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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여드름, 관계 있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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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여드름, 관계 있나 없나

함익병의 '피부 이야기' <16>

***음식과 여드름**

일전의 한 방송뉴스에서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먹게 되면 여드름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발표된 연구 결과는 한 병원만의 연구 결과로 아직은 많은 검증을 거쳐야할 가설 수준을 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많은 여드름의 발생에 음식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음식물과 여드름의 관계에 대한 연구 조사를 살펴보면 다양한 결과를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피부과 전문의들은 여드름과 음식물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는 예전 한글판 교과서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여드름 환자를 진료하면서 음식과의 연관 관계에 대해 물어보면, 특정 음식을 먹은 다음에 여드름이 심해진다는 말을 하는 환자분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음식과 여드름과의 관계에 대한 단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정확한 의학적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에 여러 피부과 교과서에 실린 ‘여드름과 음식과의 관계’에 대한 글을 요약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1. <Andrew> 11판**

음식 습관이 여드름에 미치는 어떠한 명확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음식물을 제한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으며 꼭 피해야할 특정 음식도 없다.

***2. <Rook> 6판 -여드름과 유전적인 요인-**

인종적인 연구를 해보면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여드름 발생에 같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미국 흑인은 미국 백인보다 여드름 발생 확률이 낮고, 일본인도 미국 백인보다는 여드름이 덜 생긴다. 생선을 즐겨 먹는 이뉴잇(에스키모인을 자신들이 부르는 말)들은 여드름 발생 확률이 낮은데, 이들이 포화 지방(육류에 많이 들어 있는 지방)이 많은 서구식 식사를 하면서 여드름이 증가했다.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가 일본인 이민들에게서도 발견되었는데 일본에서 하와이로 이주해 미국식 식사를 한 사람들의 경우 여드름 발생률이 증가했다. 이 결과를 보면, 여드름은 인종적인 요인도 있지만 환경적인 요인도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3. <Fitzpatrick> 5판**

최근에는 여드름 환자의 식사에서 조개, 게, 새우, 초코렛, 당분이 많은 음식, 우유, 지방이 많이 든 음식 등을 규제하는 것에 대한 피부과 의사들의 관심은 거의 없다. 일부 환자들의 경우에서 어떤 특정 음식을 먹은 다음에 여드름이 심해졌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들 음식이나 앞에서 언급한 음식을 피하는 것이 여드름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증거는 없다. 이런 사실은 초콜렛의 경우에도 명확한 것이다. 만일 환자가 특정 음식으로 인해 여드름이 생긴다는 생각에 집착한다면, 그 음식을 제한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의사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다.

***4. <대한 피부과 학회 교과서> 4판**

여드름과 음식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다만 예전의 3판 한글 교과서에서는 여드름과 음식과는 아무 연관이 없으므로 여드름을 치료하기 위해서 특정 음식을 피해야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으로 기술하였다.

***5. <Rook> 6판 -여드름과 음식과의 관계-**

오랫 동안 여드름이 초콜렛이나 돼지고기의 지방에 의해 악화될 수 있다는 속설이 있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 예를 들면 초콜렛을 먹지 않는다고 여드름이 좋아지는 경우는 없지만, 음식 조절로 체중을 많이 줄이면 그로 인해 피지 분비량이 줄어들어 여드름이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시행할 수 있는 보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아프리카의 잠비아나 나이지리아 그리고 일본은 서구 유럽과는 식사의 형태가 아주 다른데, 이들 나라에서는 여드름의 발생률이 서부 유럽에 비해 낮다. 하지만 이는 유전적인 요인이 더 많이 작용한 것이지 음식물의 차이 때문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영양 공급과 사춘기의 시작 시기 사이에는 연관이 있다. 충분한 영양 공급을 통해 성(性)적 성숙이 시작되는 체중인 48Kg 이상의 체중에 빨리 도달하게 되면 여드름이 생길 수 있는 성적 성숙이 그만큼 빨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100명의 여드름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섭취하는 총 칼로리 양,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미네랄 성분과 비타민, 아미노산 그 어느 것도 여드름의 심한 정도와는 아무 연관이 없다. 결론적으로 여드름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음식은 없다는 것이다.

이상은 피부과 전문의들이 꼭 읽는 교과서들에 언급된 여드름과 음식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살펴본 것입니다. 네 권의 교과서에서 취한 입장이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음식물과 여드름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습니다. 특히 같은 교과서 내에서조차 음식과 여드름에 대한 연관 관계에 대해 언급할 때에 서로 다른 의견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그 만큼 음식이 여드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뚜렷한 정설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Rook> 교과서에서 예를 든 것처럼 후천적인 환경 요인, 특히 음식이 여드름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 말하기도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음식의 패턴이 점차 서구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과 여드름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정확한 연관 관계를 밝히는 역학 조사 결과는 없지만, 직접 환자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육류 위주(포화 지방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의 식사 패턴이 여드름 발생과 어느 정도는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식과 여드름을 꼭 연관지을 필요는 없지만, 전신적인 건강을 위해서라도 육류나 인스턴트 위주의 식사는 피하는 것이 좋고, 채소와 과일 그리고 적절한 곡류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여드름 예방에 도움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특정 음식을 먹은 다음에 여드름이 더 생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음식 일기를 써서 원인이 될 수 있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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