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이 장기전 양상을 띄기 시작한 가운데 동남아시아의 무슬림들이 이라크전에 집단으로 자원입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이에 대응해 미국이 자국민 철수를 지시하는 등, 이라크전이 세계각지로 확전되려는 움직임을 보여 미국,영국,호주 등 참전국가들을 크게 당혹케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무슬림 4백명, 이라크 참전 선언**
4백명 이상의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이 미 연합군 공격에 맞써 싸우기 위해 이라크 군대에 자원했다고 2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메트로 TV 방송이 보도했다고 중국의 신화사통신이 24일 전했다.
물리아디 아크바르라는 한 지원자는 TV와의 인터뷰에서“신에 의해 부름을 받았으며 이라크를 돕다가 죽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자원입대 행렬은 인도네시아의 무슬림단체인 시하브 이슬람방어전선(FPI)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하비브 무하마드 리지에크가 이끌고 있으며 미 대사관 앞에서 과격 무슬림들의 반전시위를 주도해왔다.
시위대들은 전쟁 중지를 촉구하고 유엔의 결의 없이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정책을 비난하는 한편, 미국과 영국의 국기를 불태우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인형을 화형시키기도 했다.
FPI는 지난해 11월 폭력 주동 혐의로 리지에크의 구속을 유예하는 대신 일단 해산했으나, 지난 2월말 준군사조직을 재가동시켰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이 전국민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 최대 무슬림국가로,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전쟁때도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자원입대하려 하자 정부가 물리력을 동원해 차단한 바 있다.
***미국, 인도네시아 거주민 철수 지시**
이처럼 인도네시아 분위기가 험악하게 돌아가자, 미국은 이라크전을 반대하는 이슬람권의 보복공격이 우려된다며 자국민들의 인도네시아 여행을 자제하고 거주자에 대해서는 철수 준비를 권고한 것으로 현지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이에 앞서 지난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 인도네시아 국민이 이라크전에 분노하고 있다며 "빈번한 정치성 시위가 반미 폭력사태와 미국 사람 및 시설물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자카르타 주재 미국 대사관은 지난 20일 극단주의 단체들이 인도네시아 내 미국인들과 시설물 등을 목표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믿을만한 정보를 입수했다며 자국민들의 안전주의를 당부하기도 했었다. 대사관은 또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모든 미국인들은 이같은 정보를 감안해 이 나라를 떠나는 문제를 고려하라"고 당부했다.
미국과 함께 이라크전을 전개해 무슬림의 주된 공격목표가 되고 있는 영국 대사관도 지난 21일 "이라크전이 계속될 경우 서방인들이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극단주의자들로부터 폭력을 포함한 각종 봉변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었다. 이라크에 병력을 보낸 호주 외교통상부도 지난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과거 서방 사람과 시설물을 공격한 전력이 있는 과격단체가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 수라바야에서 테러공격을 감행할 지도 모른다"며 자국민들의 각별한 신변안전 주의를 촉구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중인 우리나라 국민들에 대해서는 아직 직접적 위해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이라크전을 지지하되 파병은 거부한 일본의 인도네시아 대사관 앞에서 무슬림의 항의집회가 열리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은 만큼 파병을 결정한 우리나라 국민들에 대한 정부의 각별한 보호조치가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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