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1일 발표한 <2002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중국의 인권상황을 비판하자 이에 분개한 중국이 곧바로 역공에 나섰다. 중국 국무원은 3일 “다른 나라를 비난하는 인권보고서를 해마다 내고 있는 미국은 정작 자신의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에는 눈을 감고 있다”면서 <2002 미국 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 너희는 얼마나 인권을 잘 지키고 있냐'는 냉소다.
중국 국무원은 “세계 인권의 심판자를 자처하는 미국이 또다시 세계1백90개 국가와 지역의 인권 상황을 평가했지만 중국에 대한 보고서는 근거없이 왜곡된 것에 불과하다”며“남의 나라를 비난하는 미국이 자신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기 때문에 미국의 인권침해상황을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미국인권보고서> 발간 취지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중국이 작심하고 지난 1년간 세계언론에 보도된 미국의 국내외적 인권침해 상황을 종합정리한 것으로, 과연 미국에게 다른 나라의 인권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를 근본적으로 묻고 있다.
또한 중국이 이같은 보고서를 만든 이면에는 미국이 조지 W.부시 대통령 집권후 중국을 종전의 '전략적 파트너'에서 '전략적 경쟁자'로 수정하면서 노골적 적대정책을 취하고 있는 데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으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신화사 통신은 3일 이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 보도했다. 다음은 '생명과 인권 보호 결핍' 등 총 8개 항으로 된 <미국인권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생명과 인권 보호 결핍**
미국사회는 지나친 폭력으로 인해 생명 보호와 개인의 안전이 취약해졌다. 미연방수사국(FBI) 2002.10.28자 보고에 따르면 살인, 강간, 강도, 절도 등을 포함한 미국의 범죄 건수는 2001년 1천1백80만건으로 2000년에 비해 2.1%가 늘었다. 살인건수는 2.5% 증가했다.
미국의 여러 주요 도시 범죄도 2002년 증가했다. 워싱턴 D.C.에서는 약물남용, 조직폭력, 매춘이 기승을 부렸고, 범죄건수는 2001년에 비해 36%나 증가했다. 보스턴에서 범죄건수는 무려 67%, 로스앤젤레스에서는 27% 증가했다.
미국의 살인사건 발생률은 대부분의 산업국가에 비해 5~7배 높다. 미국에서 민간인이 소유한 총기는 2억개를 넘어 모든 시민이 거의 한 개씩 보유한 꼴이다. 2002년 총기구매 건수는 미국 전역에서 전년보다 13% 증가했다. 지나친 총기소지로 사격이 빈발해 매년 총기관련 범죄로 인한 희생자는 3만명을 넘는다.
2002년 10월2~22일 워싱턴 D.C.와 인근 메릴랜드, 버지니아 주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한 총기사고로 10명이 죽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미국의 청소년 범죄율은 여전히 높아 폭력사범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청소년의 약물남용도 증가추세다. 미국의 고등학교 1학년생의 약물남용은 1991년 11.6%에서 2001년 22.7%로 증가했다.
2001년 마약관련범죄는 63만8천건으로 미국의 폭력범죄의 25%가 약물남용에 의한 것이다.
***사법침해**
9.11 테러 이후 일반 미국시민들의 인권이 도전받고 있다. 2001년 10월26일 발효된 반테러리즘법에 따라 사법당국이 테러리스트 용의자의 전화, 인터넷 e메일 등을 감청할 수 있는 등 수사권한이 대폭 강화됐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 국민 사이에 크게 증폭되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조사에 따르면 202년 월별 체포건수는 전년도 7천8백32건에 비해 15% 증가했다. 검찰은 체포건수의 24%를 인계하지 않았다.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고문이 자행되거나 부당한 혐의를 적용한 경우도 많았다. 2002년 2월11일자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 공식 발표로만 1973년 이후 2백명 이상의 재소자가 무고하게 유죄판결을 받아 복역했다. 그중 사용수로 복역한 99명은 나중에 무죄로 밝혀졌지만 대부분 보상을 받지 못했다.
2002년 3월15일 보도된 미국 ABC 뉴스에 따르면 매년 수천명의 형사피의자가 경찰의 심문에 의한 자백을 근거로 유죄평결을 받는다.
미국은 소년범과 정신이상자에게 벌금형을 부과하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나라다. 지난 10년간 소년범에 대한 처벌 중 전세계에서 3분의 2가 미국에서 일어났다.
미국의 형무소는 재소자로 만원이다. 2002년 8월25일 발표된 미국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01년말 현재 미국 성인 교정대상자는 6백60만명에 달했다. 1980년의 4배에 해당하는 기록적인 수치다. 10만명당 약 7백명꼴인 약 2백만명의 미국인들은 현재 형무소에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를 가리켜 ‘결코 사라지지 않을 오점’이라고 표현했다.
교도소 관리가 부실해 재소자의 합법적 인권 보호가 취약한 상태다. 착취, 욕설, 폭력, 성폭력 등이 미국 교도소에 심각한 문제다.
미국 인권단체들의 보고에 따르면 재소자에 대한 학대행위는 매년 10만건에 이른다. 미 교정당국은 이같은 불만에 대해 무관심하고 어떠한 제재도 취하지 않고 있다.
***금권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전형’이라고 자부하는 미국은 미국식 민주주의를 세계에 팔려고 애써 왔지만, 실상을 보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항상 인구의 소수에 불과한 부자들의 민주주의였다.
미국 AP통신이 미연방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에 기초한 분석에 따르면, 2002년 중간선거에서 미 하원의 95%, 상원의 75% 의석이 선거에서 가장 돈을 많이 뿌린 후보에게 돌아갔다.
‘금권정치’는 미국인들에게 정치참여에 대한 관심을 갈수록 잃게 하고 있다. 미국은 ‘언론자유’를 뽐내왔다. 그러나 2002년은 바로 그 점에서 여러 측면에서 비판을 받았다. 2002년 5월2일 ‘국경없는 기자회’의 연례보고서는 9.11 이후 미국은 대 테러리즘 전쟁에 대해 언론계에 압력을 가해 언론 자유를 위축시켰다.
***빈고, 기아, 노숙자**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지만 바로 이같은 세계최고의 선진국에서 빈부격차와 사회부조리가 심화되면서 가난하고 굶주리고 집없는 사람들은 ‘제3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미국에서는 주요기업들의 잇따른 부정행위가 드러나 신뢰 위기와 금융손실을 초래했다. 이로 말미암아 일반 미국인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어 경제적 안정감을 상실했다.
빈부 격차는 점점 더 확대됐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03년 1월22일 상위 소득 가구 10%와 하위소득 가구 20%와의 격차가 1998~2001년 사이 무려 70%나 벌어졌다. 빈곤과 기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자선단체 ‘Bread for the World'에 따르면, 2002년 3천3백만명의 미국인들이 굶주림을 경험하거나 기아의 위험에 노출된 가정에서 살고 있다. 미국의 USA 투데이지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는 3백만명의 노숙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려되는 여성과 아동 상황**
여자와 어린이들은 우려할만한 상황에 놓여있다. 여성 차별은 미국에서 흔하다. 미국 여성은 범죄와 폭력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02년 4월17일 발표된 미국 하버드대 연구보고서는 미국 여성들은 살인에 노출된 위험이 가장 크며, 미국 여성이 살해되는 비율은 다른 고소득 국가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5배나 많다.
미국 여성은 성폭력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 2002년 목사들에 의한 성폭력 사건들이 여러 건 폭로됐다. 프랑스의 AFP 통신은 미국 가톨릭 수녀의 40%가 성추행을 당했고, 여기에는 목사나 다른 수녀들에 의한 경우가 빈번하다.
미국의 어린이들은 종종 가정폭력, 사회적 범죄, 부모의 이혼, 유기 등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2002년 가톨릭 신부들에 의한 어린이 성추행 사건들이 여러 건 폭로됐다.
많은 어린이들이 생존과 의료혜택과 교육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들중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은 지난해 6월 부모가 없는 가정에서 자라 미국 어린이들의 비율이 전년도 7.5%에서 16.1%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뿌리깊은 인종차별**
미국에서는 인종차별도 뿌리깊다. 인종차별은 법집행에 있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흑인들은 5명중 1명꼴로 일생동안 한 번 이상 교도소 신세를 진다. 교도소에 있는 흑인들이 대학 재학중인 흑인보다 훨씬 많다.
소수인종은 미국에서 가장 불쌍한 부류에 속한다. 소수 인종은 학교에서도 부당한 대우로 고통을 받고 있다. 흑인들은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건너 온 이래 백인들에 비해 훨씬 열악한 의료혜택을 받아 왔다. 백인과 흑인들의 기대수명은 약 7년 차이가 난다.
인종 차별은 9.11 이후 미국에서 심해지고 있다. 무슬림과 아랍인들에 대한 차별은 가장 심각하다. 북미이슬람회(ISNA)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무슬림의 48%가 9.11 이후 그들의 삶이 열악해졌다고 응답했다.
특히 미국은 국제문제에서 일방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빈번하게 다른 나라의 인권을 무신경하게 침해해왔다.
***다른 나라 인권침해**
국제사회가 전쟁은 절대 불가하다고 강력하게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몇몇 다른 나라와 함께 2003년 3월20일 이라크에 대한 전쟁을 개시했다. 이라크 전쟁은 UN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공개적으로 위반한 것으로 무고한 이라크 국민들을 희생시키고 심각한 인도적 재앙을 초래했다.
2002년 아프가니스탄의 탈리반 정권에 대해 공습에서 미군은 거의 25만개에 달하는 집속탄을 투하하고 비군사시설을 폭격해 엄청난 민간인 희생자를 만들어냈다.
전쟁포로의 권익도 무시됐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군의 군사행위로 1만2천명의 탈리반 전사들이 체포됐지만 3천5백명 내지 4천명만 살아 남았다.
미군 수십만명이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데, 해외 어디서나 미군들은 각종 범죄와 인권침해를 저질러 왔다. 매년 주한미군은 4백건 이상의 교통사고를 일으켜 체포되고 있으나 한국의 법정에 기소되는 건수는 10건에 불과하다.
일본의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오랫동안 방화와 강간같은 범죄를 끊임없이 저질러 온 것으로 악명높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 병사가 오키나와에서 저지른 성범죄 건수는 3백건이 넘는다.
***국제인권에 대한 이중잣대**
미국은 매년 국가별인권보고서를 발표해 다른 나라의 인권상황에 대해 혹평을 해왔다. 그러나 자기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왔다.
인권문제에 대한 이같은 이중잣대는 전세계적으로 강력한 거부와 반발을 피할 수 없어 미국은 점점 더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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