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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세종시 수정안 1년반 동안 연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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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세종시 수정안 1년반 동안 연구한 것"

'수정안 사전 결정 의혹' 사실상 인정…"지금은 겉포장 중"

정부가 지난달 11일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이 미리 결정됐었다는 의혹을 정운찬 총리가 사실상 시인해 논란이 예상된다.

정 총리는 4일 대정부질문에서 "1년 반 동안 연구한 것을 기초로 (수정안을) 만든 것이다. 지금은 (연구한 내용의) 겉에 포장을 하고 있다고 쉽게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친박연대 김정 의원의 "수정안을 (미리) 만들어놓고, 눈가림용으로 민간합동위원회를 조직하고 보고서를 만들어 짜맞추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의원은 행복도시건설청이 투자 유치를 위해 보낸 문건을 언급하며 정 총리를 몰아세웠다. 이 문건은 행복도시건설청이 정 총리 임명 이후인 지난해 9월 4일 외국기업 SSF에 보낸 것으로, 법인세 소득세, 종부세를 3~5년간 100%, 이후 2년간은 절반을 감면해 준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지난달에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과 동일한 내용이다. 또한 이 문건에는 '리비전', 즉 '세종시특별법 개정안'에 따라 이런 혜택을 준다고 적시돼 있다. 즉 수정안 내용이 지난 9월에 이미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정운찬 총리는 "과거 세종시 투자 설명회를 국내에서 많이 했는데 '이것 가지고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땅값, 세제 지원, 규제 완화 요구가 있어서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세종시 안은 바뀔거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안을)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그동안 수정안을 미리 만들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해왔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정치권과 충청권 등이 "행정부처 이전 관련 변경 고시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세종시 원안 백지화 논란을 불러일으킬 때마다 정부는 "원안대로 한다"고 해명해 왔었다.

"해당국 대사관도 모르는 기업이지만 폄훼하면 국익에 害"

정부가 유치한 오스트리아 기업 SSF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고 있다. 정운찬 총리조차 이 기업의 성격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2월에 MOA를 체결할 때 어떤 회사인지 확실하게 말씀드리겠다"고만 말했다.

정 총리는 김정 의원이 "직원이 단 두 명인데다 매출액은 '0원'인 회사다. 거기에다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관에 문의했는데, 대사관에서조차 모른다고 한 회사고, '코트라'에 문의해도 처음 들어본다고 한다"며 "정체 불명의 유령회사가 아니냐"고 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정 총리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건설청에서 아주 많은 외국 기업들을 접촉 했지만 그 기업들이 우리와 MOU도 체결하려 하지 않았다"며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서 수정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 통과되면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오려고 하고 있다"고 "수정안 처리"를 강조하며 동문서답을 했다.

이에 김 의원은 "대단한 교육과학비즈니스벨트를 만든다는데, 전 세계에서 정체도 알 수 없는 유령회사만 유일하게 들어온다고 하고 있다"며 "나머지 회사들과는 뭘 했느냐. 왜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령회사 하나만 유일한 투자자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정 총리가 "2월에 MOU를 넘어 MOA까지 체결하려고 한다. 그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취지로 답변을 되풀이 하자 김 의원이 "직원 두 명 중에 누구와 체결하게 되는 것이냐"고 받아치기도 했다.

정 총리는 "한국 투자 회사나 일반 회사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힘든 면이 많지만 기다려 달라. 투자 유치 중인 외국 기업을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관, 코트라 등이 잘 모른다고 근거 없이 폄훼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 예산 전용 의혹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김 의원이 "12월에 1억원 예산 들여서 독일로 현지 시찰을 다녀왔는데 비용은 인건비를 전용했다"며 "인건비 유용은 행정부 내부 지침 위반이다. 기재부 장관의 승인이 안 됐고, 보고도 없었다"고 말하자 정 총리는 "그것은 걱정하지 말라"며 "제가 조사해보겠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날 세우기'…정운찬 답변 태도 '눈총'

정 총리는 여야 막론하고 십자포화를 받았다. 민주당 정범구 의원은 "이 정부는 기득권 정부"라며 "강남 사는 공무원들을 위한 세종시 수정안이 아니냐. 차라리 세종시를 '운찬시'나 '명박시'로 바꾸라"고 비난했다.

친박계인 이학재 의원은 "정 총리가 나라가 거덜날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나라 거덜내는 (세종시 원안 추진) 주장을 16번이나 했다는 이야기고 모든 정당의 (원안 고수) 당론은 나라를 거덜내는 당론이냐"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정 총리는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특히 이날에는 논리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할 경우 정치인들을 비방하거나, 질문하는 의원과 대립각을 세우는 태도를 자주 보였다.

김정 의원이 "정 총리가 답변하는 것을 들으니 이 정부의 태도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토록 위대한 명분 내건 분들이 임기응변과 꼼수로 국민을 기만할 수 있느냐"고 몰아 세우자 정 총리는 "국민들의 대표가 모인 이 자리에서 '꼼수'라든지 '사기'라는 말씀 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세종시 문제를 발제한 것을 잘했다고 자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사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의원들을 상대로 불필요하게 '날'을 세우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 충분한 '말실수'다.

이 외에도 정 총리는 정치적으로 공격을 당할때마다 작심한 듯 "계파 보스", "여기 있는 정치인들이 (세종시 수정안)을 호도한 것"이라는 식으로 정치인들을 폄훼했다.

이같은 정 총리의 태도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얻었던 '말실수 총리', '유약한 총리' 등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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