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하자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은 '좌파 세력'('문재인 세력')을 향해 저주나 다름없는 폭언을 퍼부었다. 그 직후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섬뜩하기 짝이 없는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결국, 저들은 패스트트랙 지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좌파 세력들은 의회 쿠데타에 성공했습니다. 문재인 세력들은 독재를 위한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습니다. 의회민주주의의 길을 파괴시키고 좌파독재의 길을 열었습니다."
황교안은 엉뚱하게도 패스트트랙이 '촛불'의 결과라고 주장하면서 문재인 정권을 극렬하게 비난했다.
"결국, 촛불은 국민을 위한 촛불이 아니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을 지키라는 촛불정신을 날치기하고 강탈하고 독점하였습니다. 행정부를 불태우고 사법부를 불태우고 입법부를 불태웠습니다. 경제를 불태우고 사법부를 불태우고 입법부를 불태웠습니다. (···) 폭력을 위한 촛불이었습니다. 야합을 위한 촛불이었습니다. 독재를 위한 촛불이었습니다."
2016년 10월 말부터 연인원 1700만여 명이 23차에 걸쳐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촛불집회를 연 끝에 마침내 이듬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굵은 글씨로 기록되어야 할 혁명의 완성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 초기에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어 국무총리까지 지내며 국정농단에 '부역'한 전력을 지닌 황교안이 어떻게 '촛불'을 폭력과 야합과 독재를 위한 것이었다고 모독할 수 있는가?
황교안은 여당과 야당(정의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이 국회에서 선거제와 공수처법 등 개혁입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것이 '반민주적'이라는 듯이 '국민을 위한 정의의 횃불'을 들자고 선동한다. "이제는, 이제는, 이제는, 국민을 위한 횃불을 듭시다. 독재 세력들이 든 '독재 촛불'에 맞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의 횃불'을 높이 듭시다." 그는 자못 비장하게 이런 '각오'까지 밝힌다. "5천만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좌파독재에 맞서 저를 하얗게 불태우겠습니다." 노인들과 어린이들까지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 5천만 명이 '좌파 독재'에 맞서 목숨을 바치라고 언제 황교안에게 '위임'을 했단 말인가?
황교안은 침례교 전도사로서 보수적인 기독교 근본주의자라고 익히 알려져 있다. 게다가 그는 민주·통일운동에 힘쓰던 인사들을 괴롭히는 데 앞장선 바 있는 '악명 높은 공안검사' 출신이다. 자신의 신앙이나 허구적인 '자유민주주의' 말고는 다른 종교의 믿음이나, 진보적 이념을 배척하고 불신하는 그가 어떻게 '여의도', '광화문', '헌법', '경제', '민생', '희망',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을 밝힐 수 있겠는가?
지난 4월 22일, 한 시민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렸다.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막대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들로 구성되었음에도 걸핏하면 장외 투쟁과 정부의 입법을 발목잡기 하고 소방에 관한 예산을 삭감해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하며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사사건건 방해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 이미 통진당(통합진보당) 정당 해산을 한 판례가 있기에 반드시 자유한국당을 정당해산 시켜서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기를 간곡히 청원한다."
이 글이 게재된 지 8일 만인 4월 30일 오전 9시 15분까지 100만 181명이 '동의'했다. 황교안은 '자유민주주의 횃불'을 높이 들자고 공허하게 외칠 것이 아니라 자유한국당을 지키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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