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부시'의 결단덕분에 애꿎은 인니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만 절단날 지경이 되고 있다.
한 일주일 전인가 밥 먹으러 식당에 갔다가 쫒겨난 적이 있었다. 그냥 허름한 보통식당이었는데 출출하고 목도 마르기도 해서 들어갔는데 주인이 나가란다. 같이 간 일행이랑 영어로 얘기했더니 미국놈은 밥 먹지 말라더구만…
“나 참, 영어하면 다 미국인이냐?”따지고 들어봐야 소용도 없고 해서 결국은 햄버거나 먹었다.
백인들이 저녁이면 모여 맥주나 마시면서 고향얘기를 하는 ‘잘란작사’라는 곳이 있어 가끔 맥주 한잔 마시고 싶을 때는 거길 간다. 배낭 여행객들을 위한 저렴한 호텔이 많고 각국의 대사관이 모여 있어 비교적 치안상태가 좋다. 그러다 보니 호주,뉴질랜드 유럽의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모이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백인들이 자신들의 고향얘기를 듣고 싶어 모이는 곳이다. 분위기가 어떤가 싶기도 하고 목도 마르고 해서 맥주나 한잔 마실까 해서 들렀더니, 왠 걸 완전히 초토화 됐더라. 지난번 발리테러 이후 이렇게 썰렁한 모습을 보기는 처음이다.
지난 화요일엔 반전데모대가 영국대사관에 진입하려다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군중이 영국대사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다가 흥분한 일부 젊은이가 대사관의 담을 타고 넘어 들어가려다 경찰에 저지됐다.
미국의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어제(20일)는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 더 많은 군중들이 시내 곳곳에서 미국의 전쟁에 반대해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었고, 인니정부는 미국대사관 앞에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경찰을 배치했다.
미국의 전쟁을 지지했다고 알려진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서로 마주보며 충동 일보 직전까지 같다.
영국계 국제학교는 아직까지 휴교조치가 내려지진 않았지만 학교 앞에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경찰이 순찰을 돌려 일반인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이 뉴스에 나오고 있다.
뉴스에는 다행히(?) 한국대사관에 관한 사항은 없었다.
아직은 군중들이 성이나 백인을 공격하는 일은 없지만 분위기가 살벌하다.
이 나라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이다. 인구 2억2천국 9O%가 이슬람인 나라에서 미국의 모순덩어리의 전쟁의 변은 먹혀들 소리가 아니다. 대부분의 인니인들은 부시가 이라크와 벌이는 전쟁을 단순히 석유가 탐나서 그런것이고 서방세계가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는 이유는 이슬람국가이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분위기이다.
부시가 쉽게 그리고 아무 거리낌 없이 전쟁을 벌일수 있는 것은 이슬람을 깔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 일반인들의 지배적인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이 전쟁은 미국이 승리하건 패배하건 간에 이슬람국가와 서방국가간의 깊에 패인 골은 쉽게 가실 것 같지 않다.
호주는 이 나라의 관광산업에 있어 최대의 고객이다. 그야말로 이 나라에 와서 돈쓰고 갈 만한 백인고객은 호주인과 뉴질랜드인뿐이다. 발리의 관광산업은 7O%이상이 호주 자본이 지배한다. 그야말로 관광에 있어서 호주인들이 자본이 철수를 한다면 인니의 관광회사는 전부 문 닫아야 할 지경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중요한 고객들인 호주인들이 지금 시내에 돌아다니질 못하고 있다. 호주정부가 미군을 돕기 위해 전투기와 병력을 지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금 호주인은 인니인들의 잠정적 공격목표가 돼 버린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고 보니 외국인들은 백인이건 일본인이나 한국인같은 동양인이건 간에 일단 추이를 지켜 보느라,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다.
전쟁이 미국의 계획처럼 곧 끝날지 아니면 미국이 질질 끌려 다니며 베트남전처럼 전투에서는 승리하지만 결국은 상처뿐인 영광을 안게 될 지 그건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은 그토록 원하던 이라크의 유전을 차지하더라도 그들은 곧 다시 새로운 전쟁을 해야 할 것이란 점이다.
이미 아랍의 많은 국가들은 미국에 등을 돌렸다. 말레이와 인니의 국민들도 미국이라면 시쳇말로 이를 박박 갈고 있다. '잠재적 테러의 대상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앞세운 이 전쟁은 오히려 더 많은 테러리스트를 양산할 것이 뻔하다.
이미 여기의 과격파 이슬람지도자들을 따르는 젊은이들은 이라크로 가겠다고 난리인데 정부에서 출국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아프간 전쟁때는 선박을 이용해 아프간으로 가려는 젊은이들을 경찰이 막는 바람에 대규모 충돌로 이어진 일도 있다고 현지인 친구가 얘기해 줬다. 지금 이 나라에서 미국은 거의 과거 제국주의시절에 포함을 앞세워 식민지를 향해 나아가던 '군국주의자'의 이미지, 그것이다.
국민들은 미국의 전쟁에 제대로 항변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여성 대통령 메가와티를 불신하고 있고 그녀의 지지율은 자고 나면 기록을 갱신하며 떨어지고 있다. 대신 반미 성향의 과거 수하르토 독재시절의 정치인들은 나날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 함께 이 나라 최대의 차관 공여국이다. 그런데도 인니인들은 말한다.
“돈으로 우리의 영혼을 살 생각을 하지 마라.”
전쟁이 계속될수록 이슬람의 과격파들은 결의를 다질 것이고, 결의를 다진 후엔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과연 미국이 얼마나 자국의 안보를 위해 돈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재력이 충분한지는 몰라도, 글쎄 "열이서 도둑 하나 못막는다”는 우리나라 속담처럼 과연 이 수많은 극단적인 반미주의자들을 어떻게 한꺼번에 다 막으시려나 궁금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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