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를 뽑는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홍영표 원내대표의 뒤를 잇게 되는 새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후폭풍 정국을 풀어내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성과를 보여야 하는 위치라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곧 집권 3년 째를 맞는다. 민주당과 정부가 총선까지 가시적 성과에 압박을 받는 국면이새 원내대표의 임기 1년과 정확히 겹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다른 야3당과의 공조를 관리해 패스트트트랙에 오른 개혁 입법을 완수해야 할 책임도 새 원내대표에게 돌아간다.
김태년·노웅래·이인영 의원이 30일 후보등록을 마쳤다. 후보들은 이미 수차례 의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거를 준비하고 있어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정책통'으로 알려진 김태년 의원은 친문 주류를 대표한다. 추미애 전 대표에 이어 이해찬 대표 초기까지 정책위의장을 연임했다. 당정청 간의 소통을 강화하며 입법 및 정책을 협업하는 '당정청 협력시스템'도 김 의원의 작품이다.
이해찬 대표와도 각별한 사이인 김 의원은 지난번 원내대표를 노렸지만, 이 대표의 중재로 홍 원내대표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이후 이 대표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원내대표를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김 의원이 출마 회견에서 "당 중심의 민주당 정부를 구현하겠다"며 당의 역할을 강조한 건 청와대 중심 국정운영에 대한 일각의 반감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주요 정책결정에서 당이 키를 잡는 역할을 강화하고, 당이 중심에 서는 당정청 협력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원내대표에 세 번째 도전하는 노웅래 의원은 지난 선거가 끝난 뒤 바로 다음 원내대표 선거를 준비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찍이 선거 운동을 진행했다. 민주당 의원들 모두에게 직접 쓴 친서를 돌릴 정도로 의원들에게 감성적 접근을 해왔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노 의원은 당내 계파를 초월해 열린 리더십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노 의원은 출마 회견에서 "내년 총선은 박빙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외연 확대를 해야 이긴다"며 다양한 계파를 아우를 수 있음을 강조했다.
노 의원은 "이번에도 뻔한 원내대표 선거가 되풀이된다면 우리는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변하지 않는 오만한 집단으로 낙인찍혀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어려울 것"이라며 변화를 강조했다.
2017년부터 매년 통일걷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이인영 의원은 통일문제에 오랜 관심을 가져왔다. 개각 때마다 통일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기도 한 그는 남북경협특위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당내 '386'의 맏형 격인 이 의원은 친문 의원들과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더좋은미래(더미래) 등의 지지를 받고있다.
세 후보중 가장 개혁적 색깔이 강한 이 의원은 출마 회견에서 "세대혁신을 촉진해 '진보는 꼰대, 보수는 꼴통'이라는 낡은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며 "총선 전에 비쟁점 법안 전체의 일괄타결을 추진하겠다"며 성과를 자신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표심은?
민주당 의원들 128명의 표심이 원내대표를 결정한다. 초반 김태년 의원과 노웅래 의원의 출마만 점쳐지던 가운데, 이인영 의원의 출마가 알려지며 판세는 2강(이인영·김태년) 1약(노웅래)이라는 평이 대세다. 그러나 노웅래 의원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당초에는 당내 주류를 중심으로 '김태년 대세론'이 먼저 선거판을 달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해찬 대표와 발을 맞춰야 할 파트너로 같은 계열의 김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 적합하다는 것.
하지만 386그룹의 이인영 의원이 친문 의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출마를 선언하자, '김태년 대세론'이 멈칫하며 이인영·김태년 의원을 필두로 한 2강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노웅래 의원 측도 만만치 않은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하는 터라, 결과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정부'로 가느냐, '문재인 정부'로 가느냐가 상징적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의원들은 총선 때까지 당 운영을 통해 낙수효과를 보기 때문에 이번 국면에서 당을 강조하는 리더십이 될지, 당정청을 강조하는 리더십이 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패스트트랙 국면을 거치며 국면이 전환됐다는 분석도 있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국면 이전, 보궐선거 이후 지도부의 리더십에 의문을 갖고 견제하려는 '원심력'이 존재했으나 패스트트트랙을 거치며 중요해진 건 '구심력'"이라며 "당의 단결력을 강조해줄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해진 시기"라고 했다.
4.3 보궐선거 이후 이 대표의 리더십을 견제할 수 있는 이인영 의원의 '원심력'이 대두됐으나, 패스트트랙 국면을 거치며 이 대표와 색깔이 비슷한 김태년 의원이 당의 '구심력'을 강화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강조된 '구심력'이 내년 4월 있을 공천에서 균형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공천에 대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의 수평을 맞추는 게 균형과 견제라는 정치의 기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후보 등록을 마친 세 의원은 오는 8일 치러지는 선거일까지 총력전을 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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