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가 지난 13일 보도한 미 정부의 '북폭' 타진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이미 2월초 여러 경로로 국내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 알려졌고, 본지도 지난 3일자 "북폭때 한국에 사전통고는 하겠다"는 기사에서 한 중견언론인의 전언을 빌어 이같은 미정부 입장을 보도한 바 있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 교수도 지난 6일 미국 시카고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월초 방미특사단에게 미 정부고위관계자가 '북폭' 수용여부를 타진한 바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제반 정황을 종합할 때 미정부는 유사시 북폭을 검토해왔으며, 이에 대해 노무현 정부측은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단호히 밝힌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오마이뉴스의 13일 보도는 여러 중차대한 논란거리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정부가 요구하는 '정정보도' 대상이 아니라는 게 본지의 판단이다.
***6일 모 경제부처 장관이 발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한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이같은 미정부 압박이 국내에 보도되게 된 '과정의 문제점'이다. 우선 분명한 사실은 노무현 정부가 의도적으로 이같은 압박을 국내언론에 흘린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오마이뉴스 보도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실수라 하더라도 엄청난 실수다"라고 개탄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마이뉴스의 13일 보도가 증시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보고를 받고 "사실과 전혀 다르다. 도대체 우리 정부의 장관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송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은 오마이뉴스의 보도가 사실인지 믿을 수 없다는 뜻과 함께 보도가 사실이라면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부연 설명했다.
외교부가 지난주말 오마이뉴스측에 정정보도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마이뉴스측은 보도가 사실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단지 이번 취재가 공식석상이 아닌 '사석'에서 취재원과 오마이측 4명의 기자들이 동석한 가운데 이뤄졌으며, 기사작성 전에 취재원에게 보도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본지 취재결과에 따르면, 문제의 사적 모임은 지난 6일 저녁 이뤄졌고 이 모임을 주관한 '현직장관'은 모 경제부처장관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문제의 장관은 이 모임에서 노 대통령도 개탄했듯 "실수라 하더라도 엄청난 실수"를 범한 것이다.
***외교의 불문율 파기**
외교에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다. 외교는 '총없는 전쟁'에 비유될 만큼 물밑 협상과정에 온갖 얘기가 오간다. 고성이 오가고 한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식의 벼랑끝 대립이 이뤄진다. 이런 물밑 진통끝에 이뤄진 합의는 토씨 하나까지도 서로가 댕기는 협상을 걸친 뒤 공표된다. 물밑에서 오간 얘기는 절대로 발설하지 않는 게 외교의 불문율이다.
이 불문율이 이번에 모 경제장관에 의해 깨졌다. 노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장관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탄식했을 정도로 이번 발설은 '상식밖'이다. 물론 문제 장관의 발설로 국민은 지금 한반도 정세가 얼마나 백척간두의 삼엄한 처지에 몰려있는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는 결과론적인 순기능을 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설로 현재 미국 부시정부와 힘겨운 외교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5월 방미해 부시 대통령과 고도의 외교협상을 벌여야 하는 노 대통령은 결정적 약점을 잡히게 된 것도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외교의 불문율을 깼기 때문이다.
***경제 안정시키랬더니 도리어**
또하나 지적할 대목은 이번 사안이 문제 장관의 '영역밖'이라는 점이다. 문제 장관의 책임범위는 '경제'다. 노무현 대통령은 오랜 고심끝에 관료출신인 문제 장관을 경제장관으로 임명했다. 이라크전, 북핵위기 등 외생변수로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재벌 개혁보다는 경제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 장관은 24시간 모두를 경제에 치중했어야 했다. 그러나 취임후 며칠 뒤 엉뚱하게 언론사와 사적 모임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자신의 영역밖 발언을 했다. 우국충정에 따른 발언으로도 해석가능하나, 정부내 업무 영역을 붕괴시키는 있을 수 없는 실수였다. 이는 그의 발언이 보도된 뒤 가뜩이나 SK 분식회계 사태 등으로 불안하던 주가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인 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인간인 이상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 실수가 '국익'과 관련된 실수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미 문제장관이 누구인가는 정부내에서도 상당수가 알고 있고, 외부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었으면 즉각 풀어야 한다. 노 대통령은 물론, 문제 장관의 자발적 대응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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