‘슈뢰더 흔들기’에 가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슈뢰더 총리가 국내 정치-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이라크전때 부시 미국정부에 반기를 든 대가로 보복을 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허약해진 독일경제를 압박해 유럽연합과 유로화를 깨버리려는 미국의 '유럽 재편 전략'에 휘말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유로화가 달러화보다 강세를 보이면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위상이 흔들리는 데 대해 큰 위기감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달러화가 기축통화 위상을 상실할 경우 미국경제도 파멸의 길로 들어설 게 확실하다.

따라서 부시정부는 동원가능한 수단을 모두 사용해 독일의 슈뢰더 정권을 붕괴시키고 차제에 독일경제을 중심축으로 하는 유럽경제까지 흔들 것이라는 관측이 외교가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수단으로는 가뜩이나 부실한 독일의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의 영향력아래 있는 국제신용평가기관을 동원해 신용등급을 하락시키는 방안등이 예상되고 있다.

외교전문가들은 또한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독일과 프랑스가 반대하는 가운데 유럽연합 가입을 앞둔 동구권 10개국이 미국을 지지하는 등 유럽연합이 분열조짐을 보인 것을 계기로 미국이 유럽에 대한 미국의 헤게모니를 확장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러한 배경을 열거한 뒤 “오직 슈퍼맨만이 슈뢰더 총리를 구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경제난과 미국의 공격이라는 양면압박에 직면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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