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과 관련, 여전히 양자 협상을 원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좀 더 포괄적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내신 기자 대상 브리핑에서 강 장관은 "(북미 양측이 2차 정상회담 이후) 서로 상당히 압박 전술을 쓰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북한이(그렇다)"라면서도 "북미는 분명히 대화 재개를 원하고 있고 정상 차원의 의지는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월 25일(현지 시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을 언급하며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 북미 양자가 아닌 다자 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해서도 "푸틴 대통령의 말을 보면 '필요하다면 6자회담을 한다'라는 조건이 있다"며 당장 다자 협상으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말은 당장 6자회담을 하겠다는 게 아니고 필요하다면, 도움이 된다면 6자회담을 한다는 것"이라며 "그렇지만 미국이나 북한은 지금으로서는 양자 대화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미북 간 대화와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에, 그걸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주변국들의 협력과 동참이 분명히 필요하다"며 "그래서 어느 시점에 가서는 6자 또는 다자적인 협의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또 푸틴 대통령이 당시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정말 원하는 것은 자국의 안전 보장이라고 이야기한 것과 관련, 이전에 제재 완화를 강조했던 북한이 전략을 바꾼 것으로 평가하냐는 질문에 강 장관은 "체제 보장이라는 것이 북한이 이번에 새로 의제에 올린 것은 아니다"라며 "비핵화 문제 해결에 있어서 큰 전략의 변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답했다.
북미 간 여전히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이 먼저 비핵화 진전을 보여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보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강 장관은 "미국은 기본적으로 포괄적인 대화를 원하고 있다. 북한이 포괄적인 안목을 가지고 이 사안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문했다.
북미 간 대화의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하나의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는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 강 장관은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정부는 정치적인 상황과 무관하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의지가 모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반상황을 고려해 주요국, 또 국제기구들과 계속 협의를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 계기에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도 논의될 수 있냐는 질문에 강 장관은 "북한과 관련해서 여러 현안에 대해 포괄적인 협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요한 대화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강 장관은 북미 양측이 2차 정상회담 이후 입장차가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촉진자' 역할을 자처하던 한국 정부의 입지가 이전보다 좁아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럴수록 우리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오히려 더 넓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양 정상이) 의지를 가지고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우리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종료 이후 다소 소강상태에 있지만, 비핵화와 평화에 대한 변함없는 남북미 정상들의 의지를 바탕으로 외교적 노력은 수면하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대북 특사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제안했던 이른바 '굿 이너프 딜'이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해 강 장관은 "한미는 포괄적 접근에 이은 포괄적 합의, 그리고 단계적 이행과 동시적 ‧병행적 이행이라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며 "북미 간에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굿 딜'(Good Deal·좋은 합의)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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