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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판매' 안용찬 애경 前대표 구속영장 또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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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판매' 안용찬 애경 前대표 구속영장 또 기각

법원 "구속필요성 인정 어려워"…이마트 전 임원도 구속 피해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 안용찬(60) 전 애경산업 대표의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됐다.

안 전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던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재수사가 고비를 맞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오전 안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1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안 전 대표와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백모 전 애경중앙연구소 소장과 전직 애경 임원 진모 씨, 애경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넘겨받아 판매한 이마트 전 임원 홍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신 부장판사는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 유형에 따른 독성 및 위해성 차이, 그로 인한 형사책임 유무 및 정도에 관한 다툼 여지, 흡입독성실험을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사 및 수사 진행 경과,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범위와 내용을 고려하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애경그룹 장영신(83) 회장의 사위인 안 전 대표는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애경 대표이사를 지냈다. 애경은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필러물산에 하도급을 줘 만든 제품을 받아 자사 브랜드인 '홈크리닉'을 붙여 팔았다.

앞서 검찰은 3월 26일 가습기 메이트 출시·판매 관련 의사결정 전반을 책임진 안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영장실질심사에서 안 전 대표 측은 '애경은 SK케미칼로부터 넘겨받은 제품을 단순히 판매만 했을 뿐 원료물질 성분이 유해한지 알 수 없었다'는 논리를 펴 구속을 피했다. SK케미칼 측이 영업비밀이라며 원료 성분을 알려주지 않아 안전성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애경은 제품 도입 당시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 원액의 결함으로 제삼자의 생명·신체·재산에 손해를 끼친 사고가 발생하면, SK케미칼이 전적인 책임을 지며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의 제조물 책임계약을 내세웠다.

이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쟁점은 판매자인 애경이 원료물질의 위해성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 제조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첫 구속영장 기각 후 한 달간 보강 수사를 통해 애경이 제품을 판매했을 뿐 아니라 제조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한 흔적을 다수 제시했다. 검찰은 5시간여 진행된 이날 영장심사에서 각종 증거물을 PPT 슬라이드로 띄우며 3시간 가까이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처음 제품을 출시할 때부터 애경·SK가 공동으로 안전성 검증을 하기로 협의한 정황을 확보했다. 애경이 SK로부터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넘겨받았기에 원료물질의 흡입 독성을 미리 알 수 있었다는 정황 또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은 SK케미칼이 CMIT·MIT 원료물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아 유해성을 인지하기 어려웠다는 애경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재수사는 지난해 11월 피해자들이 SK·애경을 고발하며 시작됐다. 5개월여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인 필러물산을 시작으로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 등이 줄줄이 구속됐으나 판매자인 애경의 최고 책임자가 구속을 면하며 검찰 수사는 일부 차질을 빚게 됐다.

검찰은 안 전 대표 구속 뒤 SK케미칼 윗선에 대한 조사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었다. SK의 경우 최창원(55) SK디스커버리 대표와 김창근(69)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등이 가습기 메이트가 제조·판매된 당시 SK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았다.

2011년까지 9년간 판매된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지난 2016년 첫 검찰 수사에선 원료물질인 CMIT·MIT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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