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선희 "우리가 '경로 변경' 할 수도" 맞불 경고

"미국, 입장 재정립 하지 않으면 원치 않는 결과 보게 될 것"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비핵화 협상이 실패할 경우 협상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자신들 역시 협상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부상은 30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 형식으로 밝힌 입장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 "최대의 압박과 경제 봉쇄로도 우리를 어쩔 수 없게 되자 군사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기어이 우리 제도를 무너뜨려 보려는 어리석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4일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향후 비핵화 협상에 대해 "평탄치 않을 것"이라며 "실패한다면 분명 우리는 경로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미국이 협상이 아닌 군사적 방법을 포함한 다른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최 부상 역시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미국이 운운하는 이른바 '경로 변경'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또 그는 김 위원장이 지난 25일(현지 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일방적이며 비선의적인 태도에 대하여 강하게 질타하시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우리는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미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 부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 계기에 가졌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비핵화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힌 사실을 언급, 여전히 미국과 대화를 희망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미국이 올해 말까지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면 핵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시한부를 정해주시었다"며 "우리의 비핵화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때가 되면 비핵화를 할 것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이 현재의 셈법을 바꾸고 입장을 재정립해 가지고 나오는 조건 하에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이 지금처럼 문제를 헤집고 딴 길에서 헤매이면서 우리가 제시한 시한부 내에 자기 입장을 재정립해 가지고 나오지 않는 경우 미국은 참으로 원치 않는 결과를 보게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알고 있지만 미국에 시한부를 정해준 만큼 선택을 망설이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