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7일 '세종시 국민투표'를 제안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친이계가 국민투표를 제안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러나 계파를 막론하고 반응은 싸늘했다.
심재철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현재 세종시는 정치로는 못 풀기 때문에 국민의 힘으로 풀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외교, 통일, 안보 등 국가 안위와 관련된 중대한 정책은 국민투표의 대상"이라며 "수도 이전보다 수도 분할이 더 나쁘고, 국가 안위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헌법 72조에 해당하는 (대통령이 제안하는) 국민투표 대상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친박계와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심 의원은 "정치권에서 타협해서 방안이 나와도 다음에 대선과 같은 중대한 정치 계기가 터져 나오면 또 다시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밖에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라고 이 대통령이 결단을 촉구했다.
충청권 반발 우려에 대해 "충청도에 도시 건설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문제는 갈등이 커질 수 있지만, 행정중심이냐 경제과학 중심이냐의 문제는 '비빔밥이냐, 칼국수냐' 하는 차이"라며 "충청권 반발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국민투표 방식과 관련해 "(세종시가) 경제과학중심도시로 가는데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이렇게 될 것"이라며 시기와 관련해서는 "6월 지방선거 이전인 4월 쯤에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세종시 국민투표'는 공성진 최고위원, 차명진 의원 등 친이계가 지난해 11월 제안했었다. 당시 친박계 원로인 홍사덕 의원으로부터 "비겁하다"는 공격을 받는 등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시달리다 결국 유야무야된 전례가 있다.
심재철 의원이 당내 최대 계파 모임이자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 소속이라는 점에서 "국민 투표가 '함께 내일로'의 입장이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심 의원은 "'함께 내일로'차원에서 제안한 것은 아니다. 이제 (의견 수렴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함께 내일로' 소속 한 친이계 의원은 "일차적으로 국회에서 해결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친박계도 당장 반발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첫째 세종시 문제는 국가 위기 상황과는 전혀 무관한 문제"라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정부의 명분이 약한데다 졸속으로 추진되다보니 세종시 해법이 백가쟁명으로 가는데, 세종시 문제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의결됐기 때문에 국민투표와 맞먹는 의미를 갖는다"며 "세종시 원안 백지화를 백지화하는 방안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통령이 '재신임' 성격으로 번질 수 있는 국민투표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김무성 "세종시 수정 추진, 어차피 안되는 게임"
최근 세종시 수정 소신을 밝혀 박근혜 전 대표와 소원한 관계를 지속해온 김무성 의원도 정부의 수정 추진 방향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친박계의 결집이 공고화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의원은 이날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는 정부가 너무 서투르고 준비가 부족하다. 어차피 안되는 게임 같다"며 "내가 여기서 뭣하러 깃발을 들겠는가"라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 소신과 별개로 정부의 추진 방식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최근 "박근혜 전 대표와 김 의원의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하는데 그 둘의 관계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김 의원도 최근 발언들이 와전돼서 보도된 데 대해 상당히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친박계 인사는 "김 의원이 최근 '나는 박근혜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 방식은 (다른 친박계 의원들과) 조금 다르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의견 충돌은 있지만 '친박계 좌장'으로서의 입지는 변함없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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