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남북.해외학자 통일회의에 참석차 29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던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31일 일본 마이니치(每日)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당국은 이라크전쟁의 목적을 체제 전복으로 간주하며 이번 전쟁이 장기전이 될 것인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고 밝혀 주목된다.
마이니치 신문은 문 교수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으로 대북정책에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관여해 왔으며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수행해 방북하기도 했다”고 소개하며 문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문 교수는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에도 최근 마지막 순간까지 유력 국정원장 후보로 거명될 정도로 현 정부에서 커다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이번 그의 방북은 북핵 위기를 풀기 위한 남북간 타진 성격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 교수의 이번 인터뷰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라크전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지지와 파병 방침에 대한 북한의 반응으로 "북한은 노대통령이 미국에 경사된 게 아니냐는 불만을 드러냈다"고 문 교수는 전했다.
문 교수는 또 '우선 핵사찰 요구를 받아들여 핵개발 폐기를 선언하라'는 우리측 요구에 대해 북한측이 "이라크가 사찰을 받아들여 무기를 폐기했는데도 공격을 받았다"고 반론을 폈다고 전해, 이라크전을 계기로 미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감이 한층 심화됐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문 교수는 "5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때까지는 북한이 큰 움직임을 자제할 것이며 그래야만 외교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해, 우리 정부가 북측에 대해 당분간 더이상 미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이같은 문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전 지지와 파병 결정을 계기로 남북간에는 적잖은 긴장기류가 흐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상당 기간 북핵 해법을 둘러싼 진통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해 주목된다.
다음은 마이니치 신문과의 일문일답이다.
***문정인 교수 인터뷰**
마이니치: 북한은 이라크전쟁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문 교수: 장기전이 될 것인가 여부에 큰 관심을 보였다. 북한 고위 관계자는 이라크전쟁은 국가주권에 대한 침해이며 체제 전복을 노리는 것으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마이니치: 핵문제에 대한 태도는 어떤가.
문 교수: 우리는 북한에게 사찰 요구를 받아들여 핵개발 폐기를 선언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측은 이라크가 사찰을 받아들여 무기를 폐기했는데도 공격을 받았다고 반론을 폈다. 미국에 대한 강한 불신감이 느껴졌다.
마이니치: 북한은 최근 핵문제로 큰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데.
문 교수: 5월 노 대통령의 방미 때까지는 자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야만 외교적 해결이 가능하다. 방미가 핵문제 해결에의 전기가 될 것이다.
마이니치: 북한은 노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문 교수: 노 대통령은 핵문제의 평화 해결을 위해서는 강고한 한미동맹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해 미국을 지지하고 파병을 결단했다. 하지만 북한측은 "미국에 경사된 게 아니냐"는 불만을 나타냈다.
마이니치: 평양의 모습은 어떤가.
문 교수: 시내에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없었다. 지방에도 가보았지만 어디 가나 평화로운 분위기로, 전시 동원체제라고 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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