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겨냥한 '벙커 버스터' 투입등 미-영군의 무차별적 바그다드 폭격이 연일 계속되고 있으나, 그 효과를 의문시하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현재 후세인 대통령이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벙커는 원자폭탄 공격에도 견딜 수 있을만큼 견고하다는 주장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의 AP통신에 따르면, 독일의 건축가 카를 에서(45)는 이날 인터뷰에서“지난 1980년대초 후세인 대통령을 위해 바그다드 대통령궁 지하에 벙커를 설계했다”고 밝히면서 “이 벙커는 과거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정도가 부근에 떨어져도 견녀낼 수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벙커 덕분에 지난 91년 걸프전 때도 후세인 대통령이 무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후 ‘벙커 버스터’라는 벙커 파괴용 정밀유도폭탄을 개발했고, 실제로 지난 주말에는 바그다드에 2발의 벙커 버스터를 투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서는 “내가 설계한 후세인의 벙커는 길이가 5천9백m나 되고 2m 두께의 천장과 두개의 탈출 터널을 갖고 있으며 서구 군사기준에 맞춰 설계된 벙커를 벙커 버스터가 파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보유한 폭탄으로는 벙커를 파괴하기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통상 이같은 벙커는 지상군에 의해서만 접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서 주장에 따르면, 이 벙커는 핵 폭탄의 경우 정통으로 맞지 않는 한 2백m 정도 떨어진 곳에 핵폭풍이 불고 섭씨 3백도가 넘는 고열에서도 견뎌낼 수 있다. 에서가 만든 벙커는 84년에 완성되었으며 제작비용은 6천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서는 벙커가 완성됐을 때 후세인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관료들을 상대로 벙커의 기술적 제원들에 대해 설명해주었지만 실제 공사과정이나 완성된 벙커를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지난 수십년간 국내외에서 적들에 의해 암살당할 것을 우려해 이라크 전역에 수많은 지하 벙커와 터널을 만들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에서는 “그 많은 도피시설계획 중 한 곳에만 참여했을 뿐”이라면서 “아직도 당시 벙커 관련 자료를 갖고 있지만 자료 열람을 청구하거나 문의를 해온 곳은 없다”고 밝혔다.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후세인의 벙커는 이라크전 장기화를 예고하는 또하나의 변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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