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다소비사업자는 의무적으로 에너지 진단을 받아야
에너지 절약 또는 에너지 효율에 대한 기본법으로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이 있다.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2,000toe가 넘는 에너지다소비사업자는 이 법에 따라 에너지 사용량을 매년 신고해야 한다. 또 에너지 관리기준을 지켜야 하고, 3년 또는 5년마다 의무적으로 에너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1toe=4,739kWh. 우리나라 한 가구가 1년 동안 쓰는 전력량이 0.6~0.8toe정도 된다. 따라서, 2,000toe는 약 3000가구가 한 해 동안 쓰는 전력량이다)
만약 에너지 진단 결과 에너지 다소비사업자가 에너지 관리기준을 지키고 않고 있으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에너지 관리기준의 이행을 위한 지도(‘에너지관리지도’)를 할 수 있고 에너지 관리지도 결과 에너지 손실의 요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으면 개선명령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무적 에너지 진단, 에너지 진단 후 에너지 관리지도, 그리고 개선명령 등은 2005. 12. 23부터 시행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아파트는 에너지진단 의무대상에서 제외
그런데,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 제32조 제2항 단서는 1)물리적 또는 기술적으로 에너지 진단을 실시할 수 없거나, 2)에너지 진단의 효과가 적은 아파트와 발전소 등을 에너지 진단을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로 정했다.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 시행규칙에서는 에너지 진단 제외 대상 사업장을 더욱 구체화하는데, 법에서 정한 아파트와 발전소에 더불어 연립주택, 다세대주택과 일부 폐기물처리시설로 한정, 열거했었다. 그런데, 2011.1.19. 시행규칙이 개정된 이후부터는 에너지 진단 제외대상 사업장이 대폭 확대되어, 오피스텔, 창고(일반창고와 냉장 및 냉동창고 포함), 그리고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 공장)까지로 늘어났다.
필자는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에서 아파트에 대해서 에너지 진단 의무를 면하게 해 준 까닭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우선 ‘물리적 또는 기술적으로 에너지 진단을 실시할 수 없는 경우’의 의미에 대해서 2005년 입법 당시 관련 자료(정부 제안 이유, 국회 검토보고서, 국회 회의록)에서는 아무 설명도 없고 내용도 없었다. 아울러, 입법 때부터 14년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의 기술 발달 상황을 볼 때, 기술적으로 에너지 진단을 실시할 수 없는 경우는 입법 당시인 2005년보다는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실제로 아파트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일 포인트가 많이 있다. 자체 보일러로 급탕온수나 스팀을 만들고 있다면, 보일러시스템과 관련해서 연료 변경, 보일러 응축수 시스템 개선, 폐열회수, 고효율 보일러로의 교체 등이 고려 가능하다. 외부에서 열을 공급받는 경우에도 열배관 손실 개선은 필수적이다. 전기의 사용에 있어서는 펌프와 인버터 등 전동기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고, 계약 전력량이 적정한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에너지 다소비 아파트 단지 매년 25개씩 늘어 2017년 현재 338개 단지에 이르러
아파트 단지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건물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발표한 2017년도 에너지 사용량 통계에 의하면, 아파트는 건물부문의 에너지사용량신고업체 중에서는 가장 많은 사용량을 차지한다(17.4%).
에너지 사용량이 2,000toe 이상인 에너지 다소비 아파트는 2017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338개 단지나 된다. 2000~3000toe를 사용하는 곳이 146개소로 가장 많고, 3000~5000toe 138개소, 5000~1만toe 48개소이다. 1만~2만toe를 사용하는 아파트 단지도 무려 여섯 곳이나 된다.
그런데 에너지 다소비 아파트 숫자와 그 에너지 사용량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다음의 표에서 보듯이 에너지 다소비 아파트 단지는 2013년 238개 단지였으나, 2017년 현재는 338개로 늘어나 매년 25개씩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사용량 역시 408천toe에서 482천toe로 늘어나 매년 19천toe씩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는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고 그 사용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2,000toe 이상 사용하는 아파트를 의무적으로 에너지 진단을 받아야 하는 사업장에서 제외해야 하는 타당한 근거를 필자는 찾기 어렵다.
의무적 에너지 진단을 받지 않으면 에너지 관리지도나 개선명령을 아예 할 수 없어
에너지 다소비사업자가 에너지 관리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에너지 진단을 통한 결과가 있어야 에너지 관리지도가 가능하도록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진단의 예외 대상 사업장은 에너지 관리지도나 개선명령을 절대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에너지 진단의 예외 대상 사업장인 어느 아파트 단지가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2,000toe를 훨씬 넘어서 매년 에너지 사용량을 신고하고 에너지관리기준점검표를 제출하기는 하지만 에너지 관리기준을 턱없이 지키지 못하고 있더라도 에너지 진단을 받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관리지도의 대상 자체가 되지 않고 또 관리지도를 받지 않기 때문에 개선명령도 내려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시행규칙에서 에너지진단 의무를 무분별하게 면제 – 오피스텔, 아파트형 공장, 그리고 창고
한편 에너지 진단 제외 대상 사업장이 어떻게 대폭 늘어나게 된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당시 시행규칙의 ‘개정이유 및 주요내용’을 찾아보았으나 아무 내용도 없었다.
그런데, 오피스텔, 창고(일반 창고와 냉장 및 냉동 창고 포함), 그리고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 공장)의 에너지 사용량은 상당한 규모로서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효율화의 필요성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 공장)의 경우는 에너지 사용에 대한 규제가 없어 전력으로 필요한 에너지 전부를 해결하여 전력피크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경우가 많아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또한 (냉장/냉동)창고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열회수형 히트펌프나 가스냉방설비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전기를 사용하여 냉장/냉동 시스템을 운영한다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필요성과 여지는 매우 크다.
에너지진단 예외대상 사업장의 범위 전면 재검토해야
이러한 점에서 에너지 진단 제외 대상 사업장의 범위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전력 사용량이 엄청난 ‘데이터센터’도 하마터면 에너지 진단 제외 대상 사업장이 될 뻔했고,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서 언제라도 에너지 진단 제외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먼저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 시행규칙부터 개정해야 한다. 지금 시행규칙에 규정하고 있는 사업장들이 ‘물리적 또는 기술적으로 에너지 진단을 실시할 수 없거나 에너지 진단의 효과가 적은’ 경우에 해당하는지 철저히 따져 가능한 ‘예외로 인정받아 의무진단에서 제외되는 경우’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다소비 아파트 단지는 법을 개정해서 에너지 의무진단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본 기고문은 2018. 1. 18 국회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녹색 스마트 도시 건축 정책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토론문을 다듬은 것입니다. 기고문에서 인용한 데이터와 기타 원문 자료는 eelaw.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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