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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조정 공방' 숨 고르는 검·경…"우리가 국민편" 여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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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조정 공방' 숨 고르는 검·경…"우리가 국민편" 여론전

'밥그릇 싸움' 지적에 대응 수위조절…'견제·균형, 국민기본권' 논리싸움

문무일 검찰총장의 공개반발을 계기로 수사권조정 문제가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하자 검찰과 경찰은 여론 추이를 살피며 시시각각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수사권조정을 통해 '무소부위'의 검찰권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서 경찰권 비대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검·경은 표면적으로는 공식 대응은 자제하면서도 물밑에서 치열한 여론전을 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불법 정치개입 혐의로 강신명·이철성 두 명의 전직 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두 조직 간에 이어져 온 팽팽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다.

12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수사권조정과 관련한 유리한 여론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벌이던 검찰과 경찰은 지난 9일 "검찰이 보다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이후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 '공방 자제' 분위기 속…서로 '우리가 국민 편' 강조

경찰은 겉으로는 철저히 '로키'(low key·절제된 대응)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경찰청은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문 총장의 반발과 관련해 지난 2일 설명자료를 내고 수사권조정 법안은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통제방안을 강화했다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경찰은 '반박'보다는 '설명'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자칫 맞대응에 나섰다가 수사권조정이 권력기관 간 '밥그릇 다툼'으로 비칠 경우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권조정을 통한 검찰 개혁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번번이 개혁이 성공하지 못한 데는 '밥그릇 다툼'이란 프레임에 갇혀 국민 동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 인식이다.

검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해외순방 중이던 지난 1일 '수사권조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표명을 시작으로 공개반발을 이어오던 문무일 검찰총장은 8일 이후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집단반발 기류를 보이던 일선 검사들도 검찰이 기득권 지키기에 나섰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일단 자제하는 모습이다.

대신 검·경 모두 자신들의 입장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명분 쌓기에 힘을 쏟고 있다.

문 총장이 지난 7일 귀국 후 처음 출근하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법안이 충실하게 논의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검찰의 의견 표명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국민 기본권 보호를 위해서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차원이었다.

일부 검찰 고위간부들이 수사권조정 반대 근거로 '실효적 자치경찰제안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의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0일 치안현장 방문을 택한 것도 마찬가지다.

민 청장은 현장점검 차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를 방문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 관점에서 입법이 마무리되기를 경찰은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사권조정은 견제와 균형의 논리에 따라, 국민의 권익과 인권 보호를 위해 이뤄지고 있다고 응수했다.

민생과 직결되는 현장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편으로는 '국민의 관점'을 강조하며 수사권조정의 당위성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 검·경 들끓는 내부 여론…물밑 여론전 '치열'

차분한 외부 모습과 달리 일선 검찰과 경찰 내부에서는 상대 기관을 향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원이 많은 경찰이 여론몰이를 통해 검찰조직을 허수아비로 전락시키려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의 한 검사는 검찰 내부게시판을 통해 "검찰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 외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법안"이라며 "올바른 사법처분을 위해 성심을 다해온 대한민국 검사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이라고 토로했다.

재경지검의 또 다른 검사도 "수사권조정안은 과거부터 경찰에서 자신들이 수사의 전문가이니 수사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말라는 주장이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잇단 수사권조정 법안 '때리기'에 경찰 내부 여론도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일선 경찰관들은 '할 말은 해야 하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법원행정처와 대검찰청 고위간부가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한국형사소송법학회가 수사권조정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검찰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검찰이 '민주주의'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명분으로 삼는 데 대해서도 반발이 심하다. 수사권조정은 검찰의 과도한 권력을 제한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논리다.

이런데도 검찰이 먼저 '견제와 균형' 논리를 들고나온 데 대해 "기가 막힌다", "적반하장"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 경찰 '상대적 우위' 속…'정보경찰 정치개입' 수사 변수

경찰은 현재 수사권조정 관련한 국면이 경찰에게 유리하게 흐르고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검찰 수사를 통해 과거 보수정권에서 자행된 정보경찰의 각종 불법활동이 속속 드러나면서 수사권조정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특히 검찰이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경찰은 당혹감 속에서 검찰이 의도적으로 경찰 망신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계기로 경찰도 잘못된 관행과 작별해야 한다"며 "정보경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연 이런 정보활동이 청와대 지시가 아닌 경찰의 자체 판단으로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라며 "전직 청장들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사유가 있는지, 수사권조정 국면에서 이를 악용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경찰 권력 비대화가 야기할 부작용을 최대한 적나라하게 드러내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와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 부여로 거대해질 경찰권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정보경찰과 행정경찰 업무를 경찰조직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게 검찰 논리다.

문무일 총장은 다음 주 중 기자간담회를 열어 수사권조정 등 최근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문 총장은 실효적인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경찰의 행정업무를 자치경찰에 이관하는 것은 물론 정보경찰업무도 분리해 경찰이 '제2의 국정원'으로 변질되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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