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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화장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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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화장품은 없다?

[키워드 가이드를 만나다] 화장품 전문가 송진영 씨

5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화장을 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이목을 끌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 연구팀은 스페인 남부 무르시아 지방의 유적지 2곳에서 발견된 조개껍데기가 네안데르탈인이 사용한 화장 용기였다는 연구 내용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었다. 화장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는 얘기다.

현대인에게 화장은 필수적이다. 남자도 화장하는 시대다. 상품으로서의 화장품은 '소비'의 대상이다. 수많은 회사에서 쏟아져 나오는 화장품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는 기능과 효과보다 '이미지'의 소비를 강요받는다. 그래서 화장을 사회의 룰에 대한 '순응'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키워드 가이드 송진영 씨는 화장품을 '과학의 눈'으로 본다. 그는 생화학을 공부했다. 그에게 화장은 피부를 정상으로 되돌려놓고 유지시키는 것 이상이 아니다. 그래서 화장품의 생산과 소비를 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 쏟아져 나온 어려운 과학 용어를 추려내고 손에 잡힐 듯한 얘기들을 정리했다.

▲ '화장품' 키워드 가이드 송진영 씨. ⓒ프레시안
프레시안 : 화장품에 대해 가장 말하고 싶었던게 뭔가?

송진영 : 실제로 광고와 달리 대부분의 화장품은 큰 차이가 없다. 화장품 재료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화장품 정보를 광고에 의지하는 소비자가 많다. 브랜드 이미지를 좇기보다는 자신의 피부를 알고 필요한 화장품을 찾는 태도가 필요하다.

남자 화장품을 예로 들어보자. 화장품 사용에 있어 남자와 여자의 피부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런데 화장품 회사는 향을 달리 해서 남자들의 피부에 특효가 있을 것 같은 고가의 남성 전용 화장품을 만든다.

광고를 그대로 믿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녹차 추출물을 넣은 화장품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녹차 성분이 70퍼센트 이상 들어가야 한다. 대개는 100그램 중 0.5그램 정도 수준이다. 녹차 성분 중 일부를 농축시켜서 액체 분말로 만들면 보습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 넣는 수준으로는 효과가 없다. 세안제 등에 녹차 추출물을 넣었다고 하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

프레시안 : 남자로서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나?

송진영 : 전공은 생화학이다. 고3때 어머니가 뇌종양으로 돌아가시면서 이 분야의 공부를 결심했다. 그런데 대학에서 1년 배우니까 공부하고 싶지 않았다. 오래된 지식을 답습하는 수준이었다. 일본에서 공부한 교수가 알코올을 알고르라고 부르더라. 독일로 유학가서 1988년 12월부터 2년 동안 분자유전생물학을 공부했다.

1998년부터 미용 쪽 일을 시작했다가 한국식품연구소에 취직했다. 이후 뇌 공부를 하고 싶어서 캐나다 몬트리올 매길 대학 신경학 연구소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돌아와서 제약 회사에서 일했고 화장품 원료 수입 회사도 다녔다. 2002년부터 화장품 관련 일을 했다.

프레시안 : 키워드 가이드를 하게 된 계기는?

송진영 :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구희연·이은주 지음, 거름 펴냄)이라는 책이 있다. 화장품을 소개하면서 글쓴이의 주관적인 내용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실망했다. 그러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공유시키고 싶었다. '닥터윤주'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화장품 애호가의 화장품 평도 사실 100퍼센트 주관이다.

프레시안 : 화장과 미용에 관한 몇 가지 팁을 알려준다면?

ⓒ프레시안
송진영 :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샴푸와 머리 감기

샴푸가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샴푸와 달걀노른자를 동일한 양으로 넣고 10여회 젓고 15분정도 뒀을 때 물이 되는지를 본다. 물이면 금방 씻겨나가서 두피나 모발에 잔류하는 양이 적다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두피와 모발에 잔류해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계면활성제의 원리를 이용한 방법이다. 때를 빼고, 정전기를 없애고, 섬유의 노폐물을 빼는 원리다. 얼굴도 피부 표면에 있는 노폐물을 피부 표면의 위로 유리시켜주는 것이다.

남자들이 아침에 머리감을 때 들이는 시간이 20에서 40초 정도라고 한다. 너무 짧으면 샴푸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 여자들은 1분에서 1분 30초 정도다. 씻어내는 것 이상의 샴푸의 효과를 기대하려면 2~3분 정도는 필요하다.
거품을 많이 내는 것이 좋다. 머리가 너무 '떡져서' 거품이 안 나면 감지 않은 것과 같다. 두피 위에 계면활성제만 남긴 꼴이 돼서 더 안 좋다. 따뜻한 물로 수용성 노폐물들을 녹여 없앤 후 샴푸 거품을 내면 잘 난다.

여드름

화장수를 잘 쓰면 여드름이 잘 안난다. 사람들은 화장수를 모공을 닫아주는 효과나 보습을 생각하지만, 사실 화장수는 세안제가 미처 닦아내지 못한 것을 닦아주면서 모공 주변을 청소하는 2차 세안이다. 그래서 토너는 화장솜에 묻혀서 닦아낸다.

미용 수술

미용수술을 한 사람들의 2.7퍼센트만 100퍼센트 만족한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못하는 게 상담이다. 특히 의료 상담을 잘 모른다. 김태희처럼 되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 비용 얘기만 한다.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수술 후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거나 책임지지 않는다. 똑같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 뿐이다.

한꺼번에 변형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계획을 짜서, 몇 년 후의 변형을 감안하는 게 필요하다. 한두 달 사이에 얼굴을 바꿔버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성형에서 피부상 태를 고려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외형의 변화만을 생각하면 안 된다. 40대 피부는 20대와 다른 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수술한다. 출산 후 피부가 많이 바뀌는데 30대의 체질 변화도 고려하지 않는다. 이런 고려 없이 미용 수술을 무리하게 하면 40대 이후에 노화가 급속도로 빨라질 수 있다.

남자들의 피부 관리

남성이 대우받기 위해서는 기초 화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남성들의 화장법은 여성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남자 화장품이 여자 화장품과 다른 것은 향과 색깔, 포장 뿐이다. 성분과 효과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남자용 화장품이 봇물을 이루는 건 이미지를 중요하는 남자들의 특성 때문이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남성의 여성호르몬 분비율이 높아졌다. 중성화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면도 후 깨끗이 닦아내는 게 중요하다. 전기 면도한 후 화장수로 닦아보면 미세한 털이 시커멓게 나온다. 요즘에는 면도날이 좋아서 분말로 피부에 남는다. 물로 닦는 면도기가 나온 이유도 여기 있다.

남자들도 보습제와 자외선 차단제를 꼭 사용해야 한다. 피부 노화의 이유는 대부분 광노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꼭 SPF만 보고 자외선 차단제를 고를 필요는 없다. SPF는 1단위 당 15분의 차단 효과를 의미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SPF 30과 50은 97퍼센트와 98퍼센트의 차이일 뿐이다.

겨울 관리법

겨울은 건조하기 때문에 온수포를 하면 좋다. 뜨겁게 적신 수건을 2겹 정도 겹쳐서 얼굴에 덮어놓고 5분 정도 하고 나면 피부에 충분한 수분이 공급된다.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 모세혈관이 팽창해서 혈류속도도 좋아진다.

손을 잘 씻는 것도 중요하다. 박테리아가 많은 겨울에는 손에 있는 박테리아가 얼굴을 오염시키기 쉽다. 손으로 찍어쓰는 화장품이 가끔씩 부패하는 것도 세균 탓이다. 깨끗한 손이 겨울철 피부 트러블의 10퍼센트는 해결해 줄 것이다.

화장품 고르는 법

화장품 발라볼 때 보통 손등에 바르지만 턱이나 귀 아래 부분에 발라보는 게 좋다. 얼굴과 피부 특성이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화장품을 고르는 기준은 향기와 느낌, 그리고 브랜드다. 브랜드를 보고 화장품의 특성을 가늠하기도 하는데 향과 색을 빼면 별 성분은 별 차이가 없다. 피부를 정상피부로 유지시키는 것이 화장품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꼭 고급 브랜드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프레시안 : 나름대로 화장품에 대한 철학이 있을 것 같은데?

송진영 : 큰 전제는 비상적인 것이 정상적이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벗어난 것을 제자리에 끌어오는 것이 내가 가진 기본 철학이다. 화장품에 대해서는 남들이 못 보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게끔 제자리로 갔다 놓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아는 정보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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