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의 시민들은 연일 계속되는 폭격으로 지금 ‘충격과 공포’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전쟁에 무기력하게 희생되고 마는 민간인들의 참상을 심층보도해온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23일(현지시간) 바그다드 한 병원에서 목격한 이라크 시민들의 비극을 생생하게 전했다. 다음은 이 신문의 베테랑 종군기자 로버트 피스크가 미.영 연합군의 바그다드 대공습 이후 바그다드 시내 알-무스탄사니야 대학병원을 방문한 뒤 보내온 '이것이 전쟁의 진실이다. 우리는 폭격했다. 그들은 고통받고 있다'는 기사의 요약이다.
***"우리는 폭격했다. 그들은 고통받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바그다드에 대한 미국의 공습은 ‘사상 가장 정밀한 폭격’이라고 말하지만 5살 난 여자아이 도하 슈헤일에 그런 소리를 하기 힘들 것이다.
슈헤일은 나를 보더니 코에 링거선을 꽂은 채 조그만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몸 왼쪽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크루즈 미사일이 바그다드 교외 라드와니예흐에 위치한 이 아이 집 근처에 떨어지는 바람에 아이의 작은 다리, 안타깝게도 아이의 척추에까지 파편이 박힌 것이다. 그 바람에 붕대로 칭칭 감긴 아이의 왼쪽 다리는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아이의 엄마는 침대에 누워 발버둥치는 아이의 오른 발을 똑바로 펴주려고 침대 너머로 손을 내밀어 애를 쓰고 있었다. 엄마 생각에 아이의 다리를 똑바로 펴지게 하면 마비가 풀리지 않을까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었다.
슈헤일은 미국의 바그다드 대공습이 있던 21일 금요일 밤 바그다드의 알-무스탄사니야 대학 병원에는 옮겨진 1백1명의 환자 중 첫 번째로 입원했다. 아이의 가족 7명도 크루즈 미사일이 터질 때 함께 부상 당했다.
우리는 폭탄을 투하하고 그들은 고통에 허덕인다. 우리는 뒤늦게 나타나 부상당한 어린이들을 사진에 담는다. 이라크 보건장관은 미국의 대공습의 야만성을 부각시키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인들은 어린이들을 다치게 할 의도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슈헤일은 이 악몽에서 깨어나 왼쪽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되고 더 이상 고통도 느끼지 않게 될 것을 보장해달라는 듯 나와 의사들을 보고 있다.
그러니 이라크 정권의 값싼 선전과 마찬가지로 알량한 럼즈펠드와 부시의 도덕적 명분은 잊어버리고 알-무스탄사니야 대학 병원을 한 바퀴 둘러보자. 전쟁의 비참한 현실은 궁극적으로 군사적 승리나 패배, 종군 기자들이 고작 미국, 영국, 일부 오스트레일리아 병력으로 구성된 ‘연합군’이 저지르는 공습에 써대는 거짓말과 관계없기 때문이다. 국제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 이번 전쟁은 말할 것도 없이, 전쟁은 어느 경우에도 비참한 고통을 뜻한다.
50세의 아멜 하산이라는 환자를 봤다. 그녀는 어깨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병상에 누워있었다. 바그다드 1차 공습 당시 딸네 집을 찾아가 택시에 내리려고 할 때 부근에 엄청난 폭발이 있었다. 하산은 “쓰러져 보니 온몸이 피투성이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팔과 다리는 물론, 가슴에도 피가 흘렀다”는 그녀의 가슴에는 아직도 파편으로 인한 상처가 보였다.그녀 옆 병상에는 5살난 딸 와헤드가 고통으로 흐느껴 울고 있었다. 아이의 발가락 주변은 피딱지가 뭉쳐있지만 여전히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고 발목과 종아리는 압박붕대로 동여매져 있었다.
옆 병실의 사드 셀림(11)과 오마르 셀림(14) 형제도 다리와 가슴에 파편으로 부상을 입고 입원해 있었다. 공습이 시작되자 놀라 마당으로 뛰쳐나오다가 다리에 파편을 맞은 이스라 리아드, 복부에 파편 부상을 입은 이맘 알리(23), 검은 스카프로 얼굴을 감추려고 애쓰지만 다리에 입은 상처를 감추지 못한 나지아 후세인 압바스는 등 여인들이 또다른 병실에 누워 있었다. 잠시 후 나게는 ‘파편 부상’이란 말이 20년 이상 전쟁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시달리는 풍토병 이름처럼 들렸다.
이 모든 것들이 2001년 9.11 테러 때문에 일어난 것인가.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도하 슈헤일과 와헤드 하산, 이맘 알리가 반인류적범죄가 결코 관계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담 후세인보다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인가. 이들 어린이와 젋은 여성들이 9.11 테러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누가 결정했는가.
우리가 전쟁을 벌이면 시민들에 대한 배려에 대해 아무리 많이 허튼 소리를 한다고 해도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불구로 만들게 된다.
영국 에딘버러 대학에서 의사자격증을 획득한 의사 하비브 알-헤자이에 따르면 대공습이 있던 날 이 병원에서만 2백7명의 부상자가 들어왔으며, 이중 입원환자는 1백1명이다. 입원 환자 중 85명은 민간인이며 여성은 20명이고 어린이들은 6명이었다. 16명은 군인들이었다. 청년 1명과 12세 어린이 한 명은 수술 도중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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