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통 끝에 이정재 전 재정경제부 차관(60)이 노무현 정부의 첫 금융감독위원장에 내정됐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14일 "오늘 오후 5시에 열릴 임시 국무회의에 차기 금감위원장 심의안이 상정된다"면서 "이정재 전 재경차관에 대한 심의안이 상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보좌관은 "국무회의에서 심의가 끝나면 오늘 오후 8시쯤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행시 8회 출신으로 옛 재무부 이재국장까지 지냈으며 재무부 재직 당시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사건, 명성사건, 영동개발 사건, 현대그룹 내사 등 굵직한 사건을 많이 다뤘다.
특히 고 정주영 현대회장의 대선출마로 시끄럽던 지난 92년 대선때는 재무부 이재국장 자격으로 당시 서울지검 특수1부장이던 동생인 이명재 전 검찰총장, 당시 은행감독원 부원장보였던 맏형 이경재 전 기업은행장과 함께 현대그룹에 대한 대대적 조사를 담당해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95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예금보험공사 등 외곽을 돌다가, DJ정부가 출범하면서 이헌재 초대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에게 발탁돼 금감원 부원장과 금감위 부위원장을 거쳐 재정경제부 차관까지 지냈다.
금감원 재직시절 직원들의 신망도 두터워, 이 내정자는 금감원 노동조합이 지난 1월 실시한 차기 금감원장 후보 설문조사에서 총 응답자 5백94명중 22.1%의 지지를 받아 차기 금감원장 적임자 1순위에 꼽히기도 했다.
개인적 청렴도가 높아, 재경부 차관 시절이던 지난 2001년 4월 아들 결혼식때 상사이던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물론 직속 비서관에게조차 "점심시간에 잠깐 나갔다 오겠다"며 결혼식 사실을 숨긴 채 잠시 결혼식에 참석한 뒤 오후에 제 시간에 들어와 집무하기도 했다. 또 당시 결혼한 아들의 신혼집 장만을 위해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연립주택으로 이사하기도 해, 공무원 사회에 귀감이 되기도 했다.
때문에 장하성, 이동걸 등 민간인이 오지 않을까 부심하던 금감위, 금감원 등은 이정재씨의 금감위원장 내정 소식에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 일색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제부처들이 예외없이 관료 출신들로 구성된 데다가 금융감독기구의 수장까지 재무부 관료로 구성된 대목이 SK 분식회계 사태후 크게 흔들리고 있는 한국에 대한 신인도에 부정적 작용을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이정재 내정자의 위원장 취임후 정책방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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