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가진 삭발식에서 한국당 김태흠·윤영석·이장우·성일종 의원이 머리를 깎았다. 원외의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도 동참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그 추종세력이 불법 야합으로 선거법·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운 폭거에 삭발투쟁으로 항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좌파 장기집권에 눈이 멀어 헌법 가치를 우습게 여기는, 자신들이 한 말도 뒤집는 후안무치한 세력에 분연히 일어나 싸울 것"이라며 "민주당과 2중대, 3중대, 4중대 '불법 여권 연방'은 즉각 패스트트랙 철회를 선언해야 한다. 비정상적 국회 운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김태흠 의원은 삭발 후 심경을 밝히며 "선거법은 준헌법적 가치가 있는 법"이라며 "이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운 것은 문재인 정권이 좌파 독재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고, 좌파 독재의 고속도로를 판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박대출 의원도 지난달 30일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삭발을 한 바 있어, '삭발 투쟁'에 동참한 한국당 국회의원은 이로써 5명이 됐다. 하지만 당초 10여 명이 삭발에 동참할 것이란 소문과 달리 4명의 의원들만 참여한 셈이 됐다. 김 의원은 "오늘 삭발식에 11명이 함께하기로 했는데, 5명이 먼저 하고 2차, 3차로 릴레이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삭발 투쟁'이 너무 고루한 방식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민생투쟁이 아닌 삭발, 단식 등 20세기 투쟁에 나서는 바람에 국민이 식상해하고 청와대에 한국당 해산 청원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삭발식에 앞서 한국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에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패스트트랙 지정의 '배후'가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황교안 대표는 "지금이라도 현 정권은 악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과 이 정권이 대오각성하고 정상적 국정 운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가 청와대 담장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청와대가 분노한 국민의 목소리를 똑바로 듣고, 좌파 경제실험과 공포정치, 공작정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청년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매고 일터에서 쫓겨낸 가장들의 절망이 거리를 메우고 있는데 공수처가 뭐가 급하나. 전통산업-신산업 갈등 하나도 못 풀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왜 이렇게 목을 매느냐"고 했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 앞 최고위 개최에 이어 이날 경부선 기차를 타고 전국을 이동하며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11시 서울역 앞을 시작으로 오후 1시 대전, 3시 반 대구, 6시 부산을 찾아 각 도시의 기차역 앞에서 '문재인 정권 심판'을 주장할 예정이다.
한국당은 다음날인 3일에는 호남선을 따라 서울 용산역과 전주·광주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토요일인 4일은 앞서 계획한 대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에 이어 청와대 앞까지 행진한다.
단 일부 언론이 지난달 30일부터 보도한 "15년 만의 천막 당사"는 계획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천막 당사는 실무진 차원에서 논의된 것"이라며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같은 날 "서울시 허가 없이 광장을 점거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시장이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박원순 "광장 짓밟는 것 좌시 않겠다")
패스트트랙 추진을 합작한 여야 4당은 한국당에 '국회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전날 회동을 갖고 "패스트트랙은 법안 처리를 위한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우리, 대화하고 토론하자"며 " 5당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한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추경 예산안이 지난달 25일 국회에 제출됐고, 한국당이 요구하던 내용들도 포함돼 있다"며 "각종 노동관계법 등 산적한 민생·경제법안 심의 역시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첫 반응은 "제1야당이 그렇게 대화를 호소할 때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불법 날치기를 강행하더니, 이제 와서 '열린 자세'라니 이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며 "제1야당마저 비열한 독재정권의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것"(이만희 원내대변인, 전날)이라는 비난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청와대 앞 현장최고위에서 "여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없이는 대화가 어렵다"며 "지금이라도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국회 정개특위·사개특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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