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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2월 특사단 방미때 '북폭 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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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2월 특사단 방미때 '북폭 타진'

브루스 커밍스 주장, 방미단 "그러면 한미동맹 끝장"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노무현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달초 미국을 방문한 방미특사단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한에 대해 공격을 하면 어떠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이에 노 대통령의 최측근 보좌관이 "그것은 양국동맹을 끝내는 행위가 될 것"(That will be the end of our alliance with you)"이라고 말하는 등 한때 분위기가 격앙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진보적 친한파로 유명한 브루스 커밍스 미 시카고대 교수(역사학)가 미국 시카고 공영라디오방송 WBEZ와 지난 6일(현지시간) 가진 인터뷰에서 밝혀졌다.

이 인터뷰는 지난달 말 북한의 미그19기 전투기가 동해상에서 미군 정찰기를 위협하고, 그 직후 미국이 괌 기지에 B-1등 24대의 폭격기를 배치하는 등 북핵 위기가 고조될 무렵 이뤄진 것이다.

커밍스 교수의 발언은 최근 오마이 뉴스가 미 고위 관계자가 지난달 중순 정부의 한 장관에게 "북한 핵시설을 폭격하면 어떻겠느냐"고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보도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미국이 한국의 의사와 관계없이 북한을 공격하려는 구체적 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밍스 교수는 이 인터뷰에서"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미 행정부에 대해 북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지지하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무력사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면서 "미국은 노무현 정부가 독자적 노선을 추구하는 정부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커밍스 교수와 시카고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 요지다.

***커밍스 교수 인터뷰 요지**

질문: 북한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는 쪽으로 가는 것인가.
커밍스: 파월 미 국무부 장관 등이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 왔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무력 사용 가능성을 비친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질문: 일부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려고 한다는 주장도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있는가.
커밍스: 나도 신문 보도를 통해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부시 행정부의 실제 정책이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는 무력 사용을 주장하는 딕 체니나 도널드 럼스펠드 같은 강경파와 외교적인 노력을 지지하는 파월 같은 미 국무부의 온건파로 나뉘어져 있다. 이때문에 지난 2년간 북한에 대한 정책에서 단일한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질질 끌어오고 애매하게 된 것이다. 북미간 직접대화에 나서는 것은 미국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행위로 보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대여섯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질문: 미국의 대북 정책이 혼선을 빚는 바람에 부시 행정부가 북한 위기를 다자간 협상으로 해결하려고 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도발적 행위가 오히려 다자간 협상 방안을 꺼리고 있는 동북아 주변국들의 지지를 받는 현상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커밍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기본 정책은 일종의 지연작전이다. 이라크 문제를 매듭짓고 북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이때문에 북한은 끊임없이 세계의 이목을 끌기 위해 여러가지 도발 행위를 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고 후세인을 제거하게 되면 북한에 크게 위협이 되는 상황이 벌어질 뿐만 아니라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질문: 무력사용 없이 북한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가.
커밍스: 무력을 사용할 경우 북한은 인구가 많은 서울이나 일본에 대해 보복을 가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수백만명의 희생자가 나오게 된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미 행정부에 대해 북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지지하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무력사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인 지난달 초 미국을 방문한 한국의 특사단과 미국 고위 관계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미국측 인사가 "한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한에 대해 공격을 하면 어떠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노 대통령의 최측근 보좌관이 "그것은 양국동맹을 끝내는 행위가 될 것"(That will be the end of our alliance with you"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독자적 공격 여부는 매우 민감한 문제로서 나로서는 미국이 한국에서 오랫동안 중재협상 업무에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온 노무현 대통령 뒤에 서서 전쟁주창자들보다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질문: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이 미 고위관료들에게 "북한의 붕괴보다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게 낫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받았다는데,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 줄 수 있는가.
커밍스: 그 발언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윤영관씨는 현재 한국의 외교부 장관이 됐다. 그는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내가 오래 전부터 잘 아는 매우 유능하고 똑똑한 인재다. 한국의 지인들로부터 들은 정보에 따르면 당시 한미 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한미관계가 단절될 것이라는 말이 나와 분위기가 격앙됐지만, 윤 장관을 비롯한 한국방미대표단이 "북한의 붕괴보다 북한의 핵 보유가 낫다"고 말한 적은 결코 없었다. 내가 판단하기로는 윤 장관이 당시 말한 취지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는 사태는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못하니 차라리 북한이 핵보유를 하는 게 낫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질문: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을 계속 추구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앞으로도 이 정책이 효과가 있을 것인가.
커밍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전인 지난달 20일 라종일 안보보좌관을 중국 베이징에 보낸 사실이 보도됐는데, 남북간 고위회담 또는 정상회담을 주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한국의 유권자 특히 젊은 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아 선출된 대통령이다. 이들 젊은층들은 미국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반도의 문제를 한민족 스스로 해결하길 원하고 있다. 지난 주 노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미국의 저명한 학자들이 강연한 세미나에 갔었다. 그런데 그들이 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강연을 하는 내용을 듣고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해 미국이 얼마나 모르고 있고 한국의 상황이 얼마나 변해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했다.
미국이 한국인들의 말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지도 알 수 있었다. 미국은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바라고 주권이 존중받길 바라는 노무현 대통령과, 자국이 주권이 존중받길 바라고 주한미군 기지가 서울 중심부에서 이전하기를 원하는 한국인들이 살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한국 정부와 입장조율을 하고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을 보다 존중하는 관계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질문: 부시 행정부는 미국에 대해 반발하는 북한 정권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
커밍스: 외교적으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정책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지난 수십년간 쿠바를 고립시키는 정책을 폈지만 지금도 카스트로가 집권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도 미국의 적으로 고립시켜 왔지만 김정일 정권이 유지되고 있다. 북한이나 쿠바 같은 정권과는 어떠한 거래도 하지 않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남한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주변국들도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이 오히려 대북 정책에 관해서 동맹국들로부터 고립되고 있는 형국이다.

(http://www.wbez.com/services/ram/wv/wv_030306c.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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