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민의 날은 1981년 김해읍이 김해시로 승격되며 만들어져 1995년 시군 통합을 거치면서 시군 통합일인 5월 10일로 정해진 것이다.
이날 이 자리에서 김해를 대표하는 서예가이자 한학자인 벽암 허한주(88) 선생이 가야사 연구의 귀한 문헌인 ‘가락국기(駕洛國記)’ 전문을 담은 서예 작품을 김해시에 기증했다.
10일 김해시청서 열린 시승격 38주년 김해시민의 날 행사에서 제23회 김해시 문화상을 수상한 벽암 선생은 행사 후 허성곤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해당 작품을 기증했다.
벽암 선생은 "'물실호기(勿失好機: 결코 잃을 수 없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가야사 복원에 미약하나마 붓의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뜻을 밝혔다.
이 작품은 가로 35cm, 세로 135cm 크기 화선지에 장당 240~250여 자가 빼곡하게 적혀 전체 16장 분량에 총 글자 수만 3961자에 이를 정도의 대작이다.
작품 완성까지 약 한 달 정도가 소요될 만큼 노령의 대가(大家)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쓴 흔적이 역력하다.
평소 구양순체를 골조로 한 역동적이고 선 굵은 필치가 특징인 벽암 특유의 서체가 오롯이 녹아 있어 서예의 맛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가락국기는 고려 문종 때 편찬된 가락국에 대한 역사서로서 완전한 내용은 전하지 않으나 삼국유사 제2권에 요약된 내용이 남아있어 가야사에 대한 문헌 사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또 김해 김씨 집안의 역사서인 숭선전지(崇善殿誌)의 첫머리에도 가락국기가 등장하는 등 오늘날 가락국의 왕조사를 엿볼 수 있는 자료로 그 가치가 높다.
벽암 선생 작품은 삼국유사 요약본과 숭선전지본 모두를 참고해서 작성돼 가락국기를 폭넓게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해시는 벽암의 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원본은 병풍 표구 후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며 사본은 도시디자인 조형물 등 도시 곳곳에 김해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자원으로 쓰일 전망이다.
허성곤 시장은 "가락국기는 가야사의 정통성을 입증하고 가야에 대한 김해의 종주권을 드러내는 귀한 문헌 사료이다"며 "벽암 허한주 선생의 이번 작품 기증은 대단히 뜻이 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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