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 2월에만 4백3억달러로 사상 세번째로 높았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4%가 넘는 수천억달러에 이른다. 연방재정적자는 4년 연속 흑자에서 지난해 1천5백80억달러로 반전됐다. 미 행정부는 2007년까지 이라크 전쟁과 재건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재정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대해 유럽의 비판이 거세다. 빔 뒤센베르흐 유럽중앙은행 총재, 한스 아이헬 독일 재무장관 등 유럽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의 적자는 달러 약세를 초래하고 유럽의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에 존 테일러 미 재무부 차관은 "미국이 성장할수록 다른 나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서 "그러한 비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이같은 미국의 주장은 그러나 달러화가 계속 기축통화 위치를 유지할 때만 성립가능하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최근 이라크전 승리를 계기로 미국이 21세기 들어 달러화를 위협해온 유로화의 근간국가인 독일 등 유럽 반전국에 대한 정치경제 공세를 강화, 유로화의 쇄락을 부채질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하면 그 배경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월가의 블룸버그 통신은 14일(현지시각) 이 사안에 대한 미국의 논리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다음은 "달러를 약하게 하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세계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는 기사의 주요내용이다. 최근의 쌍둥이적자 급증에 대한 미국의 시간이 어떤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쌍둥이 적자가 세계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미국은 유럽의 대외수출의 10%와 일본의 대외수출의 25%를 구매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지출은 해외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독일, 일본처럼 수출이 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는 나라에게 미국은 큰 혜택을 주고 있다.
최근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G7 국가들의 경제는 70년대 중반 이후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지난해 1.3%, 2001년 0.6% 성장한 것이다. 올해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성장률을 당초 예상치 3.7%에서 3.2%로 낮추었다. ]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과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의장 등의 이론에 따르면, 적자가 커지면 어느 시기에 이르러 채무상환을 위해 정부가 돈을 갚게 되면서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금리가 상승하면 민간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생산성이 악화된다. 그 결과 달러가치가 하락하게 돼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일 필요로 하는 15억달러의 해외자본이 모자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정부지출이 확대되고 달러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미국의 수요를 증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전미제조업자협회(NAM)의 국제경제담당 부회장 프랭크 바고는 "제조업자들은 약한 달러 기조가 되면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고 말한다.
달러는 지난주 유로화에 대해 환율이 0.2% 올라 유로당 1.0752 달러가 되었다. 올해 들어 이미 2.5%나 올랐다. 정부지출도 미 성장의 주요동력 중 하나다. 지난해 2.4%의 성장률 중 0.8% 포인트가 정부지출에 의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이코노미스트 빈센트 코엔은 "세계는 미국이 최후의 소비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OECD에 따르면 미 행정부가 지출을 1% 늘릴 때마다 유로권 12개국의 성장률은 0.4%씩 증가한다. 일본은 0.5%씩 증가하는 효과를 본다.
또한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유럽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생긴다. 유로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수입물가가 내려가 인플레이션 압박이 줄어들면서 세계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다. 지난 3년간 대부분 유럽연합 지역 물가는 2% 상한선에 의해 억제돼 왔다.
지난해는 9년만에 가장 저성장 국면이었으나 인플레이션은 2.2%에 달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3월6일 금리를 0.25% 인하, 3년반만에 최저인 2.5%로 내렸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금리인하가 너무 늦었고 미약했다고 비판한다. 골드만 삭스의 니콜라스 소브책은 "유럽중앙은행은 2002년초에 금리 인하조치를 취했어야 했으며 3월에 했더라도 0.5%를 내렸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리가 2%로 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소브책은 지난해 유로가 달러에 비해 가치가 오르지 않았더라면 인플레이션은 2.5%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그랬더라면 유럽중앙은행은 금리인하조치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골드만 삭스에서는 유로에 대해 몇 개월내에 1.15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브책은 "이러한 속도로 유로가 강세를 보이게 되면 인플레이션은 1.5%로 줄어들어 다시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유로권 경제의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지난 9월 2.3%에서 1.1%로 대폭 줄였다. OECD에 따르면 금리를 0.5% 인하하면 경제성장률도 0.5% 증가한다.
유로권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독일과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각각 3.1%와 3.6%에 달했는데, 같은 계산법을 적용했을 경우 미국의 재정적자는 3.2%다. 유럽의 공공채무 수준과 연금 위기는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유럽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해야 할 가장 큰 일은 유럽의 성장을 끌어올리고 미국의 물건을 더 많이 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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